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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miss you. Mies

이상화 |2008.03.11 14:03
조회 208 |추천 3
 

나는 내가 닮을 수 있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배울 수 있는 것을 좋아하고, 내가 가질 수 있는 물건을 좋아하고

내 사람이 될 수 있을거라 믿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추구한다.

 

누구나 그러하진 않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나약하거나 안주하기만 하려는 태만으로 들릴지도 모른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큰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 모토인 사람에게는...

 

하지만. 나는 그런 내 생각을 일반적이라고,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생각이라고

그렇게 단정짓고 사는 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그런 내 마인드에 이유는 있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살아야 한다고 믿기에.

 

그래서일까. 이 얘기와 맞아떨어지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건축을 하는데 있어

가장 큰 힘이 되준 지표는 바로 미스 반데 로에였다.

왜냐면 그의 작품은 내가 닮아볼 수 있을 듯 했고 흉내내볼 수 있어보였던 조금은

쉬어보였던, 그러나 절대 가볍지 않았던..

 


 

지어진지 60년이 되어가는 판스워스 주택은 한때 건축이라는 학문의 벼랑앞에서

'뒤로 돌아'를 신중히 생각하던 나의 스무살에 아직이라는 생각을 들게 해준

지금봐도 신선한 느낌의 미술작품이었다.

 

 

 

취향문제일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학우 중에도 시시하게 바라보는 이가 있었던 집이었으니

하지만 나에겐 관절이 360도 회전하는 건담 피규어를 처음 갖게되어 밤잠까지 설치던

열살 무렵의 기분을 상기시켜준 그런 작품이라고나 할까

 


 

미스가 말했다는 "less is more"

 

1960년 미국건축가협회 A.I.A의 금메달 수여식에서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학생, 건축가, 또 건축에 관심있는 일반인들에게서 여러 차례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우리의 갈 길은 무엇입니까?' 참으로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새로운 건축을고안 해 내는것은

 가능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한 시대의 끝이 아니고 시작에 처해 있습니다.

 이 시대는 새로운 정신에 의하여 지배될 것이며, 새로운 기술적, 사회적, 경제적 힘에 의하여

 움직일 것이며, 새로운 방법과 새로운 재료를 구사할 것입니다. .. (중략)

 


 

 ...우리 문명의 복합성을 포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만 건축이 우리문명의 형태가

   천천히 변하여 가고 있는 것을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스가 이야기하는 바로 보편적인 공간(Universal space)에 대한 상념이라고나 할까.

나는 그 이야기를 꼭 제자들에게 들려주며 이 주택을 보여준다.

우거진 숲 속에 세워진 작은 배처럼 이 주택은 사계절 변화하는 자연이라는 바다를 유유히

1년 365일 항해하는 기분으로 휴가를 맞은 주인을 반겨주는 별장으로 지어졌다.

(사실, 건축주에게 단열의 문제로 많은 불만을 겪어야 했지만)

 


 

마치 유람선 갑판에 오르듯 집으로 들어가는 주출입구는 열려있는 때론 부분적으로 자유로이

닫아둘 수 있는 개방적인 공간속에서 하루 중 다채로이 변화하는 일사광선의 각도와 그림자를

다 받아들이며 외관의 경치는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최상의 휴게실로 안내한다.

 

 

 

 

 

주택을 지지하는 I형강 기둥은 특이하게도 지붕의 아래서 받치고 있는 형태가 아니라

지붕의 측면에 용접되어 있는 형태로 되어 있다. 그 이유는 저 형강 기둥의 자유로움, 즉

언제든 높이 연장할 수 있도록, 무한한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는 모습으로 결국 그냥 주택이

아니라 마치 철골과 유리로 된 고층건물의 한 파트인것 처럼 서 있는 것이다.

 

 


 

바로 그 점.

 

이 집이 그저 한적한 숲 속의 별장으로 지어진 모습에 걸맞는 형태로만 서 있지 않고

언제든 저 높은 하늘 위로 뻗는 마천루의 꿈을 이룰지도 모르듯이...

화려한 표현이나 천재적인 감각을 뽐내는 촉망받는 디자이너로의 자질이 없어도

단순하면서도 기본적인 능력에 대한 충실함과 절제된 양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그것으로서도 인정받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건축가가 될 수 있다는 의식을 가지게 한

그런 반환점이 되어 주었기에 나는 미스를 따르게 되고 그의 작품을 좋아하게 되고

더더욱 모더니즘이 추구하는 창조의 방향에 애착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LESS IS MORE' 정말 얼마나 멋진 말인가. 늘 생각한다.

 

절제된 공간에서 얻을 수 있는 여백의 풍부함은 화려한 장식이 주는 아름다움 보다

더 풍요롭고 아름다울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미스의 생각처럼

내가 태어나기 8년전 세상을 떠난 그와 조금이라도 동시대에 살 수 있었다면

그의 생각과 실천을 조금이라도 배울 기회가 있는 행운을 가질 수 있었다면

막연한 아쉬움이 들게 하는 그의 대표적인 작품. 판스워스 주택

 

 

나는 제자들에게 늘 말한다.

 

당신이 가고자 하는 길이 있다면 우선 닮고 싶은, 따라가고 싶은 한 사람을 목표로 잡고

그 사람을 당신이 가려는 그 길에 세워두라고.

당신이 생애를 마감하기 전까지 그 사람보다 더 많은 걸음을 갈지 못미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당신이 걸어야 할 그 길에 얼마나 많은 힘이 되어주는 지를 알아야 한다고

때론 그 길을 비춰주기도 하고, 방향을 알려주기도 하고, 때로는 살짝 흉내내보기도 하고

그럴 수 있으니까..

 

미스 .. 당신이 있어 난 이만큼 왔습니다.

 

Mies.... I M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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