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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프라이데이]빛깔 있는 땅, 영암(靈巖)

영암사랑 |2008.03.17 13:01
조회 80 |추천 0

빛깔 있는 땅, 영암(靈巖)
-붉은 흙, 푸른 차밭, 분홍 꽃비가 내리는 월출산 자락

 

 


< 전남 영암 땅은 요즘 한창 봄옷으로 갈아입는 중. 월출산을 뒷배로 삼은 너른 들판은 보리밭과 벚꽃, 차밭이 어우러져 화려한 봄빛을 내뿜는다. >

 

 3월의 마지막 날에 찾은 월출산 자락은 한창 새 단장 중이었다. 두 뼘 정도 올라온 보리 순과 첫 잎을 틔우려는 차밭은 소리 없는 아우성 속에 녹색 세상을 열고 있었다. 여기에 분홍빛 벚꽃  봉오리가 터지기 시작하면  헐벗은 월출산 자락은  무지개 색깔을 입는다. 4월 7일에 첫 봉오리를 틔워 10일경에  만개할 영암 50리 벚꽃은 4월 중순까지는 그 화사한 빛을 유지할 것이다.
       

무지갯빛 월출산 자락


피지 않은 벚꽃을 뒤로하고 이른 아침에 차밭을 찾았다. 강진, 해남과 가까운 영암은 자연스레 차 문화가 발달했다. 특히 해남 대흥사의 말사인 도갑사에서 월출산 야생차의 맥을 잇고 있다. 작년에 직접 덖은 차를 내놓는 도갑사의 오석 스님은 “절 주변에 야생 차나무가 많아, 1년에 100여 통 정도 덖음차를 만들어낸다”고 전한다.

 

덕진면 백룡산 자락 호남다원 차밭에는 야생은 아니지만, 재래종 차나무가 자란다. 월출산 차밭이라고 하면 으레 남쪽 사면에 펼쳐진 강진다원을 떠올리지만, 덕진면 차밭은 한적한 산자락에 자리한 ‘화장기’ 덜한 차밭이다. 보성차밭의 주종을 이루는 야부기다종에 비해, 재래종은 차나무의 키가 작고 가지는 옆으로 치뻗어 차밭 이랑이 시골 아낙의 몸뻬처럼 펑퍼짐하다.

 


 

“겨울에 자란 놈은 필요 없어. 요놈을 사르르 깎아줘야 새순이 나제.” 이 차밭의 30년 일꾼 김춘자 씨(60)가 차밭으로 올라오면서 이른 아침의 정적을 깬다. “요맘때믄 향이 좋아져 직접 덖어서 마시기도 하제. 그래서 우리는 일만 하고 살아도 건강하다 안 하요!”

 

3만5,000평 규모의 차밭 중앙에 황톳길이 나 있는데, 사해가 갈라지듯 유난히 도드라져 보인다. 차밭 꼭대기에 서면 멀리 크고 작은 암봉을 인 월출산 정상과 마주하게 된다.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푸른 찻잎과 누런 들판, 월출산의 잿빛 암봉이 어우러져 푸근한 풍경을 연출한다. 호남다원은 아직 이름이 덜 알려져 보성의 차밭처럼 줄을 지어 구경 다니지 않아도 된다. 일당을 받고 품을 파는 동네 아낙과 카메라 삼각대를 둘러멘 사진작가만이 차밭의 정적을 깰 뿐이다. 서늘한 정기를 뿜어내는 차밭 산책을 원한다면 맞춤인 장소. (호남다원 광주본사 062-227-7560)

 


 

월출산은 영암의 얼굴이다. 사방 100리 안에 큰 산이 없어 드넓은 벌판에 마치 금강산을 뚝 떼어다 놓은 것 같다 하여 ‘남한의 금강산’이라고도 불린다. 동서로 뻗은 산줄기를 종주하려면 꼬박 하루가 걸린다. 북동쪽 천황사에서 오르는 길과 북서쪽에 자리한 도갑사에서 오르는 길, 강진 땅인 무위사에서 오르는 등산로가 인기.

 

봄날에 어울리는 산행길은 도갑사에서 구정봉 가는 길. 한 시간이면 억새평원 미왕재에 이르고, 여기서 한 시간 정도 더 올라가면 구정봉이다. 미왕재는 20년 전 산불로 일대가 모두 민둥산이 돼 버렸지만, 그후 억새 씨가 날아들어 요즘은 월출산 명소로 통한다. 3만 평에 이르는 억새평원 사이사이에서 초록 물결을 내며 봄 산행을 하기에는 제격이다.

 

미왕재에서 능선을 타고 계속 오르면 향로봉과 구정봉을 차례로 만난다. 이곳 암봉 산행에선 ‘영험한 바위산’ 월출산의 위용이 느껴지는데, 산 아래서 볼 때는 꼬챙이 같던 암봉이 둥글둥글하다. 바위와 바위 사이로 난 트레일을 따라 향로봉으로 이르는 길은 아주 안락하다. 짧은 산행 뒤 얻을 수 있는 기쁨치고는 아주 쏠쏠하다. 구정봉은 금수굴과 ‘움직이는 바위’라는 동석의 전설 등 이야깃거리가 많은 봉우리다. 바위틈을 통해 10여 척이나 되는 암봉에 오르면 수십여 명이 쉴 수 있는 너럭바위가 나오는데, 바위 표면에 아홉 개의 웅덩이가 패어 있다. 산 정상에 있는데도 웅덩이의 물이 쉬 마르지 않아 신비감을 더한다.
 

       

황톳빛 구림마을


봄날이건만 영암 들판은 황톳빛 일색이다. ‘50리 벚꽃길’ 옆 누런 들판. 우뚝 솟은 월출산만 빼고, 너른 벌판을 빼곡 메운 황토가 영암 땅의 주인이다.

물레를 돌리는 도공 김정길 씨(64)의 손에는 벌건 황토가 묻어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황토를 재료로 그릇을 빚는 영암군 구림리 영암도기문화센터 요장(窯場). 김씨는 이곳에서 7년째 황토 도기(陶器)를 빚는다. 

 

“청자랑 백자 만드는 흙은 고운데, 황토는 거칠어요. 하지만 점성이 뛰어나 성형하기엔 좋죠. 백제 때 황토로 그릇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러니까 영암 도기는 천 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것이죠.”

 


 

이화여대 도예연구소에서 일하다 영암으로 옮긴 김씨는 황토와 도기 그리고 영암에 매료됐다. 농사짓는 밭에서 직접 채취한 흙에서 촌부의 순박함을 보고, 그 흙으로 빚어낸 거친 질감의 도기에서 ‘숨을 쉬는 그릇’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그도 영암 사람이 다 돼, 요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촌부로 살고 있다.
       

 

 품 넉넉한 백제의 복장과도 잘 어울리는 영암 도기는 서남해안 가마터의 탯줄이다. 구림리 가마터는 통일신라시대에 우리나라 최초로 유약을 바른 도기를 생산해낸 곳이다. 이곳의 선진 기술은 강진의 고려청자(11~12세기), 해남의 녹청자(15세기), 고흥과 무안의 분청자기(15세기)에 영향을 미쳤다. 구림의 가마터는 중국과 일본으로 드나들 수 있는 포구와 질 좋은 점토, 풍부한 땔감을 갖추고 있어 ‘남도 도자 벨트의 핵’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폐교를 개조한 영암도기문화센터에 가면 남도의 도자 문화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다. 문화센터 내 1층과 2층에는 생활도기와 자체 브랜드 ‘돌샘다기’, 구림가마터 출토 도기 등을 전시한 공간이 있으며, 따로 공방과 물레체험실, 황토 흙가마를 갖춘 현대식 문화 유적이다. 올해부터 매주 토요일에 물레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왕인문화축제’ 기간(8~11일)에는 소성(가마에 불을 지피는 것) 체험을 통해 일반인에게 도기 만드는 제작 과정을 알릴 예정이다. (도기문화센터 062-470-2566)
       

 구림리 마을 자체도 황톳빛이다. 마을 한가운데 자리한, 왕인박사와 도선국사가 태어났다는 국사암 가는 길은 정감 어린 황토 담벼락이 양옆으로 도열하고 있다. 수백 년 묵은 버드나무 아래서 봄볕을 맞고 있는 황토 흙담이 보는 이의 마음을 환하게 한다. 또한 국사암 주변의 100여 곳이 넘는 민박집 중 20여 곳은 흙과 나무로 지은 전통 가옥이다. 구림은 호남의 오래된 양반 마을. 그동안 양반집 체면에 민박을 열지 않았지만 ‘영암왕인문화축제’를 계기로 2년 전부터 손님을 받는다. 소담한 흙담으로 둘러싸인 한옥, 손때 묻은 흙벽과 봄바람에 파들거리는 문풍지가 단잠을 재촉하는 이곳의 하룻밤은 편리만을 쫓는 모텔과는 분명 다른 느낌을 준다.

 

Information


Eat
영암엔 해남과 강진 못지않게 유명 음식이 많다. 제일 유명한 것이 갈낙탕. ‘소가 쓰러지면 산낙지를 먹여라’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갈비와 낙지가 만나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청하식당 061-473-6993). 두 번째는 기름진 갯벌이 만들어낸 천혜의 산물 짱뚱어탕. 아쉽게도 영암은 이제 갯벌이 사라져 무안과 신안 등지에서 사들여온다. 짱뚱어(망둑어)를 뼈째 갈아 우거지된장국으로 끊여낸다. 개운한 맛이 일품(중원식당 061-473-6700). 참숭어 알에 참기름를 발라 건조해 만든 영암어란도 전국에서 유일하게 생산된다(영암어란집 061-473-3163).


Stay
도기문화센터가 자리한 구림리 민박이 좋다. 황토와 흙벽이 어우러진 건강한 민박을 체험할 수 있다(대동계사 062-472-0174). 좀더 편안한 여행을 하고 싶다면 월출산온천호텔(061-472-6311)이 좋다. 도갑사 바로 옆에 있는 민박집 도갑사가는길(061-471-5123)도 한적하다.

Way to Way
호남고속도로 광산 IC에서 나와 13번 국도를 타고 영암으로 가는 길과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IC에서 나와 2번 국도를 타고 들어가는 길이 있다. 목포에서 들어가면 819번 ‘100리 벚꽃길’을 만난다. 
 

출처_ 마이 프라이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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