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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장지현 |2008.03.17 13:15
조회 58 |추천 0



여기 새로운 아침이 시작되었다.
산업화를 거친 도시라면 어느 곳에서나 존재할 출근길의 러시아워 속에서 한 사내가 소리친다. '눈이 안보여!'
우유빛 막을 씌운 듯 사내는 세상을 보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곧 모두가 그 백색의 우유빛 세상으로 빠지게 된다.
눈먼 자들은 격리된 채로,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한다.
그들을 인간이라고 보기 어렵다.
단지 먹고, 생활하고, 배설할 뿐이니까.
그러나, 그 속에서도 강자와 약자가 나뉘고,
지도자와 그를 따르는 무리가 생기고,
약탈하는 자,
빼앗기는 자,
중재하는 자,
응징하는 자
가 각각 생긴다.

그렇다. 그 속에 또다른 사회가 형성된다.

그러나,
세상 모든 사람이 눈이 멀었는데,
단 한 사람만 앞을 볼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역할은?
그 사람의 가치는?
그 사람의 운명은?


다 읽고 나서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이미 이 세상 사람들역시, 어떤 형태로든 눈이 먼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도.

두꺼운 내용을 그렇게 재미있게 써내려가는 사람이 있다니.
주제 사라마구라는 특이한 이름.
한참을 고민했다.
과연 이게 저자의 이름일까...
아니면 출판사 이름일까...
그것도 아니면 사라마구라는 주제를 가지고 쓴 책이라는 걸까..
그렇다면 사라마구는 뭐란 말인가.
저자의 이름이더라.

책을 읽으면서 손끝이 떨리고 심장이 두근거려서 잠을 이룰 수 없었던 경험이, 초등학교 때 마루타를 읽었을때와 비슷하다.
한동안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 책.


책에 이런 부분이 있다.

약탈자들이 수용소에 배급된 음식을 착취한 후,
각 수용실의 여자들을 매일밤 돌아가며 '상납'하면 남자들도 먹을 것을 주겠다고 한다.
어이가 없는 것은 여자들뿐이 아니다.
그 여자들 속에는 내 아내도, 내 어머니도 있다.
한 눈먼 남자가, 절대로 이것만은 안된다고 주장하자,
다른 눈먼 노인이 물어본다.

"그럼 자네는, 저 여인들이 자신의 몸을 대가로 음식물을 받아오면,
절대로 먹지 않겠다고 맹세할 수 있는가?"

과연 그 누가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화려한 미사여구 하나 없이 꽉찬 글 속의 눈먼 자들은
군데군데 삶을 살아가는 우리를 향해 갑자기 멀었던 눈을 번득이며
질문을 해댄다.
찔끔. 결코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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