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글쎄 저희 병원에서는 건강보험 환자는 받지 않는다니까요. 몇 번을 말해야 합니까?
돈 있으시면 저희병원 이용하시고 없으시면 건강보험 혜택주는 병원 가보세요! 에이 참.. 바빠죽겠구만.”
흰색 병원 직원 복을 입은 남자가 신경질 낸다. 하하.. 정말 화나고 답답한 사람이 누군데...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폐지 되었다. 처음엔 그게 무엇인지도 몰랐다. 내가 보던 신문 어디에도
그것의 위험성을 말해주지 않았다. 방송 통신 위원회인지 먼지가 대통령 직속 기관이 되어버리고 난 후
방송에서 조차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무엇인지 말해주지 않았다.
하긴.. 삶에 찌들어 , 돈 벌기 바빠서 못본걸 수 도 있겠지만...
이제 왠만한 일로는 병원을 가기가 힘들다. 엠뷸란스를 타는 시점, 병원 문을 여는 시점부터 모든게 다 돈이다.
돈 돈 돈.. 건강보험 환자들은 어느 병원을 가나 찬밥신세다.
아버지가 위암이다. 단순한 위궤양이었는데 자식들에게 부담 주기 싫어 숨기다 암이 되버렸단다.
배가 아프고 속이 않 좋은 정도로 병원에 가는 건 미친짓이다. 아버지의 마음은 알지만 원망스럽다.
그토록 미련스럽게 참으신 아저지가.. 돈 없는 내자신이 미치도록.. 원망스럽다. 가슴이.. 마음이.. 찢어진다.
“아버지.. 죄송해요.. 죄송해요..”
눈물이 흐른다. 엉엉 소리도 나올 것 같아 입술을 깨물어 참는다.
“끅...끅..”
아버지 얼굴은 더욱 수척해지셨다. 그 얼굴에 힘겹게 웃음을 지으신다.
“괜찬아.. 이누마.. 살만큼 살았어.. 괜찬아.. 괜찬아..”
머릿속이 백지가 되버렸다. 어릴적 콜록만 해도 날 병원으로 데려가셔서 치료를 해주시던 아버지다.
그런 아버지가 아프신데 난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한다. 병원에도 데려가지 못한다.
입안이 비릿하다.. 악 다문 입술에 피가 흐른다.
예전엔 이렇지 않았는데.. 힘들고 어렵긴 했어도 이렇진 않았는데.. 2008년부터 모든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토록 원망했고 탓했던 사람이 물러나면서부터...
나라에 쥐새끼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하면서..
우리 동네에 들어섰다. 아버지를 휠체어에 모신체 1시간을 걸어왔다. 동네가 시끄럽다..
어 지훈이 아빠아냐?
“지훈이 아빠.. 무슨일이야?”
지훈이 아빠가 경찰서에 연행되어간다. 나쁜짓을 할 사람이 아닌데..
“선거법 위반이래요.. 내 손 이렇게 만든 빌어먹을 놈들 욕좀 올렸다고 선거
법위반이래요.. 벌금 못낸다고 버티고 항의 시위했다고.. 놔 이놈들아.. 내가 무슨 죄야.. 내가!!”
지훈이 아빠가 울며 소리친다. 그 소리는 헛되이 허공에 울린다.
옆집 지훈이 아빠는 한쪽 손이 없다. 대학 졸업하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지훈이 아빠는
결국 국책 사업인 운하 공사에 인부로 일을 시작하였다. 몇 년 일해서 모은 돈으로 조그만
전세방을 구했다. 전세값, 땅값이 빌어먹을 만큼 많이 올라버려 정말 힘들게 힘들게 돈을 모아야만 했다.
그리고 이제 조금씩 삶이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던 어느날 불행이 찾아온 것이다. 일을 마치고 집에가던 도중 마주오는 쥐새끼를 피하려다
그만 지훈이 아빠는 살이 찢기고, 오른쪽 발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하지만 가진 돈으로는
오른쪽 발가락 접합수술까지 밖에 할 수 없었다. 손등은 찢긴체로 병원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집에서 꼬맸지만 결국 파상풍으로 상처부위는 썩어들어간 것이다. 결국 그렇게 어렵사리 모은 전세금을
빼서 그 돈으로 썩어들어가는 손을 절단할 수 밖에 없었다.
운하일은 이제 더 이상 일자리가 없다. 공사 막바지인데다가 환경단체의 반대가
심해서 공사지연 상태다. 어차피 완공되면 일자리 없어지는 건 마찬가지다. 어짜피
지훈이 아빠는 실업자 신세가 될 운명이었던 것이다.
아버지를 모시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집에 도착했지만 집안은 차디차다.
우리나라에 이라크가 더 이상 석유를 팔지 않겠다고 하면서 기름값이 더 치솟았기 때문에
보일러는 쓸데없는 고철덩어리가 되있을 뿐이다. 빌어먹을..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
됐을때 인수위인지 먼지 하는 것들이 쿠르드족과 유전계약을 맺은 것이 화근이었다.
사실 이 사실도 몇 년 지난 지금에야 알게됐지만..
“아빠.. 아빠.. 우리도 기름좀 사오면 안되? 너무 춥단 말야..”
동그랗고 맑은 눈을 가진 6살 우리딸.. 그런 우리 딸에게 머라 해줄 말이 없다. 그저 미안하고 또 미안할 뿐이다.
‘아버지가 못나서 그래.. 아버지가..’
눈에서는 아까 겨우 참아 집어넣었던 눈물이 흐른다. 어제는 석유값 해결하라는 시위에 참가하고 왔다.
하지만 거기 시위해 참가했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 이 시위가 그저 우리의 분풀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대운하 뒤처리에 쏳아붇고 있는 돈 때문에 도저히 기름값을 내릴수 없는 상황이라는거 알고 있으니까..
“아빠.. 물 사줘.. 응? 나 물 먹고 싶어.. 깨끗한 물 먹어본지도 오래 됐자낭.. 응?”
“딸.. 어떤 쥐새끼가.. 물에 빠져서 뒹굴거려서 먹을물이 없는 거라구 몇 번 말했자나..
우리딸 착하지.. 쥐새끼는 건져 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알았지?? ”..
대운하가 더 이상 맑은 물을 볼 수 없게 만들었다. 지하수는 역류하고 오염되었다.
별도의 취수원을 만들어 식수를 공급했지만 그도 곧 한계에 부딪쳤다. 비용은 계속 발생하는데
수익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시설을 만들기 위한 비용, 정수비용, 개발, 탐사비용..
결국 또다시 정부가 내논 카드는 민영화였다. 그 덕분에 이제 물은 금물이 되어버렸다.
진작에 생수 수입에 뛰어들었던 사람들만 한 몫 챙겼다. 하긴.. 땅값 올라 돈 번 사람들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테지만.. 제길.. 퉤..
이제 그나마 호황이었던 부동산마저 끝장났다. 운하가 해주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몇배로 치솟았던 땅값 거품이 바람에 날아가 버렸다. 그로고 남은건 부동산을 담보로한 대출금뿐..
땅은 팔리지 않고 값은 떨어지기만 한다. 결국 대출이자를 내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쏳아진다.
그리고 그렇게 갚지 못한 돈은 결국 금융 위기로 이어진다. 미친 운하덕분에 대한민국이
이 꼬라지가 된 것이다. 양극화? 이제 그런 말 꺼내는 사람조차 없다. 그럴 기운조차 없어져 버렸으니까...
“다음 소식입니다. 북한의 위협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각종 불안 요소들로 인해 국가 신용도가 점점 하락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이기자 불러봅니다. 이기자?”
북한은 연신 전쟁을 일으킬 것처럼 액션을 취한다. 국가 신용도는 뚝뚝 떨어지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외국 기업은 추억속 일일 뿐이다. 아 그래도 외국인은 늘어나고 있다.
불안한 정국에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국가.. 미국의 군인들.. 그래.. 미군들만 늘어나고 있다.
미국은 툭하면 미군 철수할 것이라고 위협한다. 북한의 전쟁위협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얘기이다.
"더불어 예비군의 소집 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합니다."
이,..이런..씨불.. ;;
강경 강경 강경이 불러온 결과다. 나라는 굉장히 소란스럽다. 쥐잡기가 한창이라 더 그렇다.
대운하에 돈 꼴아밖느라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이틈을 틈타 정말 전쟁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북한도 체제의 한계를 느껴가고 있으니까. 이런 상황에서 미군 철수? 절대 안될말이지 암..
“여보. 우리애 영어 회화 학원이라도 보내야죠. 다들 영어수업 때문에 학교들어가기전에 3년씩
준비하는거 알잔아요. 우리애.. 유학은 못보내줘도.. ”
아내가 힘들게 일을 마치고 와서 말한다. 또 다른집 엄마들이 하는 얘길 듣고왔나 보다.
안다. 지금 애 영어공부 시켜놓지 않으면 학교 수업 조차 따라가지 못한다는거.
하지만 그렇게 과외 시키면 머하나.. 어짜피 좋은 대학은 갈수도 없는 걸.. 대학 입시 자율화가 되면서
사실상 본고사가 부활했다. 내신 비중이 낮아지고 소위 3불정책이 사라졌다. 내신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
명문대 많이 보내는 강남 8학군에 학생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서울시 전세값이 폭등했다. 도저히 난 내 아이를 저 학교들에
보낼 수 없는 형편이다. 자율형 사립고? 있는 놈들은 다 그곳에 입학을 시킨다.
대학에서 내놓은 정보들 가장 먼저 쏙쏙 빨아먹는다. 다들 영어도 수준급이다. 다들 유학파니까..
돈이 있으면 쉽게 명문대 간다. 공부를 좀 못해도 기여입학제가 있다. 고등학교는 자율형 사립고가 있고...
돈없으면 공부 잘해도 한계가 있다. 교육에 높디 높은 벽이 생긴 것이다. 돈이란 벽돌로 쌓은 넘을 수 없는 벽이..
대학교는 취업을 위한 곳이지 학문과 진리를 가르치는 곳이 아닌게 되버렸다
. 아니 취업 알선을 위한 회사가 되버린 것이다. 감당할수 없는 수준으로 올라버린 등록금..
점차 사라지는 학자금대출 예산..
이제 대한민국에 지위가 생겼다. 더 이상 열심히 공부하는 것 만으로는 성공하지 못한다.
교육에 격차가 생기기 시작했다. 멋지다.. 정말..
부모가 점점 죄인이 된다. 없는 집 아이는 좋은 대학에 가기가 너무 힘들어졌다.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하면 그 돈벌이 좋은 의사는 꿈도 못꾼다. 아이들에게 장래 희망을 묻지도 못한다.
돈이 있는 애들이 더 영어를 잘하게 되는건 당연한 얘기다.아비의 부는 자식에게 세습되며 고착화 되버린다.
건전한 부자는 더 잘살아도 된다. 하지만 더러운 투기꾼들 배는 갈수록 부르고 착하고 열심히 사는 우리들은 점점 배고파진다.
우리는 교육의 기회를 잃었고, 사람답게 치료받을 수 있는 길을 잃었으며, 한글을 잃어가고 있고, 동족을 잃어가고 있다.
거기에 국토마저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 스트레스 때문인가.. 오랜지가 땡기네.. 쩝.."
“아빠.. 어륀지~ 어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