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으로 너의 전화를 일부러 받지 않았다.
나도 한번쯤은 그래보고 싶었다.
괴물과 사투를 벌이듯 전화를 받고 싶은 마음과 열심히 싸워
나는 간신히 진동소리를 견디어 냈다.
그 힘겨운 승리로 내게 남은 것은 너의 이름 뒤에 찍힌 부재중 표시..
그리고 잠시후 덤으로 받게된 너에게서 온 한통의 문자메세지.
' 너 지금 어딨니? '
니가 물었다.
니가 없는데 대답하려다가 참았다.
원 미시시피, 투 미시시피, 쓰리 미시시피..
한참 숨을 고른뒤, 다시 그 질문을 꺼내 보았다.
' 너 지금 어딨니.. '
' 너 지금 어딨니.. '
' 너 지금 어딨니.. '
니 마음속에 대답하면 너는 많이 비웃으려나..?
마음이 답답해서 창을 열었다.
새로 이사 온 이 집.
환기를 시키느라 마주보는 두 창을 열어놓으니 바람이 그렇게 불어올수가 없다.
부엌창으로 들어와 거실창으로 나가는 바람.
이제 또 어디로 가는지 알길은 없지만은..
내가 가고 싶고, 갈 수 없는 그곳까지 단숨에 후후~ 날아갈지도 모르겠지만은..
어쩌면 아직도 이 집 근처를 맴돌고 있는지도 몰라.
지금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려오는 쌕쌕~ 바람의 한숨소리..
이제 가을이 내게로 달려오는걸까?
가을같은 바람은 기어이 내 마음을 어지럽힌다.
청소를 하려다 말고 마루에 드러누워 한참 바람냄새만 맡는다.
정신을 차리니 내 마음은 어느새 니 옆으로 가서 고이 누워버렸다.
우린 오늘 스치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 내 몸에서 자꾸 니 냄새가 난다.
샤워를 해야겠다.
빨래나 해야겠다.
남의 나라 시인은 그렇게 말했다지?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고..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언제나 먼저 전화를 끊는 너를 보며,
언제나 먼저 등을 보이는 너를 보며,
내 마음에 무수히 남은 상처들은 이미 나를 이렇게나 지치게 만들었는데..
사랑을 말하다
푸른밤, 성시경입니다. - 2006 . 08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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