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고 있지.
아무에게도 네가 열어보이지 않는 네 아주 마음 깊이
그 상처 투성이, 피투성이의 살벌한 투쟁의 역사를,
그리고 수도없는 자포자기의 순간들.
아무도 없는, 수증기로 꽉 찬 사우나 안에서 부르짖은 기도들.
닿을듯 말듯, 실현될듯 말듯, 잡힐듯 말듯 하던 꿈에 대한, 혹은 사람에 대한 기억들.
코앞에서 꽝 닫혀진 문들에 대한 아픔을.
하얗게 지새운 밤중 내다본, 생각보다 빨리 어딘가로 허둥지둥
보름달을 휙휙 지나치던 구름들.
셀 수도 없이 커피잔과 함께 들이킨 상념들.
방 모서리에 쪼그리고 앉아 씨름하던 기억들.
말하기 조차 지친
수레바퀴 돌듯 돌고 도는
삶에대한 굴레의 무게를.
"적과 흑"에서 스탕달이 말하던,
진실을 알고싶으면 눈 하나 바로 뜨는 것으로 족하더란
그 말의 울림을.
토마스 머튼의 "칠층산" 맨 마지막 페이지을 읽다
방바닥을 구르며 엉엉 운 틴에이저때의 그 맑음이 담긴
네 안의 아직 존재하는 깊은 호수.
광할한, 인간의 자취가 안보이는 곳에 가 살리라던,
봉쇄 수도원에 처박혀 살았더라면 좋았을
그 어쩌지 못하는 주변머리 영 없는 가련함을.
처철참을 보이지 않으려 더욱 편 어깨와 쳐든 이마.
그리고 또 내겐 보이지.
너의 달력 뒤에 감추어진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떠나갈 그 날.
그 날에 대한 너의 환상들.
그 날엔 비로소 넌 너 자신일 수 있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