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연의 벽속에는 오래된 그림하나가 다소 곳이 걸려있었다
삶에 고뇌하며 잠 못 이루던 나도
책상 앞에 앉아 들뜬 마음으로 밤하늘을 향해 편지를 쓰던 나도
벽 속에 갇혀 고개 파묻고 서럽게 울던 나도
‘사랑해’ 희열에 차 방문 들어서던 나도
발가벗고 발가벗어 더 이상 내어줄게 없었던 나도
거침없이 달려 하늘을 날아 주먹을 치켜들었던 나도
아무리 의연하려 애써도 자꾸만 무너지던 나도
녀석은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바람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날.
차가운 가을별 하나 반짝이던 그 밤에
벽속의 그가 뚜벅뚜벅 걸어 나와
날 안아주었다
금빛 그가
제 몸 흩날려 추위에 떨고 있는 나를
안아주었다
고맙게도,
포근히 잠들 수 있었다
웃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이제
무릎 세워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지독한 폭설,
하얀 들판 위 민들레가 만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