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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들판 위 민들레가 만발하다

김형주 |2008.04.02 13:37
조회 39 |추천 0


내 심연의 벽속에는 오래된 그림하나가 다소 곳이 걸려있었다


삶에 고뇌하며 잠 못 이루던 나도

책상 앞에 앉아 들뜬 마음으로 밤하늘을 향해 편지를 쓰던 나도

벽 속에 갇혀 고개 파묻고 서럽게 울던 나도

‘사랑해’ 희열에 차 방문 들어서던 나도

발가벗고 발가벗어 더 이상 내어줄게 없었던 나도

거침없이 달려 하늘을 날아 주먹을 치켜들었던 나도

아무리 의연하려 애써도 자꾸만 무너지던 나도


녀석은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바람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날.

차가운 가을별 하나 반짝이던 그 밤에

벽속의 그가 뚜벅뚜벅 걸어 나와

날 안아주었다


금빛 그가

제 몸 흩날려 추위에 떨고 있는 나를

안아주었다

 

고맙게도,

포근히 잠들 수 있었다

 

웃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이제

무릎 세워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지독한 폭설,

하얀 들판 위 민들레가 만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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