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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이 섹시해지는 이유 있었네

The Skin |2008.04.02 14:49
조회 981 |추천 2



‘남자들이여. 부드럽고 아름다워져야 생존할 수 있으리니’

아침 샤워 후 말끔히 면도한 얼굴에 스킨로션부터 아이크림, 에센스, 자외선 차단제까지 꼼꼼히 바르는 젊은 남성의 이야기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울긋불긋하게 색조화장을 하지 않을 뿐 피부와 몸매 관리에 신경 쓰기는 여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흐름을 화장품 업계가 놓칠 리 없다. 모공, 기미를 감춰주는 색조화장품 ‘보닌 더스타일 포토제닉’(LG생활건강), 근육을 탄력 있고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앱도스컬프트’(비오템옴므) 등 남성용 화장품 시장은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남성 패션이 화려해지고 대담해졌다고 호들갑을 떨 일도 아니다. 언젠가부터 남성복에도 빨강, 노랑 등의 원색은 물론이고 산뜻한 라임컬러나 귀여운 느낌의 핑크까지 다양한 색상의 옷이 등장했다. 조인성, 천정명 등 꽃미남 스타들이 드라마와 영화에서 입고 나온 꽃무늬 셔츠나 재킷이 일반 남성 사이에서도 유행하는 등 남성 패션은 나날이 현란해지고 있다.

스키니진, 젊은 남성 사이 폭발적 인기

요즘엔 한 걸음 더 나아가 섹시함을 강조하기 위해 등장한 스키니진(바지통이 아주 좁아 다리에 착 달라붙는 진)이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심지어 앞쪽에 프릴(잔주름을 잡은 가늘고 긴 장식천)이나 레이스를 단 셔츠, 앞가슴 부위에 요란한 주름장식을 달고 목에는 줄 리본으로 묶음 장식을 한 블라우스형 셔츠까지 나왔다.

물론 과거의 품 넉넉한 통자형이 아니라 허리선이 쏙 들어가 몸에 잘 맞는 스타일이다. 요즘 남자들의 옷은 이처럼 어깨와 허리, 엉덩이와 허벅지 등 몸 구석구석이 몸에 착 달라붙는 게 주류다.

그야말로 “이거 남자 옷 맞아?” 할 만큼 여자 옷인지 남자 옷인지 한눈에 구분하기 어려운 옷 투성이다. 크리스찬라크르와 옴므의 김다인 디자인실장은 “남성복에 여성적 느낌이 전이되면서 남성의 곡선을 드러내는 날카로운 실루엣과 다양한 장식을 한 옷들이 유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크림과 자외선차단제 등으로 노화를 방지하려는 남성이 많다. 사진은 거울 앞에서 화장하는 남성과 남성용 화장품. 이런 경향은 전통을 중시하는 남성 정장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올들어 여성복처럼 허리를 잘록하게 넣어 S라인을 강조하고 허리선을 높게 해 다리가 길어 보이게 하는 날씬한 스타일의 슈트가 주종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권위적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에 어깨가 넓은 박스스타일의 재킷을 입고 있다면 이제는 ‘촌스럽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속옷은 더 야해졌다. 몇 해 전부터 남성속옷에도 컬러풀한 줄무늬와 체크무늬 등이 등장했지만 지금은 한층 더 패셔너블한 멋을 살릴 수 있는 남성 속옷이 남성들을 유혹하고 있다. 특히 로라이진(밑위 길이가 짧은 진)이나 스키니진처럼 겉옷의 변화는 속옷의 변화를 유도했다.

남성 팬티는 드로우즈 스타일 등장

종전 삼각이나 트렁크 팬티 일색이던 남성 팬티는 드로우즈(트렁크 스타일이면서도 피부에 착 달라붙는 팬티) 스타일이 등장하며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속옷전문브랜드 보디가드에서 2003년 전체 팬티 매출 중 15%를 차지했던 드로우즈는 올해 2배 이상 증가해 매출 비중이 35%에 달한다. 드로우즈 판매율이 높아진 것은 겉옷 맵시까지 살려주는 속옷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속옷전문브랜드 르페의 조혜선 디자인 실장은 “몸매를 잘 살려주면서도 편안함이 강조된 드로우즈의 인기나 입체적 패턴으로 맵시를 살려주는 속옷을 찾는 남성 고객이 많아진 것은 진정한 자기패션과 자기표현에 대한 남성들의 욕구가 높아졌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뒷면이 훤하게 비치는 망사팬티부터 꽃자수가 화려하게 디자인된 레이스가 달린 팬티, 심지어 남성 T팬티까지, 이제 남자팬티는 그 화려함과 섹시함에 있어 여자팬티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속옷전문브랜드 섹시쿠키의 전지연 디자이너는 “과거 남자 속옷은 여성 속옷과 디자인 컨셉트를 철저히 구분했으나 지금은 전제품 중 20% 이상이 여성 디자인과 같은 제품으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매트로 섹슈얼(패션에 민감하고 외모에 관심이 많은 남성을 이르는 말)을 넘어 크로스 섹슈얼(단순한 외모 가꾸기 수준이 아니라 여성의 액세서리는 물론 의상이나 헤어스타일, 화장까지 차용하여 자신을 꾸미는 남성)이라는 용어가 탄생한 배경이다.

트렁크 스타일이면서 몸에 착 달라붙는 드로우즈(위)와 화려한 무늬의 삼각팬티. 지난 12월 1일부터 10일까지 대학로 쇳대박물관에서 열린 ‘남자를 위한 장신구’전도 최근의 사회·문화적 변화를 보여준 의미 있는 전시회다.

그동안 주로 여성의 전유물이라던 장신구에 대한 인식을 깨고, 남성을 위한 다양한 장신구가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 전시회에는 서정기, 서상영, 최우현, 한젬마, 정용진, 황두진, 리사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 부인 등 한국의 장신구, 패션, 건축 분야에서 활동하는 초대작가 37명과 젊은 금속공예가 41명이 참여했다. 넥타이, 커프스링크 등 전통적인 장신구 외에 꽃 브로치, 목걸이, 반지 등 다양한 액세서리가 출품됐다.

전시 기획자인 전용일 국민대 교수는 “남성이 패션과 미용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현상은 남성을 바라보는 사회·문화적 시각에도 변화가 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 전시는 장신구를 통해 새롭게 조명되는 남성성에 대한 고찰을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사실 오랜 인류 역사에서 장신구는 여자 뿐 아니라 남자도 착용했다. 단 신분을 나타내는 도구로서의 역할이 컸다. 고대 이집트만 해도 상류층 남성과 여성은 금이나 원석, 에나멜, 상아 등으로 만든 값비싼 보석류를 착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팔찌, 발찌, 목걸이, 귀고리, 반지, 벨트 등이다.

남성을 위한 다양한 장신구 선보여

공예·디자인평론가인 이수목씨는 “목걸이, 팔찌, 귀고리, 브로치 등의 화려한 장신구가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은 19세기에 절정을 이루었다”며 “그러나 꾸미기 좋아하는 남성들의 출현과 함께 성정체성에 대한 근대적 사고에 반하는 문화적 현상들이 자주 등장하면서 장신구 또한 남성들이 자신을 잘 표현하기 위한 좋은 아이템으로 부상하게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삼성패션연구소 김정희 과장은 “1960년대 남성들이 몸치장과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되고 옷차림이 다채로운 경향을 보이자 칼럼니스트 조지 프레지어는 이런 현상을 일컬어 ‘공작새 혁명’이라고 불렀다”며 “최근의 남성들의 변화는 공작새혁명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196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사회는 1950년대에 비해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격변을 맞게 되고 그 결과 남성의 옷차림에도 영향을 끼쳤다.

남성들도 장발과 화려한 프린트 셔츠, 네루재킷(컬러를 높이 세운 긴 상의) 등이 유행했다. ‘공작새혁명’이라는 용어는 이 시기 남성들의 멋내기 혁명에서 탄생한 것이다. 수컷 공작새처럼 화려해졌다는 의미다.

사진은 처녀에게 선보이기 위해 화장한 아프리카의 워오디배족 신랑 후보(출처: 성하출판의 ‘별난 인종 별난 에로스’). 화장을 하고 피부를 가꾸며 예쁜 옷을 입어 자신을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남성들의 노력을 가리켜 사회생물학자들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라고 말한다. 경제력을 가진 여성들이 더 이상 남성의 지갑에 의존하지 않게 되면 굳이 결혼제도 속으로 들어가 남성을 떠받들고 살 이유가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조디 포스터처럼 결혼을 거부한 채 아이만 낳아 기르는 비혼모 여성이 증가하는 것도 이런 흐름을 대변한다. 몇년 전 호주의 모내쉬 대학의 과학자들은 정자의 도움 없이도 난자를 수정시키는 방법을 개발하기까지 했다. 남자 없이도 마음만 먹으면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 결과 여성은 권력이나 재력이 있는 남성보다 아름답고 부드러운 남성을 선호하게 된다. 사회생물학자들의 논리는 이런 시대에서 남성은 여성의 눈에 들기 위해 자신을 꾸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의 저자로 사회생물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는 “이런 변화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굉장히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여성은 더 고와져 자기만족을 얻으려고 화장을 하지만 남자가 화장을 하며 자신을 꾸미는 것은 살아남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라고 단언했다.

최 교수는 “앞으로는 여자보다 남자가 성형을 더 많이 하게 되고 화장품이나 옷을 사는 데 더 많은 돈을 쓰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같은 주장의 바탕에는 다윈의 ‘성선택론’이 있다. 다윈의 ‘성선택론’은 그가 1859년 ‘종의 기원’을 출간한 지 12년 후인 1871년 ‘인간의 유래’라는 저서를 통해 밝힌 것으로, 자연계의 거의 모든 생물에서 수컷이 암컷들보다 훨씬 더 화려한 외모를 가지고 있고 노래와 춤을 잘추며 수컷끼리 끊임없이 경쟁하며 위태로운 삶을 사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수컷이 암컷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 구애하기 위해 수려한 깃털을 펼친 공작새 수컷, 암컷과 장난치는 긴 갈기의 수컷. 다윈의 성선택론에 따르면 번식에 관한 결정권은 궁극적으로 암컷에게 있다. 동물의 세계에서 암컷과 교미하여 후세를 남기는 수컷은 전체의 10% 미만에 불과하다. 소수의 선택받은 수컷들이 다수의 암컷을 독점한다. 나머지 90% 이상은 암컷과 짝짓기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지구상에서 사라진다.

수컷들이 암컷에게 선택받아 후손을 남기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두 가지. 첫째는 아주 매력적이어서 암컷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공작새 수컷이 쓰는 전략이 대표적인 사례다.

공작새 수컷의 화려한 깃털은 암컷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기능을 제외하곤 이로울 게 없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도 카바레에서 만난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제비에게 몸과 마음 바치고 돈까지 갈취당한 아줌마들이 어디 한 둘이던가.

두 번째 방법은 암컷들이 필요로 하는 자원을 독점하여 그들의 선택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북방코끼리바다표범은 번식기가 되면 북미 대륙의 바닷가 모래밭에 모여 피 튀기는 싸움을 한다. 넓은 모래사장은 혈투 끝에 최종 승자가 된 수컷의 영토가 된다.

암컷들은 모두 그 수컷의 아내가 돼 그 수컷은 많을 경우 무려 100여 마리의 암컷을 거느리게 된다. 인간도 권력이나 재력을 가진 남성이 첩까지 두며 여러 여성을 거느린 적이 있었다.

지금도 상당수의 여성에게 배우자 조건 0순위를 물으면 ‘재력’이라고 말한다. 이는 그동안 남자들이 출세에 목맬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됐다.

권력·재력보다 아름다운 남성 선호

주지할 점은 여성이 경제적으로 독립하면 수컷의 두 번째 방법은 더 이상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점이다. ‘나는 미소년이 좋다’의 저자인 남승희씨는 “여성이 독립적이 될 때 미소년 애호가 생겨난다”고 말했다.

또 영국의 진화심리학자들이 전형적인 미남의 사진을 컴퓨터로 조작해 현대 여성들의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같은 사람이라도 얼굴의 특정 부분(입술)을 여성적으로 변화시킨 사진을 압도적으로 선호했다고 한다. 터프한 미남보다 부드러운 미남을 선호하는 현대 여성의 경향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다.

‘남자를 위한 장신구’ 전에 출품된 다양한 남성용 장신구.

최재천 교수는 “자연계에서 보면 수컷은 암컷보다 아름답고 대낮에 처절한 힘겨루기를 하는 건 모두 암컷을 차지하겠다며 목숨을 거는 수컷들”이라며 “이것이 자연계 섭리로 이제 인간사회도 성선택권이 여성에게 더 주어지고 남성들은 선택받기 위해 성형을 하는 등 더 예뻐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오랜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해 성비가 균형을 잃어 2010년부터는 한국 남자 대여섯 명 중 한 명은 결혼할 여성을 찾지 못한다고 한다. 그만큼 여성의 성선택권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시대가 바로 목전에 온 것이라면 요즘 남성의 패션이나 미용에서 두드러지는, 예뻐지고 섹시해지는 변화는 지극히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더구나 대한민국은 지구상의 그 어떤 나라보다 변화가 빠른 곳이다.

얼마 전 미 서부 최대 일간지인 ‘LA타임스’는 “전세계 굴지의 화장품회사들이 남성용 화장품을 개발해야 하는지를 두고 회의를 하는 시기에 동양의 작은 나라 한국에서는 벌써 남성화장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한국인의 선견지명과 발빠른 변화에 서양인들도 혀를 내두른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작은 얼굴, 또렷한 이목구비에 컬러풀한 화장을 하고 나풀거리는 아름다운 의상과 현란한 하이힐로 치장한 ‘아름다운’ 남성들을 거리에서 조만간 쉽게 만나게 될지 모른다
추천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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