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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 (Ang Lee, 李安)

류영주 |2008.04.11 10:24
조회 121 |추천 0


 

  '리안(1954- )'은 대만 중산층의 삶을 소재로 삼은 경쾌한 드라마를 만들다가 드라마적 재능이 눈에 띄어 할리우드로 진출했다.
  대만 내에서 '리안'의 존재는 미묘했다. 리안의 영화 이전 대만영화는 중산층 관객을 붙잡아둘 만한 소재를 개발하지 못했다. '리안

'은 중산층 사람들을 소재로 해체되는 전통적 가족구조를 다루되, 경쾌한 희극풍으로 묘사했다. 편집양식이나 이야기구조가 할리우드 스타일에 가깝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그가 대만 뉴웨이브의 전통에 흠집을 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대중적으로 '리안'은 인기가 있다.
  '리안'은 미국 '일리노이대학'에서 공부했으며 등의 16mm 단편영화로 뉴욕대학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6년 동안 뉴욕에 머물면서 별다른 직업없이 지내다가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사인 중앙전영공사 주최 시나리오 공모에서 로 1등상을 받는다.
  대만전영공사는 당선작의 영화화뿐만 아니라 '리안'에게 두 작품을 더 만들도록 후원한다. 리안은 뉴욕에 계속 머물면서 세편의 대만영화를 만들었다. 이라는 제목의, 비디오로만 소개된 데뷔작 (1992)는 리안 영화의 특징을 잘 요약한다.
  뉴욕에 온 대만의 쿵후 선생과 이민와 뉴욕에 정착한 아들 가족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을 다룬 이 영화는 개인과 가족, 현대와 전통, 서양과 동양의 대립이 한 가족 내에서 벌어지는 풍경을 매우 유머러스하고 리드미컬하게 묘사했다. 동성애자인 대만 출신의 미국 유학생이 부모의 강권으로 결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1994), 중국 전통요리의 대가인 아버지와 각각 천방지축의 삶을 살아가며 아버지를 상심하게 하는 세딸의 이야기 (1994)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리안' 영화의 장점은 해체되는 가족이라는 문제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경쾌한 코미디 안에 풀어놓는 솜씨에 있다. 늘리고 맺는 편집 리듬 감각도 탁월해 마치 영화 전체를 한편의 음악처럼 능숙하게 끌고 간다. 이 점에서도 유장한 롱테이크가 마치 기본화법처럼 돼 있는 대만 뉴웨이브와는 확연히 다르다. 은 베를린영화제 금곰상까지 수상하며 '리안'을 대만의 또다른 스타감독 대열에 올려놓았다.
  할리우드는 '리안'의 드라마 구성 능력을 높이 사 뜻밖에도 19세기 영국을 무대로 한 시대극 (1995)의 연출을 맡긴다. '제인 오스틴' 원작의 영국 시대극을 신예 동양감독에게 맡긴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리안'은 “한세기 전의 영국은 지금의 대만과 통한다. 이미 서구에서 사라져버린 것이 동양에 있다. 점점 사라지는 것, 점점 멀어지는 관계가 여전히 내 관심사다”라며 그럴듯하게 설명했다. 결과는 '리안' 특유의 화법은 숨었지만 영국인들도 박장대소하며 좋아한 감칠맛 나는 대사의 코믹한 시대극이 나왔고 '리안'은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을 다시 한번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할리우드에서의 두번째 작품 (1997)은 어쩌면 그의 대표작이 될지도 모른다. 아무런 유대감 없이 부부교환(스와핑) 같은 자기해체적 유희에 몰두하는 1970년대 미국 중산층 가족의 황폐한 일상을 묘사한 이 드라마는 현대인들의 심리적 온도와 질감을 뛰어난 영상감각으로 그려낸 역작이다. 놀랍게도 이 동양감독은 영국인과 미국인의 초상을 어떤 영미권 감독보다도 냉정하고 예리하게 그려낸 셈이다.는 이후, 리안 감독의 새로운 중국어영화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것은 좀더 복합적인 층위를 갖고 있다. 알다시피 그는 이민 2, 3세대가 아닌 아시아 출신 감독으로서 할리우드 내에서 타자라는 자의식이 없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다. 을 만든 해 리안은 이례적으로 이 뽑은 미국 최고의 감독으로 선정됐고 당시 그를 묘사하는 대목은 이렇다. “리안은 어느 문화에나 편안하게 다가가면서도 신랄한 시선을 잃지 않는, 코스모폴리탄이자 카멜레온.” 도 이 그러했던 것처럼, 전통에 기대면서도 전혀 얽매이지 않는 코스모폴리탄으로서의 리안 감독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렇게 리안은 여전히 머물 곳을 찾지 않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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