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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공지영

엄민지 |2008.04.12 01:57
조회 87 |추천 2

 

 

항상 내 편이라 믿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나를 이만큼 끌어주었다.

그게 누구였든간에, 누구이든간에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거다.

어쩔 수 없이 외로울 수 밖에 없어서

우리는 모두 '내가 어떤 삶을 살든' 응원해 줄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냉정과 열정사이 Rosso이후로

한 장 넘기고 고개를 들어 한 번 생각하고,

그렇게 줄어드는 페이지가 아쉬워

생각하고 또 생각했고

떠올리고 또 떠올렸다.

 

새로 생긴 출판사인지 교열이 너무 엉망이라

오타는 왜이리도 많은지,

이 좋은 책에 중간중간 맥이 끊겨서 화도 많이 났었다.

 

자기 앞의 생의 모모와

동화책 모모를 혼동하는 작가도 짜증이 났고.

 

그치만 그 모든걸 차치하고

딸이 어떤 삶을 살든 응원하겠다는 엄마와

삶이 자신에게 상처 입히는 것을 허락하겠다는 딸은

눈물이 나도록 아름다웠다.

고3, 매주 화요일, 나도 이런 편지를 받을 수 있었다면.

나도 책을, 삶을, 사랑을 이야기 할 수 있었다면.

순간 엄마가 너무 미워졌는데

또 결국은 이런 나를 우리 엄마가 만들어 준 거라면

감사해 해야지, 싶었다.

 

 

당신은 아무도 사랑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 사람에 대한 편견과 기대라는 관념을 사랑하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은 결코 누구도 신뢰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로지 그 사람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신뢰할 뿐입니다.

 

삶은 우리보다 많은 걸 알고있는 것 같아.

내가 아니라 말이야.

그러니 네 꿈조차도 규정 속에 집어넣고 못질해버려서는 안되는거야.

네가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꿈을 꾸는 것과

그것 외에는 어떤 가능성도 차단하는 것과는 다른거야.

꿈이 네 속에 있어야지 네가 그 꿈속으로 빠져버려서는 안된다는것, 오스카 와일드도 그걸 통찰해내고 있어.

 

사랑은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아.

다만 사랑 속에 끼워져 있는 사랑 아닌 것들이 우리를 아프게 하지.

 

하지만 명심해야 할 일은 

우리는 언제나 열렬히 사랑하기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서둘러 사랑하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는 거야.

 

'우리의 동경이 현세에서 이루어지지 않아도,

우리가 사랑하는 삶이 우리를 우리가 바라는 대로 사랑하지 않아도,

우리를 배반하고 신의없게 굴어도'

삶은 어느 날 그것이 그래야만 했던 이유를 가만히 들려주게 될 거라고.

그날 너는 길을 걷다가 문득 가벼이 발걸음을 멈추고,

아하, 하고 작은 미소를 지을 수 있다고.

그러니 두려워 말고 새로이 맑은 오늘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이야.

 

 

사랑과 삶이라고 믿었던 것들에서 받은 상처들이

진실로 사랑이고 삶이었다면

상처받지 않았을거야.

내가 그렇다고 믿어왔던 것들은

사랑이 아니라 자기애였고

그리고 사랑이 아닌 그 모든 것들이었겠지.

돌이켜보면 헤어진 후에 그리운건

그 사람이 아닌 그 사람과 했던 모든 것들인 것 처럼.

 

그러니 이제는 조금 천천히

삶에게 상처도 받아보고

그래서 털썩 주저 앉아 떼도 써보고

펑펑 울어도 보려고.

되도 않은 '난 괜찮아' 이런 비인간적인 '쿨함'말고

온몸으로 부딪혀서 부서지고 깨지는 용기.

그리고 그렇게 사랑하고 살아갈 힘.

  

추천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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