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만 열면 바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정말 할 일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하지 않아도 될 일이거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해도 되는 일임에도 모두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떠맡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그는 자신이 속한 집단, 이를테면 가정이나 회사 등에서 자신의 존재의미가 불확실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시라도 짬이 나고 쉴 시간이 생기면 오히려 불안하고 당황해한다. 무언가 일을 하고 있을 때만 존재감을 느끼고 안심이 된다는 말이다. 이런 이류로 딴 생각을 할 만한 시간이 주어지는 것보다 몸이 힘들어도 바쁜 것이 오히려 좋다.
이런 사람은 일에 빠져 바빠야만 비로소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일원이 된 듯한 안도감을 갖는다. 하지만 그렇게 하루 종일 동동거리며 일에 몰두하다가 지친 모습을 보면 가족이나 회사 동료나 상사가 그를 칭찬하고 격려할까?
더욱이 이런 사람들은 늘 바빠서 힘들어하지만 그렇다고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지도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그것만이 자신의 자부심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곧 그가 당장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찾아서 하고 남의 일까지도 떠맡아 버거워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자기 학대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바쁜 사람은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다. 한가하게 하늘을 올려다 볼 시간도 여유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왕년에 내가 말이야'로 시작하거나 '옛날에 살던 집은 5백 평이 넘었지'와 같이 현재 아무리 떠들어봐야 아무 소용없는 자랑을 늘어놓는 사람이 있다. 또 부모님의 출세담이나 잘나가는 형제들 이야기뿐 아니라 '우리 친적 중에 국회의원이 있어'라든지 '내 친구가 대법원 판사라니까'식의 자랑거리로 입에 침이 마르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것은 자신의 열등감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것밖에는 안 된다. 특히 자랑거리가 그 자신에 관한 것이기보다 가족이나 친구, 친척, 이웃 등등으로 확대될수록 '나는 이렇게 별 볼일 없는 사람이오' 하는 열등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에 불과하다.
이는 현실에서는 아무 자랑거리도 자신감도 없으므로 그런 말조차 늘어놓지 않으면 스스로가 너무 초라해 보여서 견딜 수가 없다는 심리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로부터 이런 말과 함께 비밀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너와 나만의 비밀 이야기이니 절대로 아무에게도 누설하면 안 된다는 다짐을 받으면서. 하지만 바로 그 말을 하는 당사자야말로 비밀 폭로의 진원지가 될 확률이 가장 높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는 비밀을 지키기보다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 욕망이 큰 사람이다. 비밀을 알게 되었으면 지킬 것이지 왜 폭로하고 싶어 안달이 나는 걸까?
그것은 비밀을 알면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이 매우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또한 오직 나 혼자만이 그 비밀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자랑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성숙되지 못한 인격으로 인한 잘못된 충동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조직 구성원으로서 조직에 대한 애정이나 책임감, 의무감이 확립되지 못한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 내가 알고 있는 비밀이 누설될 경우 조직에 미칠 영향이나 책임 등을 생각할 만큼의 최소한의 신중함이 있다면 쉽게 입을 열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신중한 사람인데도 쉽게 입을 열었다면 또 다른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생각 할 수도 있다.
이런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은 자신의 존재감조차도 불완전할 뿐 아니라 매우 심한 열등감에 사로잡힌 소심한 사람이다. 그래서 어떤 일에서든 자기 의도가 상대방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고 묵살되거나 무시되면 '창피당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창피를 주고 모멸감을 느끼게 한 상대방에게 언젠가는 꼭 갚아주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의미에서 창피 운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소심하고 열등감에 사로잡힌 상태에서는 되갚아주는 것도 쉽지 는 않을 것이다.
이는 자신의 잘못을 정당화시키려는 방편이다. 밥 먹듯이 핑계와 변명을 늘어놓는 것은 자신의 무능력이나 나약함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으려는 발버둥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자신의 무능력과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므로 그것을 인정하는 대신 합리화하고 부인하려 애쓰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지나치게 자신감이 부족한 경우다. 즉, 일관된 자기 존재감이 형성되지 못한 것이다. 죄를 지은 사람도 역시 사람들과 눈을 맞추지 못한다. 또한 무언가 상대에게 켕기는 일이 있거나 죄책감이 있는 사람도 무의식적으로 이런 행동을 보인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했다. 마음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상대를 바로 보거나 그렇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경우도 있다. 누가 말을 하면 말하는 내내 그의 눈을 정면으로 주시한다. 이는 눈을 맞추지 않는 것만큼 큰 실례이다. 상대방 입장에서 그런 행동은 불신의 표현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무언의 압력으로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명함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내세우는 도구이다.
이들은 어떤 직업, 어떤 직위를 가졌느냐로 상대방을 평가한다. 그들에게는 몇 마디 인간적인 대화보다는 한 장의 명함이 더 소중한 목적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자기 명함을 서둘러 돌리고 남들의 명함도 최대한 재빠르게 수거하는 것이다. 그다음에는 지위와 배경을 확인하여 인맥으로 삼을 것이지 말 것인지 를 재빠르게 결정짓는다.
어떤 경우에는 화려한 경력이나 이력을 줄줄이 새겨 넣기도 한다. 과시욕이 지나친 경우다.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자기를 높게 평가하리라는 착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곧 열등감까지도 쉽게 드러내는 결과를 초래한다.
가까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해 말투가 전혀 다른 사람이 있다. 이는 평소에 억압당하고 있으며 열등감과 공격성이 강한 사람들이다. 늘 억압되어 살다 보니 자신을 억누르는 공간이나 상대에게서 벗어나면 억압된 심리가 무의식적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즉, 그와 가까운 주변인에게는 친절하고 상냥하면서도 껌을 파는 노인이나 잡상인, 백화점 점원 등에게는 확연히 다른 말투로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억압된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