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겨울
의 거리,
그대가 헐벗은 가로수
들 사이를
홀로 걷고 있을 때,
불현듯 한 여자
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순간 그대 가슴 밑바닥에
모과열매
하나가 툭 하고 떨어져 내리는 소리
가 들린다면,
그것을 사랑의 시작
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한여름의 버스정류장,
그대는 불볕더위
속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갑자기 심하게 목이 마르다.
그 순간 평소 알고 지내던 남자 하나
가
어디선가 나타나
냉각된 캔커피
하나를
말없이 그대에게 내밀고 사라진다.
그 남자의 뒷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그대 늑골
속이
환하게
밝아진다면
그것을 사랑의 시작
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이외수의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