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즉석카레나 참치 캔을 한 번 쯤은 먹어봤을 것이다. 더더욱 자취생이라면 이들보다 간편하고 맛 자체 또한 객관적으로 뒤지지 않는 메리트를 가진 먹 거리를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 나 또한 이들과 친밀한 인연을 맺은 지 도 벌써 2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늘 이들을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주 : 영미권에서 쓰이는 의미의 슈퍼마켓; 우리나라의 경우 농협의 하나로 마트 또는 예전에 LG슈퍼마켓 등)에서 구입하면서 찜찜한 의문을 품게 되었다. 왜 하필 참치는 마일드 시리즈가, 즉석카레는(짜장도 마찬가지) 쇠고기가 들어가 있으면 동일시리즈의 일반적인 제품 가격보다 싼 것일까? 이건 무슨 의미일까? (라는 고민도 하기 전에 싼 가격만보고 어느새 그것들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지만) 늘 궁금해왔다.
나는 이 상황에 대해 나름의 추측 , 추론을 해보았다. 가장먼저 세워본 가설은 나름대로 경제학(이라고 거창하게 말할 것 까지는 없지만)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추측을 해보았다. 카레의 경우 '쇠고기'시리즈가 더 시장에 많이 풀리고, 참치의 경우 '마일드'시리즈가 더 시장에 많이 풀린다. 그래서 수요 공급의 원리에 따라서 공급량이 많아진 이들은 가격이 내려가게 되어있다. 뭐 이정도의 추측을 하고 혼자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 가설을 '마일드 참치'까지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카레의 경우 일반적인 즉석카레나 '쇠고기'가 붙은 카레나 맛의 차이가 별로 없지만(내가 둔한 것 일지도 모르지만)마일드 참치의 경우 라이트스탠다드(주 : 통상적으로 일반참치 라고 부를 수 있는 것, 이하 '일반참치')와 맛에 있어 확연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감각적인 언어표현을 사용해보면 일반참치보다 마일드 참치가 덜 기름지고 텁텁한 맛이 있다.(따져보면 둘 다 같은 뜻 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언제한번 참치를 만드는 회사의 홈페이지를 찾아가서 각 제품의 제품소개를 보았다. 그랬더니 여기서 일반참치의 경우 "그냥 드시면 육질의 담백한 맛과 고소한 맛이 더욱 살아납니다. "라고 광고해놓았고, 마일드 참치의 경우는 "기름의 양을 줄여 단백하고 부드러운 맛이 좋습니다." 라고 해놓았다. 그러나 이것은 맛의 차이를 설명해 놓은 것이지 가격의 차이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쇠고기'가 붙은 즉석카레와 일반참치와 마일드 참치의 가격차이가 나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의 원점으로 돌아가 보자. 이 의문을 오늘 반드시 해결해 보고자 나는 정보들을 수집해 보았다. 그러면서 느낀 점이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이러한 엉뚱한 의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이 쓸데없는 탐구심(나쁘게 말하면 집착)에 대한 정당성을 조심스레 합리화할 기회를 얻었다.
각설하고 수집한 정보들을 분석해보니 여러 가지 설(?)들이 있었다. 재료가 나쁜 걸 쓴다는 둥 중국제를 쓴다는 둥 유통기한이 지난 걸 은근슬쩍 내 놓는 것이라는 둥 온갖 낭설들이 난무하였다. 그 자료들 중 나는 내 주관적으로 가장 그럴듯한(그리고 객관적으로도 공신력이 있다고 명시가 되어있는 글들)자료들에 대해 나의 의견을 더하여 피력해보겠다.
먼저 '쇠고기'가 붙은 즉석카레에 대한 진실(잠정적인)에 대해 언급해보겠다. 이것은 카레를 만드는 회사에서 수년전에 마케팅용으로 시장에 많이 풀어서 반값에 가깝게 공급한 적이 있다고 한다.(일종의 이벤트성) 그런데 그 물량들이 아직도 많이 남게 되어서 그렇게 팔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물량이 많이 남아서 그렇게 한다고 하는 것은 제품의 신선도 문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드는데, 내가 직접 일반 즉석카레와 '쇠고기'가 붙은 즉석카레의 유통기한을 확인해 본 결과 차이가 없었으므로 이 점은 아닌 것 같다. 어쨌든 이와 같은 마케팅의 유사한 예로는 대형마트에서 콜라를 700원대 정도에 파는 일이다.(환타는 정가에 가깝게 팔지만) A를 위해 B를 조금 희생하는 또는 B를 위해 A를 조금 희생하게 하는 묘한 심리전 요소가 포함되어있는 마케팅이다.
다음으로 '마일드 참치'에 대한 진실(이것 또한 잠정적인)이다. 돌이켜보면 이 의문은 별로 가질 필요가 없는 의문이었다. 이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의 그대로가 답이다. 즉 맛과 재료가 다른 것이 맞다. 그래서 가격이 다른 것이다. 일반참치의 경우 면실유(주 : 목화씨에서 짜낸 반건성유. 식용하고, 경화유(硬化油)로 만들어 마가린, 비누 따위를 제조하는 데도 쓴다.)의 양이 더 많고 마일드 참치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가격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리고 면실유의 양에 따라 보존성에서도 차이가 난다하니 이는 그것으로 의문이 해결된 듯하다. 보존성에 대한 비교는 조만간 대형마트에 가서 해 볼 예정이다. 대게 통조림의 경우는 5~7년 정도의 유통기한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 점에 대해 별 생각을 하지 못 했던 것은 나의불찰이라 하겠다.
사실 이 모든 결론들은 잠정적인 것이다. 내가 직접 이들에게 전화나 이 메일로 물어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뭐라고 장담할 일이 아니다. 물론 전화나 메일로 물어보면 바로 답을 얻을 수 있겠지만 한번쯤은 이런 생각도 해 보고 싶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해졌다. 엉뚱한 의문에서 시작된 일이지만 왜 이런지에 대해 나름대로의 진지한 고찰을 할 수 있었고 결과도(잠정적이지만) 얻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