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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사랑에게]  틀린 그림 찾는 여자

김경진 |2008.04.16 17:06
조회 194 |추천 2


내가 날 믿지 못하는 날 베스트 쓰리!

 

아침엔 비가 내렸는데 오후에 말짱하게 개어버린 날,

주머니 없는 옷을 입고 외출 한 날,

무거운 물건을 들고 지하철 타는 날,

이런 날, 난 영락없이 우산을 잃어버리고,

화장실 세면대 위에 휴대폰을 두고 찾아 헤매고,

지하철 선반 위에 물건을 올려놓은 채 내립니다.

 

제일 자주 잃어버리는 건 작은 귀걸이들이에요.

금속 알레르기가 있어서..조금만 오래 귀걸이를 하고 있으면,

가렵고 아프거든요. 그래서 빼서 보이는데다 놓아두었다가

그냥 새까맣게 잊어버리고는 나와 버리는 거죠.

 

며칠 전에도 친구랑 카페에서 수다 떨고 놀다가

새로 산 구두 모양의 귀걸이를 탁자위에 두고 나왔어요.

뭐, 이젠 잃어버린 물건 따위에 마음 같은 거 쓰지 않아요.

나와의 인연이 일주일밖에 없는 귀걸이였다..

그렇게 생각하고 말아요. 어차피 찾을 수 없거든요.

한 번 잃어버린 건 영원히...

 

남자친구도 그냥 그렇게 생각해 버리기로 했어요.

나와는 6개월 밖에 인연이 없는 사람이었다..뭐 이렇게요.

건망증 때문에 어디에 뒀는지 기억이 안 나서,

그를 영원히 찾을 수 없게 돼버렸다고..

건망증에 모든 걸 뒤집어 씌우기로 했어요,

근데 건망증도 소용없는 버릇이 하나 생겼습니다.

그 사람과 영화 볼 때마다 표를 예매해두고 남는 시간에

오락실에서 '틀린 그림 찾기' 를 했었거든요.

그 사람과 헤어진 후, 틈만 나면 이 틀린그림 찾기를 하게 돼요.

오늘도 동네 오락실에 갔다가,

그가 선물했던 하얀색 링 귀걸이를 그냥 두고 나왔어요.

 

문득 우리의 이별이 이 틀린 그림 찾기에서부터

시작됐을지도 모른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이 들잖아요.

사랑하면 똑같은 걸, 닮은 걸 찾아내려고 애쓴다는데,

우린 서로 틀린 걸 찾아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난 경제경영서만 보는데, 넌 소설만 읽잖아"

"난 발품 파는 배낭여행이 좋은데, 넌 휴양지가 더 좋지?"

 

그러다 결국 헤어진 거죠. 서로 틀리다는 이유로...

 

집에 잠깐 들려서 옷 갈아입고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에요.

오락실 앞을 지나고 있는데,

아까부터 펀치를 치고 있던 남자는 아직도 그러고 있네요.

누굴 저렇게 때려주고 싶은 걸까요?

귀걸이를 찾아볼까 하다가..

가면 또 틀린 그림을 찾게 될까봐 그냥 마을버스에 올라탔습니다.

다시는 틀린 그림 같은 건..찾지 않으려구요..다시는...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 뿐이라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야 평화로운 사랑이 이어진다고...

 

 

- 오늘 등장했던 누군가가

  내일 '사랑이..사랑에게' 주인공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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