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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게 /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 / 문득 날아본 하늘 / 암사자(들)

이영주 |2008.04.20 02:16
조회 69 |추천 0
로 상한 마음 간단한 저녁식사로 달래고 다음 영화를 보기 위해 다시 아트레온 1관으로 들어섰다. 전날 본 단편경선 2 그냥저냥이었기에 이번엔 좀 괜찮은 작품 좀 건질 수 있을까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올해는 왜 이렇게 실망을 많이 하는지 기대를 아예 하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아시아 단편경선 4

  삶의 무게 | I Weight Heavy on the Earth 타헤레흐 하산자데흐   이란 2007 16' Beta color 드라마

아, 너무 무겁다

★★

정말 지구를 모두 떠안고 있는 듯 무겁다. 줄줄이 딸린 아이들, 실직자 남편, 거기다 또 덜컥 아이가 생겼다. 갓난아이를 안고 어린 아이 둘을 손에 이끌고 시장통을 헤매는 한 여성, 도저히 아이를 또 낳아 기를 엄두가 나지 않아 불법 낙태시술소를 찾아 또 갓난아이를 안고 사막을 헤매는 한 여성, 뱃속의 생명을 죽여야 하는 죄책감과 그렇다고 낳아 기를 자신도 없는 절망감에 흐느끼며 신께 기도하는 한 여성, 그 여성을 두고 무심히 흐르는 시간의 쳇바퀴, 그 모든 것을 지켜보는 것이 힘들다.

미칠 것 같다. 삶이 너무 무겁다.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 | No Litter 김효민 한국   2007 21' HD color 드라마

찌질한 인생인 거 알거든?!

★★

동네 작은 열람실 사서인지 사무인지 잡부인지 모를 직책으로 갓 취업한 이십대 후반 여성, 그리고 그녀보다 훨씬 나이들어 보이는데 공무원시험이라도 준비하는지 매일같이 같은 시간에 그 열람실을 출퇴근하는 한 남자. 그들은 매일 열람실에서 마주치는 관계.

아, 그리고 또 하나 있다. 왜 그 모양으로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 열람실 의자는 원탁인데 가운데 구멍이 뻥 뚫려 있다. 나같아도 그런 구멍 있으면 뭔가 집어던지고 싶을 것 같은데(뭔가 쓰임새가 있어야 할 것 같잖아?) 남자도 그랬나 보다. 열람실 문을 닫을 때즈음엔 구멍 안에 쓰레기가 가득하고, 쓰레기를 치워야 하는 여자는 짜증이 나고, 쓰레기 무단투기의 범인은 바로 그 남자다.

이 사회의 패배자 남녀캐릭터를 열람실로 불러 지지리 궁상스러운 일상을 카메라에 담은 이 영화는 대한민국 20대가 청년실업 문제로 머리를 싸매야 하는 현실을 건조하면서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딱 거기까진 좋았는데, 그들을 꼭 쓰레기로 비유해야 했을까? 아니, 그것까지도 좋았는데 쓰레기같은 서로에게 쓰레기를 던지는 자학적인 행위로 공감과 연대를 표현할 필요가 있었을까?

찌질한 인생으로서 이 영화 보기 기분 더럽더라는 얘기지.

 

 

문득 날아본 하늘 | Out of the Blue, Out to the Blue  안성애  한국  2008  30'  Digi-beta  color  드라마

과유불급이라...

★★★

조류연구가 남편이 조난을 당해 실종된 뒤 수년째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여자, 한창 추진 중인 마을에서 남편이 올 때까지 남편이 떠났던 그때 그 모습 그대로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 듯한 여자는 스스로를 새장에 가둔 채 나는 법을 잃어버린 조류같다. 마치 그녀와 그녀의 아들이 애완용으로 키우고 있는 닭 치치처럼.

그렇게 남편의 실종(죽음) 앞에 세상과 통하는 문을 닫고 살던 한 여자가 다시 날기를 꿈꾼다.

퍽 매력적인 소재다. 퍽 매력적인 화면이다. 퍽 매력적인 연기다.

그런데 왜 이러지? 내가 너무 까칠해진 건가? 너무 늘어진다는 생각을 감출 수 없다. 단편인데 뭐하러 30분씩이나 러닝타임을 사용했을까 싶다.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좀더 압축적으로 단편스럽게 만들었다면 매력적인 소재와 화면과 연기가 훨씬 잘 살지 않았을까 하는 비전문 관객의 아쉬움이 남는다.

생각해 보니 난 지금까지 날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해본 것 같다. 물론 번지점프를 하고 싶다거나 언젠가는 경비행기를 타보리라 생각한 적은 있지만 그것이 비상의 의미는 아니었다. 내던지는 의미가 더 컸으니 비상이 아니라 추락이라 해야 하나? (이런... 비관적인 인생이 있나... ㅡㅡ;;)

날기에 관심 없는 개인적 경험과 취향이 아무래도 이렇게 까칠한 감상을 남기게 한 듯하다. ^^;;

 

 

암사자(들) | Lioness(es)   홍재희 한국 2007 20' 35mm color 스릴러

거침없는 암사자들의 사냥에 기립박수를!

★★★★★

먼저 단편경선 4를 본 지인에게 문자를 받았다. "암사자(들) 강추!"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상처를 받지 않는 방법이기에 가슴 밑바닥에서 차오르는 기대를 꾹꾹 누르며 보았다. 그런데 와우~ 마음껏 기대해도 좋을 작품이었다.

우선 뭔가 큰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공간인 도살장. 소 돼지의 살점과 핏물이 흐르는 곳. 이 섬뜩한 장소와 아내폭력이 만난다는 것 자체가 매력적인 설정이 아닐 수 없다. 거기다 늘 가련한 피해자의 위치에만 머물렀던 아내폭력 피해여성의 전복, 도살장 여성들의 연대는 통쾌한 해방감마저 안겨준다.

아내폭력에 대한 섬세한 묘사와 통쾌한 전복이 공존하는, 아주 시원한 작품 하나에 이날 영화선택 실패로 쌓였던 스트레스 한꺼번에 날려 버렸다.

 

 


네 편의 영화상영이 모두 끝난 뒤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 왼쪽부터 의 안성애 감독, 의 홍재희 감독, 의 김효민 감독, 의 테헤레흐 하산자데흐 감독. 김효민 감독 얼굴이 참 낯익다 싶었는데, 재작년이던가 아시아 단편경선에 를 출품했던 그 감독이었다. 그때도 참 어린 감독이다 싶었는데 나이를 거꾸로 먹었는지 여전히 어려 보인다.

감독과의 대화에서 제일 만나고 싶었던 의 홍재희 감독은 영화를 보며 예상했던 이미지 그대로여서 보자마자 웃음이 났다. 피 튀기는 영화 좋아하고 성격 시원시원해 보이고 말도 시원시원하게 하는 감독. 아무래도 팬 해야겠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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