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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나의 비타민

박종화 |2008.04.27 07:59
조회 116 |추천 0

이번학기 실기시험을 무사히 마친 나의 제자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하루다.

 

각자가 모두 다른 개성을 지니고 나에게 와서,

그 모두가 다른 길을 찾아서 달려온 지난 시간.

 

3년, 2년, 1년, 또는 1학기를 나와 같이 공부하면서 그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눈물을 내게 하는 카드와 이메일을 받게 해준 고마운 아이들.

자신의 능력을 보고 그냥 그것에 맞는 레퍼토어만으로 준비하면 되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고 '나랑 같이 해보자, 난 너와 너를 지켜볼 나를 믿어.' 라고 말하며 같이 노력해준 게 너무 고맙다는 아이. 그 결과, 그 아이는 학기말 리사이틀에서 그의 생애 최고의 연주를 하는 기쁨과 실기시험에서의 교수님들의 칭찬을 얻어냈다. 공부도 잘하고 피아노도 잘 치고 싶었다는 그 바램을 이루게 도와줘서 고맙다면서 글썽하는 말에 나도 눈시울이 뜨거워 고개를 돌려버렸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음악을 너무나 좋아하고 열심히 연습하지만, 너무나 손가락 훈련이 안 되어 있어 고생하던 그 아이. 거기에, 무대에 가서 너무나 떨린 나머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하는 것 때문에 힘들어했었다. 레슨 때, 연습해 왔는데도 안 되는 것 때문에 우는 것을 안아준 것이 얼마였는지 기억도 안날 만큼 내 마음을 아프게 했던 아이. (연습을 했는데도 안 되는 것과 연습을 안해서 안 되는 것은 어차피 내 눈에 다 보이니;;) 이번 실기시험 때 드디어 무대에서 연주 내내 컨트롤에 성공하고, 실수도 거의 없어 가장 좋은 성적을 받아 나를 기쁘게 해주었다. 고맙다는 카드를 읽으며 나도 가슴이 뭉클했다.

 

항상 음악과 철학, 그리고 역사에 대해 함께 토론하며 음악을 만들었던 그 아이. 모짜르트의 시대와 사상적 배경부터 시작하여 음 하나하나, 프레이즈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던 그 시간들이 무척 즐거웠었다. 자신의 전공 이야기를 즐겨 듣는 나를 위해 페이퍼나 컨퍼런스의 프리젠테이션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던 그 아이는 결국 2년이 지난 지금, 무척 음악적이고 아름다운 연주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 있다. 시험 후 언제나처럼 배웅하는 내게 달려와 안기던 모습이 아직도 어른어른하다.

 

무언가 엉성하게 높은 수준의 곡만 배워왔던 아이가 있었다. 테크닉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으로 그 본질적인 뜻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치기만 하던 그 아이의 사고방식을 논리적으로 설득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 목이 쉬도록 길게 설명해 봤다가, 쳐주었다가, 그래도 아니면 다른 방법들을 동원하면서... 바뀌나 안 바뀌나 노심초사하다가 결국은 수줍게 꽃봉오리가 피어나듯 달라지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흐뭇하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 아이는 내 이런 기쁜 마음을 아직도 모르겠지.

 

이제 부전공 지도 3년의 기한이 지나고 나니, 아쉬운 마음만 가득하다. 하지만, 끝이 있어야 또다른 시작이 있는 것일 테니, 어쩔 수는 없다. 아쉽긴 하지만, 우리는 계속 연결되어 있을 테니까. 

어디를 가든, Eastman School of Music에서 Secondary/ primary lesson을 나와 받았던 그 경험들이 그들에게 좋은 영향으로 남기를 바랄 뿐이다. 

 

선생님들은 한없는 측은지심으로 나를 봐주었구나... 하는 깨달음과 함께.

그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나는 어떤 선생님이었던가 다시 돌아보면서,

사랑과 책임감, 그리고 노력해서 더 발전시킬 실력으로

앞으로 내게 올 제자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주고 싶다.

 

안녕,

3년 동안 내 생활의 비타민이었던 아이들.

 

정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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