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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올림픽, 과열 애국주의

이양자 |2008.04.29 00:26
조회 612 |추천 1

 

                     티베트, 올림픽, 과열 애국주의,

 

                       위세 떨치는 성난 중국의 힘

 

올림픽 코앞인데 잠그는 중국

성난 중국인들, 까르푸 몰려와 "프랑스는 입 닥쳐라"

 

위세 떨치는 성난 중국의 힘

세계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티베트(시짱.西藏)자치구의 분리·독립 시위에 대한 서방 언론의 보도 태도, 그리고 베이징 올림픽 저지 움직임과 관련해 민중의 힘을 앞세워 강력한 반발을 보이자 서방 국가들이 주목하고 있다.

프랑스는 중국내에서 프랑스 유통업체인 까르푸 불매 운동과 반(反)프랑스 정서가 확산되자 이를 조기에 진화하기 위해 중국통으로 유명한 장-피에르 라파랭 전 총리와 엘리제궁 외교고문역인 장-다비드 레비트 등 고위인사들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이번주 잇따라 중국에 파견키로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해 9월 총리실에서 달라이 라마를 만난 것과 관련, 중국측의 강경 대응으로 양국 교역에 영향을 미치자 독일이 관계 회복에 심혈을 기울였던 것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중국은 티베트 시위 사태와 올림픽 개막식 보이콧, 성화 봉송 저지등 일련의 곤혹스런 상황에서 적극적인 선전전으로 맞서면서 CNN등 외국 언론 매체를 상대로 오보와 중국 모독 발언에 대해 강력한 사과를 요구했다.


  중국이 처한 사정을 알게된 민중들은 국내외에서 대규모 애국주의 시위를 벌여 민족주  의의 성난 부활을 알렸다.

중국 전역의 까르푸 매장 앞에서 19일과 20일 양일간 불매 운동을 비롯한 반(反) 프랑스 시위가 일제히 전개됐다.

수도 베이징을 비롯해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선전(深천 土+川 ), 우한(武漢), 칭다오(靑島), 안후이(安徽)성 허난(河南)성 등 전국 곳곳에서 까르푸 불매시위 및 반프랑스 시위가 일어났다. 또 이 시위에서는 CNN을 규탄하는 소리도 높았다.

인터넷 사이트 휴대 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시민들에게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있고 시민들은 오는 5월1일 노동절을 맞아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이와 때를 같이해 19일 프랑스와 독일,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올림픽 개막식 보이콧을 규탄하는 친(親)중국 시위가 이어졌다.

이날 파리에서는 6천∼7천명의 친중국 시위대가 파리 도심의 레퓌블리크 광장에 집결해 베이징 올림픽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고, 베를린에서도 중국인 3천-4천명이 도심에 모여 플래카드와 깃발 등을 흔들며 올림픽 성공을 기원했다.

영국에서는 약 1천명이 맨체스터에 있는 BBC뉴스 본사 앞에서, 300명 가량이 런던 의사당 건물 앞에서 각각 친 중국 시위를 벌였다.

중국 당국은 국내외에서 민중의 애국주의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데 대해 일면 ’기특해’ 하면서도 지나친 확산을 우려하는 입장이다. 반 서방 시위가 지나치면 올림픽 개최에 지장을 줄 수 있고 특히 ’통제되지 않은’ 대규모 군중 시위는 반정부 시위들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발전해갈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없기 때문이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0일 1면에 실린 사설에서 “인민은 애국주의를 조용하고 이성적으로 표현되야 한다”고 강조하고 “인민은 각 자의 분야에서 직분을 다해 종합적인 국력을 기르고 문제에 침착하게 대처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설은 국영 방송을 비롯한 언론매체들에 인용, 보도됐고 관영 신화통신은 대학생들과 교수들의 말을 빌려 애국주의를 표현하는 “이성적인’ 방법을 찾을 것을 촉구했다. 중국 당·정의 입장이 그대로 읽혀지는 대목들이다.  

 

"중국내 까르푸 불매운동은 잘못"

 

"CNN, 그따위로 보도할거야"
중국 뿔났다

 

티베트, 올림픽, 과열 애국주의

내게는 지난 티베트 여행 때 만난 친구들의 이름과 연락처가 담긴 수첩이 있다. 그 가운데 유난히 내 눈길을 잡아 끄는 이름이 있다. 친레 펜촉. 그는 티베트어 대신 한자로 능숙하게 이름을 적었다. 시골 마을의 농부이자 민박집 주인인 그는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1959년 인도로 망명한 이후에 태어난 세대였다. 그래서일까? 친레의 모습에선 옛날 우리가 일제 강점기에 겪어야 했던 창씨개명의 고통과 수치심을 느낄 수 없었다.

한족 동화(同化) 정책에 압도당한 티베트의 현실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장면은 이밖에도 많았다. 티베트인들이 신성하게 생각하는 조캉사원 근처에 한족이 세운 발마사지 가게와 백화점이 들어서고, 칭짱철도를 타고 밀려드는 중국인 관광객들 앞에서 전통옷을 입고 춤추며 노래하는 업소가 생겼다. 물론 대부분의 상권과 경제권은 한족의 몫이다. 압도적인 한족들에게 밀려 자신들의 땅에서 소수민족이 되어 눈요깃감으로 전락해가는 모습은 슬프게도 아메리카 인디언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그 땅에서 지난 3월 14일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과거 60년 동안 경제발전으로 티베트 인민의 삶의 질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던 중국 당국의 선전이 무색해지는 항쟁이 일어난 것이다. 티베트에는 친레 펜촉 같은 이도 있지만, 자유로운 티베트에 대한 열망을 지닌 사람이 더 많음을 보여주는 민심의 폭발이었다.

대규모 군대가 투입된 잔혹한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티베트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체포된 가담자는 모진 고문을 받고 있고, 재판에서 끝내 사형이 선고될 것이라고 한다. 이것이 인류 화합의 제전이라는 올림픽을 몇 달 앞두고 중국 점령 아래 있는 티베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누군가는 이번 티베트 유혈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쪽은 중국인들이라고 꼬집는다. 고단한 망명생활 내내 비폭력의 길을 걸어온 달라이 라마를 비난하고, 시위대를 폭도라 부르며 서슴없이 발포하는 것으로 중국인들 스스로 고립의 길을 택하며 세계의 인심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지금 중국에서는 편협한 민족주의 바람이 일어나 국수주의로 발전할 태세까지 보이고 있다. 미국에 유학 중인 중국인 학생이 단지 티베트와 중국 양측의 입장에 균형을 잡고 귀기울여 보자는 주장을 펼쳤다가 인터넷상에서 '반역자'로 낙인 찍히고, 사이버 테러와 함께 신변의 위협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 또 올림픽 개막식 보이콧을 선언한 프랑스를 겨냥해 까르푸 불매운동을 펼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 매장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상품이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일 텐데 말이다. 중국인들이 진정으로 민족을 생각하고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면, 단기적인 감정적 대응에 치우칠 것이 아니라 어떤 자세가 중국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필요할지 냉철하게 돌아봐야 할 것이다. 티베트의 인권과 평화를 강조하는 세계인들은 물론이고, 이성적인 대화를 촉구하는 자국인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하는 현재 모습은 중국이 앞으로 경제규모에 버금가는 존경을 받는 나라로 설 수 있을지 의구심을 자아낸다.

지금 티베트인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이들은 중국이 만약 다른 민족에게 부당한 핍박을 받는다면 기꺼이 그들을 위해서도 양심의 목소리를 낼 것이다. 중국 정부가 왜곡한 것처럼 전 세계의 티베트 지지자들이 모두 반(反)중국주의자는 아니라는 얘기다. 티베트와 똑같이 중국 문화도 존중하며, 그 나라의 운명은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믿는 사람들일 뿐이다. 아울러 우리 정부와 시민사회도 국익이 침해받을까 두려워하는 소심함을 벗어나 당당하고 성숙하게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목소리를 내기를 촉구한다.


정희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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