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에이 동화 1968년작 / 극장용 장편 / 1시간 22분
타쉬겐트 국제영화제 연출상, 전국영화연맹 밀리온 펄상 수상작
선과 악의 투쟁을 그린 서사시로 절대권력을 상징하는 악마 ‘그룬왈드’와 소년 ‘호루스’(이집트의 태양신 오시리스와 그의 아내 이시스간에 태어난 아들의 이름을 차용)와의 투쟁을 그린 도에이의 1968년 작품.
60년대 작품치고는 장면의 묘사들이 상당히 디테일하다.
특히 환타지의 땅 북구와 일본의 아이누족의 전승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는 배경과 그 속에서 보여지는 부족들의 생활상은 극영화로 변환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리얼리티를 가지고 있다.
감독인 다카하타 이사오가 가진 사회주의가 어느 정도 반영된 탓에 영화 속에서 인간 부족들의 생활상은 맑스의 유물사관 중 원시공동체사회의 모습과 상당히 흡사하다.
마을축제 형태로 진행되는 결혼식장면이나 마을을 꾸려가는 공동 노동의 모습은 간접적이나마 차별과 수탈에서 해방된 무위, 무욕하는 사회를 은유한다.
모든 외적 강제가 없는 부족의 모습은 이후 미야자키 하야오(그는 본편에서 장면설계와 원화를 담당하였다)가 묘사하는 공동체와 연장선을 이룬다.
미래소년 코난에서의 하이하바나 나우시카의 바람계곡마을을 보면 이해하기가 쉬울 듯. 정태춘의 ‘떠나가는 배(이어도)’를 들어봐도 느낌은 비슷할 듯하다.
그만큼 현실적인 묘사를 하면서도 도달하기 힘든 이상향의 사회를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극중 악마의 여동생역인 ‘힐다’는 선과 악 양면성을 지닌 채 갈등하는 인물이다. 앞서 말한 군중의 리얼리티한 묘사 못지않게 영화는 인간 내면의 심리와 고뇌를 힐다를 통해 그럴듯하게 보여주는데, 아리따운 힐다의 얼굴은 영화 내내 그늘과 고통으로 점철되어 있는 걸로 기억난다.
흡사 기독교에서 말하는 원죄로 방황하는 나약한 인간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으로 어설프게 해석될 정도로 ‘힐다’의 역은 선과 악의 운명적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 군상 자체이다.
영화의 백미는 호루스와 괴물고기의 결투신, 그리고 마지막의 얼음늑대를 타고 그룬왈드와 대결하는 장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