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게임 사이에서 광우병에 대한 인식은 과대포장되거나 과소평가되고 있다. 대체로 이런 경우 진실은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것처럼 이야기되곤 한다. 기계적 중립론자들이 고고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질병이 사회학과 만날 때 진실은 늘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의 어디쯤에 있기 마련이다. 중간과 사이의 차이를 모른다면 국립국어연구원 홈페이지를 참조하길 바란다. 왜 사이를 이야기하는가? 광우병은 엄존하는 질병이지만 광우병에 대한 공포는 사회적 은유이기 때문이다. 네트워크의 바다에서 존재와 은유 사이의 간극은 공포를 조성하는 여론에 의해 포장되고 있다. 이것이 첫번째 진실인 동시에 비극이다. 왜냐하면 이런 간극은 눈에 보이지 않는 까닭에 부풀려진 공포가 허구로 판명되는 순간 광우병이라는 질병이 가지고 있는 이성적인 수준의 병리현상들도 과소평가되기 때문이다. '미국소 먹으면 다 뒈진다더라'는 식의 인터넷만화와 선동형 글이 성행하는 가운데 조선일보같은 보수언론은 연일 1면에 '미국소는 안전하다'는 식의 광고를 때리고 있다.
미국소를 먹는다고 다 뒈지는 것도 아니고 미국소가 안전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분열증적인 사회는 단 한마디의 이성적인 목소리, 즉, 사이에 존재하는 진실의 입지를 허용하지 않는다. 나는 미국소의 수입을 반대한다.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다. 이런 입장에서 광우병에 대한 과도한 우려는 정치적으로 무척 고마운 사회현상이다. 하지만 부풀려진 팩트의 바람이 빠지면 급속하게 식어버릴 수 밖에 없다. 과대포장이 비극적인 이유는 이 때문이다. 과소평가하는 이들의 태도도 이해는 한다. 미국을 사랑하고 한나라당을 사랑하는 그들에게 소 먹어서 죽었다고 해봐야 몇 명 되지 않은 것처럼 보일 것이고, 질 좋고 맛있는 수입육 먹을 수 있게 해준다는데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싶을 것이며, 무엇보다도 광우병을 부풀려서 정치적 선동을 하는 '좌빨'들이 눈엣가시 같아서라도 수입우육들어오면 나부터 먹겠다고 오버를 하든가, 얼마 전에 미국에서 미국소 쳐먹었으니깐 곧 죽겠네라고 엄살을 떨 것이다. 유치한 노릇이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광우병에 대한 팩트는 다음의 몇가지 경우에 한한다.
1. 퇴행성 질환에 있어서 치료라는 개념은 없다.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은 신경퇴행성질환이다. 광우병은 CJD의 일종인 vCJD다. 즉, 치료라는 것은 이론상 불가능할뿐더러 여전히 경험적인 치료법도 없다. 치사율 100%라는 것은 거짓된 통계가 아니라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병의 카테고리 안에 있기 때문이다.
2. 종간 교차감염은 특수한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체내에 광우병 인자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발경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발병했을 경우 이 질병은 치명적이다. 종간 교차감염으로 수 천 만명이 죽은 사례는 100년 전 스페인에서 일어난 바 있다. 바로 조류독감(H5N1)과 유전자 형태가 유사한 스페인 독감(H1N1)이다. 에볼라 바이러스와 SARS 역시 종간 교차감염에 의해 일어나는 질병이다.
3. 감염사례가 미미하게 보고되었다고 해서 확률상으로 안전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병이라는 것의 개념에 대한 무지의 소치다. 감염성 질병의 경우 개체 증가는 폭발성을 가지고 있다. 첫 보고 당시 세 명이었던 에이즈 환자는 2008년 현재 남한인구에 육박한다. 사례수의 미미함이 질병의 미미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4. 변형프리온 단백질의 열-압력저항성은 단백질 중에서 가장 강한 편에 속한다. 일반적인 조리법으로는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AI 바이러스는 고온조리에서 죽거나 변성되지만 프리온 단백질의 내성은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어 다수의 바이러스보다 더 강하다. 인위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은 변성부위를 잘라내는 것이지만 소수점 단위의 변성에도 감염되는 것이 vCJD인 까닭에 생화학적 방법을 총동원한다고해도 수입물량 전수를 조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5. 30개월 미만의 소에도 병인자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나이대에 따라서 감염되는 병은 없다. 단지 일정한 나이가 지나면 유전자가 발현되고 발현되지 않고의 차이 뿐이다.
6. 단백질 변성은 발생상 다른 조직에서 잘 생기지 않기 때문에 뇌척수계와 상하지 proximal 부위를 제외한 서양식 육식의 주종인 육질(salcomere)에서는 변형프리온조직을 찾기 어렵다.
7. 안타깝게도 한국인은 소의 피를 굳혀 먹고, 척수까지 뽑아 먹는다.
이 모든 사실이 지목하고 있는 하나의 단어는 '리스크'다. 예방의학적으로 존재하는 치명적 질병에 대한 최상의 대처법은 그 원인을 알고 원인을 차단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미국산 소나 그와 관련된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미국산 소고기가 수입되는 한 원인을 안다고 해서 원인을 차단할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명박과 그의 똘마니가 욕을 먹어야하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굳이 감수하지 않아도 될 리스크를 파생되는 반대급부도 없이, 한마디로 생각 없이 들여았다는 것이다. 즉, 최악의 상황까지 가더라도 몇십만명 죽겠냐는 식이 이명박 정부가 리스크를 떠 안은 방식이며, 이런 리스크는 미국과 동시적으로 발생할테니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해버리는 것이 이명박정부가 광우병을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로 만들어버리는 방법이다.
광우병의 위험이 과장되든 과장되지 않았든, 리스크는 엄존하고 있다. 확률이 낮기 때문에 이 리스크는 비대칭적이다. 하지만 아무 이유 없이 단지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는 이유로 이 리스크를 떠 안아야하는 국민들에게는 아무리 리스크가 비대칭적이더라도 대칭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특히 그것이 내 아이와 관련된 문제라면. 모든 급식을 한우로? 소가 웃을 소리나 하고 있다. 이 따위 소가 웃을 소리나 하고 있다는 말은 정부가 여전히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대해서 합리적인 대처 방안을 이갸기하기 보다는 나머지는 국민들에게 달렸다, 미국산 소고기 안전하다 따위의 헛소리를 하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부디 20년 전의 개발독재 시대 인물을 20년 후에 대통령으로 만든 당신들의 손모가지가 가지고 온 풍경이 지금 눈 앞에 펼쳐지고 있음을 인정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