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때 처음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읽었던 지금의 30대 주부들이라면 아마 ‘기노쿠니야’라는 이름을 하루키 소설과 함께 떠올릴지도 모른다. 13~14년 전 한국 대학생들 사이에 무라카미 하루키 붐을 일으킨 일본 소설 『상실의 시대』뿐 아니라 『댄스 댄스 댄스』와 『먼 북소리』 등에도 이 이름은 자연스럽게 등장하는데, 무라카미 하루키가 언급한 기노쿠니야는 일본의 대형 서점 체인인 ‘기노쿠니야 서점’과 그 기업이 만든 일본 최초의 슈퍼마켓 ‘기노쿠니야 마트’를 뜻한다. 자신의 소설에 확실하게 쇼핑 브랜드를 언급했던 무라카미 하루키는 아오야마에 위치한 기노쿠니야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기노쿠니야 마트’는 80년대 말부터 하루키처럼 세련된 기호를 가진, 그리고 도쿄에 사는 젊은 ‘부자’들이 드나드는 곳으로 통하며 셀러브리티 마켓으로 인기를 끌어온 마트. 대형 마트가 적은 도쿄 시내에서 독특한 수입 식재료, 베이커리 카페 등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기노쿠니야 마트는 50년 이상 오래된 럭셔리 슈퍼마켓으로 도쿄 아줌마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다.
일본의 청담동, 아오야마의 기노쿠니야 마켓기노쿠니야 마켓이 위치한 아오야마는 서울과 비교하자면 청담동쯤으로 견줄 수 있는 지역으로 청담동의 구찌 매장 대로변에 2층짜리 복합 마트가 있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주로 인근의 주민들뿐 아니라 여러 대사관 부부, 그리고 도쿄의 셀러브리티가 이곳에서 자주 장을 본다. 기노쿠니야는 마트에서 꼼꼼한 심사를 거쳐 직접 계약한 일본 지역의 유기농 농장 제품과 다른 곳에서 만나기 힘든 북유럽 수입 제품들을 한곳에 모아 둔 슈퍼마켓으로 1953년 처음 카트 쇼핑을 도입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현재는 아오야마의 기노쿠니야 마트뿐 아니라 시부야, 키치조지 등에도 체인점을 두고 있다.
1 소시지의 본고장 ‘독일산 수제 소시지’. 유럽산 햄을 파는 정육 코너.
2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 출구에 위치한 무료 레시피. 손바닥 사이즈로 만들어 요리를 만들 때 참고하기 좋다.
3 와인 코너 바로 앞에 위치한 치즈 시식 코너. 그날 들여온 다양한 수입 치즈를 맛볼 수 있으며 와인을 구입하면 자연스레 치즈 코너로 이동하게끔 쇼핑 동선을 짜 두었다.
4 기노쿠니야 마트에서 종종 여는 쇼핑 이벤트. 1층 카페에서 바로 이어지는 작은 코너에 때에 따라 작은 이벤트를 열고 있으며, 그날의 추천 메뉴를 세일된 가격에 판매한다.
5 유기농 식재료로 만든 스시 모둠. 자주 혼자 식사를 즐기는 일본 여자들의 취향을 고려한 제품이다.
독특한 식재료와 베이커리 카페가 한곳에 럭셔리 마트 ‘기노쿠니야’
‘기노쿠니야 마트’에 가면 저마다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기노쿠니야 로고 백을 든 멋쟁이 50~60대 주부들을 만날 수 있다. 장바구니 문화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일찍 정착된 일본에서는 럭셔리 마켓의 장바구니가 마치 명품 브랜드 쇼핑백처럼 인식된다. 그래서 도쿄 시내에서 기노쿠니야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주부는 ‘상당히 있어 보이는’ 사람으로 보여지기도.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만들어 마니아까지 생길 정도로 인기가 높은 기노쿠니야의 에코 캔버스 백은 아웃도어 브랜드 공장에서 직접 만들어지기 때문에 질도 상당히 높다.
홋카이도산 우유와 희귀한 수입 커피를 파는 곳
기노쿠니야에는 다른 마트나 백화점 마트에서 볼 수 없는 희귀한 식재료와 일본의 전통 과자, 수입 제품 등이 구비되어 있다. 1층엔 베이커리&델리 카페를, 2층엔 마트와 서비스 코너를 따로 두고 있어 코너별로 쇼핑하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내부를 둘러보면 작은 규모인데도 독일식 햄과 소시지를 함께 파는 정육점과 프랑스 남부 지방 등에서 가져온 유럽산 와인 코너, 그리고 와인과 함께 먹는 치즈 코너 등 제법 다양한 식재료 코너가 갖춰져 있다. 또 낙농업으로 유명한 홋카이도의 우유와 요구르트 등의 유제품 코너와 그날 수입된 커피콩을 바로 갈아서 담아 갈 수 있는 미니 커피 코너는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편.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독특한 식재료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아오야마에 들를 일이 있다면 한번 쇼핑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1 식사 대용 음식이 발달한 일본에서는 각 마트마다 그들만의 도시락, 샌드위치 등을 판매한다. 기노쿠니야 마트 역시 1층 카페와 베이커리에서 수제 샌드위치를 판매한다.
2 장바구니로 사용하는 기노쿠니야 에코 백. 1995년 마이 백 쇼핑 캠페인으로 처음 시작했으며, 그 당시엔 고객 마일리지 포인트로 나눠주었던 것이 점점 인기를 얻어 이듬해부터는 판매를 시작하였다. 심플하면서 모던한 타이포그라피가 돋보이는 이 에코 백은 쇼와시대부터 시세이도 광고를 담당했던 유명 산업 디자이너 아먀나 아야오가 디자인했으며 일본제 나일론으로 만들어 가벼우면서 튼튼하다. 1000~2000엔(1만~2만원대).
1 시중 마트에서 구입하기 힘든 홋카이도 로카테이 브랜드의 초콜릿. 수채화 그림이 상당히 예뻐 기념품으로 사두어도 좋을 아이템. 각 105엔(900원).
2 미혼 여성들이 와인과 함께 주로 구입하는 치즈 미니 모둠 세트 892엔(7800원).
3 기노쿠니야 마트를 상징하는 디자인이 들어간 원두 보관 통 262엔(2300원).
4 아이들에게 인기 높은 아이스크림 콘 6개 225엔(1900원).
5 채소가 듬뿍 담긴 히로시마 명물 오이스터 차우다 통조림 498엔
6 곡물이 그대로 씹히는 거친 감촉의 스웨덴의 크리스피 브레드. 치즈와 함께 먹기 좋다. 치즈 모양의 삼각형 디자인도 인기. 609엔(5400원).
7 기노쿠니야와 계약한 일본 지방의 유기농 귤 농장 브랜드인 ‘다무라 귤 젤리’. 미니 귤이 세 개나 통째로 들어가 있다. 420엔(37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