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푸른 빛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시간..
채 마르지 않은 아이의 머릿 결이 아침 차가운 기온에 많이 추울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씩씩하게 "엄마 다녀올께요..저녁에 거기서 봐용~!" 한 마디와 함께 총알처럼 튀어나간다.
작년 한 해.
고 3 수험생으로 일년을 보내면서 내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때문에 서로 힘들어했는데
어쨌든 수능만 끝나봐라..하는 어떤 오기로 서로 버티기하기도 지칠 때쯤
수능 끝나고 주어지는 넘치는 시간들을 나름대로 계획 세우는 걸 보고
요즘 아이들 정말 계산적이구나 생각했다.
수능 끝남과 동시에 일을 해서 한 달 월급은 대학 입학하는데 투자 할거고
한 달 월급은 친구랑 동해안 한 바퀴 여행 자금으로 쓰고 쬐금 남겨서 청춘 사업 자금으로 쓸거라나??
친구랑 아빠한테 가서 아르바이트 할 거라고 지 아빠한테 월급을 얼마나 줄거냐고 협상 벌이는걸
옆에서 지켜보며 코웃음을 쳤다.
속으로 '그래 이 놈아.너도 사회에 나가서 돈이란 걸 한 번 벌어봐라..
그 노동의 대가로 주어지는 돈이 얼마나 귀한지.. 아마 하루도 못하고 두 손 들걸?'
내심 잘됐다 싶으면서도 설마 며칠이나 버티겠나? 하는 가소로움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런데…
문제는 수능 끝나고 아이 행동이 현실로 옮겨지면서부터 나를 주눅들게했다.
학교에 가봐야 시간때우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며
선생님에게 아빠 회사에 일 도와주러 가겠습니다..당당하게 말하고
정말 일 하러 떠날 채비를 갖추는 것이었다.
친구랑 둘이 아빠한테 가겠다고 이것 저것 챙기며 들떠있는 아이를 내가 말렸다.
우리 아이만 보내는 것도 아니고 친구랑 객지에 가서 혹시나 무슨 일이 있으면 어쩌나..하는 노파심에
도저히 방관만 할 수 없어 엄마가 일 자리 알아봐주마 하고ㅡㅡ일단 짐보따리 풀게 해놓고,,
다음 날..
평상시 닦아놓은 발판으로 거래처 모모님에게 폰 띠리리...
"엊그제 성인식 끝낸 KS 신제품인데요,,혹 알바생 필요치 않으세요?"
여차 여차 이차 이차,, 상황설명을 끝내니 "한 번 알아보고 전화드리겠습니다 딸깍~!"
해 놓고 채 오분도 안되어 띠리리리~~~
"내일 아침부터 출근할 수 있습니까?" "고롬,,고롬,,,말쌈이라구,,이미 전쟁태세 갖추고 있거늘,,ㅋㅋ"
그렇게 시작한 사회생활이 이제 딱 한달하고도 보름..
옛날 우리가 클 때처럼 집 안팍 일이 몸에 배인 것도 아니고
그저 공부하는 그걸 최고의 노동으로 생각하는 요즘 아이들의 사고방식이
과연 며칠이나 버틸까.. 걱정했는데..
첫 날 다녀와서 하는 말 '엄마 정말 장난이 아니대..
조립 라인에서 내려오는 엔진 볼트 조여주는 일인데..어깨 아파 죽는줄 알았어요"
슬쩍 떠 보는 말로 "힘들면 하지마라.."했더니 무슨 말쌈이냐구,,
내 계획에 막대한 지장이 있다구,,,
속으로 '오냐..열심히 해봐라..ㅎㅎㅎㅎ,,난 꿩 먹고 알 먹고다..ㅋㅋ'
아침이면 곤히 자는 아이 깨우려고 수시로 포옹하고 더듬이 손으로 간질 간질,,
그래도 안 일어나면 신체 중앙 부분으로 살금 살금,,,더 이상 특효약이 없다..
벌떡~~~~~~!! 일어나면서 하는 말,,"엄마 제발 품위를 좀 지키소서,,"
"망할 놈,,지금 니 놈이 내 품위 말아먹고 있는거 모르냐? 아웅 다웅,,ㅋㅋ
어휴~~~ 이건 다시 고 3 수험생을 대하는 기분,,
유난히 추운 날이 계속되는 요즘 아직도 잠에서 깨지않은 거대한 어둠 속으로 나가는 아이를 보며
안쓰러움과 대견함이 교차하고 그랬는데…..
아침마다 잠과 전쟁을 치르면서도 나태함없이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일터로 나가는 아이가 이쁘다.
그런데..
드디어 오늘이 아기다리 고기다리(이거 우리가 옛날에 많이 써먹었던 버전,,ㅋ) 던 월급날..ㅎㅎㅎㅎㅎ
며칠 전부터 월급타면 무차별 공격으로 쏘겠다면서 목에 힘 팍팍 주더니
오늘이 드뎌 그 날,,
조금 전 문자 메시지 삐리 삐리..
"엄마..속 완전히 비우고 나오세요,,ㅋㅋ"
에고~~~ 모르겠다..
내가 오늘 울 아들이 사주는 술 한 잔 마시고 또 어떤 모습으로 망가질지..ㅎㅎㅎ
그렇지만
오늘 저녁 만찬이 기대가 되어 내 마음에 핑크 빛 행복이 잔잔하게 물결친다..
** 지난 달 짜투리 월급 받아와서는 어디서 얘기를 들었는지
첫 월급으로 엄마 내의 사드려야하는데 내의를 안 입어서 대신 잠바를 사왔다면서
모자에 털 달린 딱 내 스타일인 파카를 사와서 감격했는데..ㅋㅋㅋㅋㅋㅋㅋ..
벌써부터 자식이 해 주는 이런 사소한 것들이 이리 좋은데
좀 더 나이가 들면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참 아이러니하다..
나이 먹는 건 싫으면서 나이 든 행세는 혼자 다 하고 있으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랑살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