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체인 필름 베이스에 감광유제를 발라 놓아 렌즈가 맺은 상을 기록하는 것으로 1888년 미국에서 발명되었다. 이러한 사전적 정의로 사진 필름을 다 얘기 할 수는 없다. 필름은 사진 제작의 알파와 오메가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필름의 특성과 효과를 파악하는 것은 창조적 표현을 위한 필수 과정이다.
선택한 필름에 따라 용도와 사진효과가 좌우된다. 고화질을 얻으려면 큰 사이즈의 필름을 사용해야 하고 사진적 내용을 우선하는 셔터 찬스를 위해선 작은 사이즈의 필름이 유리하다. 화질은 TV화면과 영화, 더 나아가 아이맥스 영화를 비교해 보면 쉽게 이해 될 것이다.
반대로 화질이 떨어지더라도 핸디 카메라만이 갖는 영상의 역동성과 리얼리티가 더 중요한 경우도 있다. 사진은 사용하는 필름에 따라 접근 방법과 촬영 내용이 결정된다. 여기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135(35밀리미터)필름을 위주로 설명한다.
§ 감도(film speed)
감광재료가 빛에 의해 반응하는 정도를 말한다. 같은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필름은 감도가 높은 것이고, 둔감한 것은 감도가 낮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필름의 감도 표시는 국제적으로 표준화 할 필요가 있어 1981년부터 국제표준화기구(ISO)규격으로 통일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ISO 100 필름을 표준 감도, 이보다 낮으면 저감도, 높으면 고감도 필름으로 분류한다. ISO 감도 표시는 숫자에 비례해 감도 차이가 난다. 예를 들면 ISO 200인 필름은 100에 비해 두 배의 감도를 지닌다. 이는 카메라의 조리개 혹은 셔터 속도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능력이 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고감도 필름이 민감하므로 편리하고 좋을 것 같지만 화질과 색 재현성을 저감도 필름에 비해 떨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얼굴 예쁘고 지적 능력도 높은 여자 드물듯이 양면을 충족시키는 필름은 없다. 고화질과 색 재현성을 중요시한다면 저감도 필름(ISO 50~64)을 선택한다. 섬세하고 화려한 색채감이 돋보인다. 감도가 낮은 만큼 어두운 곳에서는 사용하기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다. 대낮에도 삼각대를 사용해야 할 일이 생길 정도다.
일반 촬영용으로 사용하려면 중간적 특성을 지닌 표준 감도(ISO 100)필름이면 된다. 많은 사람이 사용하므로 특성 개량이 이루어져 화질과 색 재현성이 우수한다.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각 메이커의 주력 상품이기도 하다.
고감도 필름은 움직임이 빠른 대상을 촬영하거나 어두운 장소(주로 실내)에서 사용하기 적합하도록 감도를 높인 필름이다. 감도가 높으므로 조리개 혹은 셔터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전문 현상소에서만 처리해 주는 증감 현상 기법을 사용하면 실내에서 스트로보 없이 촬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화질은 감도를 높일수록 떨어지면 거친 화상을 만든다. 색 재현성도 떨어져 풍부한 색채를 얻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고급 디지털 카메라 또한 감도 조절 기능이 있다. 이는 필름하고는 특성이 다르지만 고감도 설정에서 화질이 저하(노이즈 증가)되는 점은 똑같다. 필름이나 디지털 카메라의 CCD는 공통적으로 저감도 상태에서 최고의 결과를 보여준다.
§ 네거티브(negative)필름
주변 현상소에서 쉽게 현상 인화되는 필름은 네거티브 타입이다. 화상의 명암과 색채가 반대로 기록된다. 이 필름으로 바로 인화활 수 있다. 가격이 싸고 사용법이 까다롭지 않아(노출관용도가 크다 : 노출 과부족에도 정상인 사진을 만듦) 일반 촬영용 필름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대개 주변의 소규모 자동 현상소에서 처리되므로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다. 보통 인화 사이즈인 3X5인치 정도로 확대된 사진으로 촬영의 묘미를 느끼기엔 뭔가 모자랄 것이다. 강남의 신사동에 몰려있는 네거티브 전문 현상, 인화점에서 처리하면 제대로 된 네거티브 인화의 진면목을 새삼 확인하게 될지도 모른다.
열정이 넘친다면 직접 현상 인화 처리 하는 것도 가능하다. 작업 프로세스가 까다롭지 않아 흑백 사진처럼 작업하면 된다. 암실과 컬러용 확대기가 필요하다. 인화용 필름이므로 원판인 네거티브의 보관은 매우 중요하다. 일단 사진을 찍은 필름은 보관에 소홀한 것이 현실이다. 사진용품점에서 판매하는 네거 파일(셀룰로이드로 만든 투명 파일)과 전용 바인더를 이용해 분류 보관하면 좋을 것이다.
§ 컬러 리버설(reversal)필름
흔히 슬라이드 필름이라 부른다. 마운트를 씌워 환등기에 넣으면 스크린에 바로 비추어 실물처럼 볼 수 있는 슬라이드용 필름에서 유래했다. 필름 특성은 투과광을 이용해 보는 것이므로 색의 순도가 뛰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투명 양화(transparency)로 치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눈으로 보는 것과 같은 화상을 만들어준다.
컬러 리버설 필름은 인쇄용 원고로 쓰이고 사진 인화도 가능하다. 전시장에서 보는 사진들은 대개 컬러 리버설 필름을 사용한다. 투명한 색감과 깊이 있는 색채를 만들므로 전문가들이 많이 사용한다. 일반인들에게 널리 보급되지 못하는 이유는 가격이 비싸고 촬영법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네거티브 필름에 비해 극히 좁은 노출관용도로 인해 정확한 노출 결정이 아니면 희거나 검게 변해버린다. 잘못 찍으면 그야말로 본전도 못 찾는 필름이다.
전문 현상소에서만 현상, 인화가 가능해서 처리 과정이 번거롭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한 번 컬러 리버설 필름의 화질과 색감에 매료되면 다른 필름을 사용하지 못할 만큼 매력적이다. 몇 배나 더 드는 필름값과 현상료를 감당할 수 있다면 과감하게 도전해 보는 것도 좋다.
§ 노출관용도(latitude)
필름이 허용할 수 있는 노출에 대한 대응력을 말한다. 즉 적정 노출보다 더 많거나 적은 빛을 받아들이더라도 사진이 찍힐 수 있는 허용 범위를 의미한다. 가장 밝은 부분과 어두운 음영부의 질감이 손상되지 않는 노출 범위로 생각하면 된다. 노출관용도는 필름마다 특성이 다 다른다. 일반적으로 네거티브 필름(흑백포함)은 노출관용도가 넓고 리버설 필름은 좁다.
§ 흑백(B&W)필름
이젠 흑백 필름을 특수용으로 분류해야 할 만큼 사용 빈도가 낮아졌다. 한세대 전만 해도 사진의 주류였던 흑백사진이건만, 하지만 시대의 조류를 거스를 거스를 방법은 없다. 화상을 흑백농담과 명암이 뒤집혀진 음화(negative)상태로 기록한다. 흑백 네거티브 필름으로 불러야 정확한 명칭이다. 사진 인화용으로 주로 쓰인다. 약간의 지식만 습득하면 스스로 현상, 인화 처리 할 수 있다. 스스로 제작하는 흑백 사진의 매력은 각자의 창조적 역량을 더해 사진의 깊이를 실감케 한다.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된 이래 오히려 흑백 사진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편리의 이면에 감추어진 과정의 즐거움을 되찾고 싶다는 의미가 아닐는지. 무엇인가를 스스로 만든다는 작업 주체의 느낌을 흑백 사진처럼 분명히 보여 주는 것은 없다.
§ 흑백 사진의 현상, 인화
촬영된 흑백 필름은 현상 탱크와 릴만 있으면 현상(development)이 가능하다. 사진 전문점에서 파는 필름 현상액(D-76, T-MAX;KODAK 제품, PQ UNIVERSAL;ILFORD제품)과 정지액(stop bath), 정착액(fixer)만 준비하면 된다. 사용법은 약품의 온도와 규정된 시간을 준수해서 각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끝난다. 현상된 필름은 먼지가 없는 깨끗한 장소에서 건조해 네거티브 필름으로 완성한다. 네거티브 필름은 확대기(enlarger)에 넣어 필요한 크기로 확대한 후 흑백 인화지에 빛을 쪼여 인화한다. 인화지 처리는 필름과 같은 방법으로 현상, 정지 정착의 과정을 거쳐 변하지 않는 화상으로 고정된다. 흑백 사진 제작을 위한 도구의 구입 비용은 확대기를 제외하면 몇만 원이면 충분하다. 스스로 현상한 흑백 네거티브 필름은 렌탈 암실을 이용하거나 동호회 활동 등을 통한 공동 작업으로 인화해서 흑백 사진을 만들 수 있다. 스스로 처리할 자신이 없는 경우는 충무로의 흑백 필름 전문 현상소와 인화 업소에 의뢰하면 처리해 준다.
§ DX코드(data index code)
35밀리미터 필름 파트로네(필름 통)를 보면 바코드가 찍혀있다. 이를 DX코드라 한다. 필름의 종류와 감도, 매수, 노출관용도 등을 카메라가 인식할 수 있도록 전기 접점 형태로 만들어 놓았다. 필름을 카메라에 넣으면 DX코드 부위에 감지핀이 닿아 필름 정보를 읽는다. DX코드는 카메라의 자동화 추세에 따라 1983년에 미국의 코닥사가 고안한 필름 자동판독 체계이다. 현재 만들어지는 모든 35밀리미터 필름에는 DX코드가 부착된다. 필름 넣기만 하면 카메라가 초기 세팅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필름은 냉장고에 보관한다
필름은 마치 통조림과 같아서 사용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다. 유효기간 동안은 필름의 원래 성능이 유지된다. 그 이후부터는 필름의 감도와 색 재현력이 서서히 떨어지는데 보존 상태에 따라 큰 차이가 생긴다. 메이커 측에선 13℃이하에서 보관하길 권한다. 필름을 항상 일정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네거티브 필름보다는 리버설 필름의 보존성이 훨씬 떨어진다.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하지 않는 필름이라면 냉동실에 넣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냉동된 필름은 훨씬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다. 사용하기 몇 시간 전에 해동하는 것을 잊지 않으면 된다.
§ CCD(Charge Coupled Device)
디지털 카메라에서 일반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되는 부분이 CCD다. 렌즈가 맺은 화상을 전류의 흐름으로 바꾸어주는 전자 칩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화질을 높이기 위해선 개개의 빛 센서에 해당되는 화소 수가 많은 것이 유리하다. 300만 화소, 500만 화소라고 말하는 것은 CCD에 담긴 각 센서의 숫자를 의미한다. 같은 화소의 CCD라도 면적이 큰 쪽이 화질 측면에선 더욱 유리하다. 같은 화소 수의 디지털 카메라가 훨씬 높은 가격이라면 커다란 CCD를 채택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떤 카메라이든지 화면 크기가 크면 더 선명하고 정밀한 화상을 만들어 준다.
[출처] 윤광준의 사진이야기, 잘찍은 사진한장..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