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쯤 서늘한 밤공기에 묻어오는 꽃향기가
뭐랄까 아주 나를 미치게 한다.
너무 추운것도 더운것도 싫어하는 나는
봄과 가을을 너무너무 사랑하는데..
그 이유에 드는 또 다른 하나는 냄새때문이다.
늘 궁금했다.
다른 사람들한테도 이런 냄새가 날까?
봄이 되면 대기중에 항상 떠도는 이 냄새의 정체는
여고에 다니면서 뒷산에 한가득 피는 아카시아 때문에
알게 되었다. 아카시아 향기다!
근데 또 이상한 것은 라일락 나무를 지날때도 이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그럼 라일락 향기?!!!
어쩌면 그 두가지 냄새를 섞은 향기인가? 내가 그르누아가 아니기에 이 설레는 향기는 참 표현하기 힘들다.
그래서 5월이 되면 눈이 즐거운 4월의 벚꽃철보다
행복하고 편안한 기분이 드는건지도 모른다.
미친듯이 길길이 날뛰는 성질머리도 이 5월밤의 냄새를 맡으면
온순해진다. 대기가 순화되는구나- 세상은 아직 살만해-
그러면서 또 뭔가 설레게 되는것이.
뭐 그누가 궁금해하겠냐만은 그래서 내 첫 데이트가 5월이다.
10년전일이라. 참 무감각하게도 이름도 잊은 키크고 멋졌던..
뭐 청년이라기엔 소년에 가까웠다. 나도 소녀였겠지??ㅎㅎㅎ
근데 또 참 희한하게도 날짜는기억난다는것. 5월14일..흠..
이 서늘한 5월 봄밤의 향기를 맡으면 파블로치의 개처럼.
아련하게 떠오른다.
말없이 쑥스럽게 걸었던..
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조금 내멋대로였던인지라
그런 분위기를 짜증스럽게 생각하면서 집에 갈 구실만 찾고 있었던
못된 내가 있었다. 근데 문득 밀려드는 라일락 향기.
아카시아 숲이 근처에 있던가를 떠올리며 갑자기 말없던 그 친구가 더 이상 짜증스럽지 않았다.
서로 잘되진 않았지만. 내 기억속에 남았는걸.. 참 이상하다.
계절이 바뀌는걸 코로 먼저 안다는건 이상하다.
비가 올건지를 현관문을 나서면서 코로 느낀다는 것도 이상하고
낯선 나라에 한밤중 기차에서 내리면서 그 도시에 강이 흐르는지 느껴지는 것도 이상하지? 사전지식도 없이. 파리에 세느강이 있는건 미리 알고 있었지만..
나이 들면서 후각도 많이 무뎌져서(무뎌진건지 공기오염때문에 냄새가 묻히는건지. 아님 정말 향이 사라지고 있는건지)
가끔가다 마주치는 이런 봄의 향기.
봄이다. 느껴지는 이순간. 5월 서늘한 밤. 세상은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