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중앙일보 황세희] N교수는 성공한 중년 남성이다. 명문 의대를 졸업한 그는 수련의 과정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 일찌감치 교수요원으로 지목됐다.지금은 모교 병원에서 명의로 활동한다.당연히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성공 비결을 묻곤 하는데 이중 “몇 시간씩 자고 공부했는지”는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다. N교수로선 가장 당황스러운 순간이다.
질문자가 기대하는 “밤잠을 줄여가며 열심히 했다”는 말을 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그는 스스로를 ‘잠돌이’로 부를 정도로 잠이 많다. ‘4당 5락’(4시간 자야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의미)이 진리처럼 회자되던 고3 때도 7시간을 잤다.
물론 그도 한때 수면 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한 적이 있다. 하지만 며칠 못가 낮에 수시로 졸고, 집중을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 뒤 ‘잠은 푹 자고 깨있는 동안 집중해서 공부(일)한다’는 생활 신조를 갖게 됐다.
‘숙면을 취해야 활기찬 하루가 보장된다’는 의학적 지식을 체험을 통해 일찌감치 깨닫고 실천한 셈이다.
인간의 ‘적정 수면 시간’은 밤잠을 자고 피로감 없이 기분 좋게 깨는 데 필요한 시간인데 개인차가 크다. 평균은 7~8시간이며, 9시간 이상일 땐 ‘더 자는 사람(long sleeper)’, 6시간 미만은 ‘덜 자는 사람(short sleeper)’에 해당한다. 의학적으로 적정 수면 시간을 지켜야 낮에 능률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만일 이 원칙을 어기고 무리하게 덜 자면 곧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 피로감이 몰려오면서 집중력과 기억력이 나빠져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 신경도 예민해져 불안감·초조감이 증가하고 신경질을 많이 낸다.
또 교통사고 등 일상에서 안전사고, 소화불량, 심혈관계 질환, 성기능 장애 등도 빈발한다. 이 단계를 넘어 심한 수면박탈이 일어나면 자아가 붕괴되면서 환각과 망상 증상이 나타난다.
휴식을 통한 심신 기능 회복은 물론 낮에 익힌 정보를 기억중추에 저장시키기, 불안한 감정 정화하기, 생존 본능을 준비·조절·연습시키는 일 등이 모두 수면 중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최근 새봄을 맞아 덜 자는 부지런한 대통령 이야기가 회자되면서 잠을 줄여가면서 열심히 일하겠다고 결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비슷한 환경과 유전자를 공유하는 배달민족 간에도 체질에 따라 성인 키가 1m60㎝인 남성, 1m80㎝인 여성이 있듯 개인의 적정 수면 시간은 타고 난다.
만일 7시간은 자야 되는 보통 사람이 체질을 무시한 채 “나폴레옹은 3~4시간 자면서 일했다”는 식의 논리를 펼치며 따라하다간 성공은 커녕 문제점 많은 실패자가 될 위험성이 높다.
또 나폴레옹도 말 위에서 토막잠을 잤다는 후일담이나 워털루 전쟁에서 웰링턴 제독에게 참패한 이유가 부하가 중요한 보고를 할 때 졸았기 때문이란 주장에도 유념해 볼 필요가 있다.
성공의 열쇠는 N교수처럼 자신의 타고난 수면생리에 맞게 충분히 잔 뒤 깨어있는 낮 시간을 유용하게 보내는 데 있는 것이다.
황세희 기자·의학전문기자▶황세희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sehee94/[☞ 중앙일보 구독신청] [☞ 중앙일보 기사 구매]중앙일보 모바일 Highⓙ [ⓒ 중앙일보 & Join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