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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요우(加油·힘내라) 중국!"

이양자 |2008.05.19 21:59
조회 44 |추천 0

 

 

                        "자요우(加油·힘내라) 중국!"

 

      지진이 안겨준 슬픔 딛고 올림픽 성공의 계기 삼길

 

 

처음엔 현기증이란 게 이런 건가 했다. 갑자기 책상 위의 노트북과 책들이 흔들거렸다. 이러다가 살바도르 달리(Dali)의 그림처럼 시계가 액체로 녹아 흐르고, 그리고 나는 쓰러지는 건가 했다. 그래서 책상 앞 벽에 걸린 시계를 보는 순간, 시계 옆의 달력이 좌우로 흔들흔들 진자운동을 하는 게 보였다. 아, 건물이 흔들리는 거구나. 지진이란 거구나. 얼른 휴대전화만 챙겨 들고 엘리베이터를 향해 뛰었다.

이미 엘리베이터에는 건물을 빠져나가려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띠쩐(地震)…띠쩐…." 건물 밖에 나온 사람들은 가능하면 높은 건물에서 멀리 떨어진 개활지에 모여 서서 건물을 쳐다보며 무서움에 떨고 있었다. 여기저기로 휴대전화를 걸던 사람들 중 누군가가 외쳤다. "쓰촨(四川)성에서 지진이 났대…퉁저우(通州)에서도 났대…." 1500㎞ 이상 떨어진 쓰촨성 지진은 리히터 규모 7.8이고, 베이징(北京) 동쪽 외곽 퉁저우의 지진은 3.9라고 했다. 사람들은 웅성웅성했다. "어떨까, 건물로 들어가도 될까…지갑은 들고 나와야 하는데…."

리히터 규모 3.9가 이런데, 7.8이면 어떨까는 짐작도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지진이란 마치 죽음처럼 한순간에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무서운 자연현상이란 걸 알았다. 저녁에 식당에 모여 앉은 나이 많은 베이징 사람들은 모두들 1976년의 탕산(唐山) 대지진 이야기를 했다. "그때 베이징에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죽었지…마누라 손을 잡고 하여간 넓은 곳으로 뛰어갔지…."


나이 지긋한 사람들은 그해 가을부터 베이징에서 바이지우(白酒·배갈)건 훙지우(紅酒·포도주)건 술이란 술은 동이 나서 살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해 7월에 지진이 나기 전에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가 죽고, 주더(朱德·전 인민해방군 총사령)도 죽고, 9월에는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이 죽더니 '사인방(四人幇·문화혁명을 주도한 4명)'이 체포되고, 그리고 10년이나 계속된 그 지긋지긋한 문화혁명이 끝났기 때문이라는 거였다.

 

사람들은 문화혁명이 끝난 걸 축하하기 위해 몰래몰래 잔을 부딪치며 축하주를 마셨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화혁명이 끝난 건 베이징 동쪽 150㎞ 떨어진 탕산에서 발생해 24만명이나 되는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대지진이 살아남은 중국 사람들에게 남겨준 복이었다고 했다.

탕산 대지진을 경험한 사람들은 앞으로 쓰촨에서 얼마나 많은 주검이 발견될지 모른다는 말을 하면서도 "잘사는 사람은 많이 내고, 못사는 사람은 1위안(元·약 150원)이라도 내서 모두들 도와야지…우리 인구가 얼마야 13억이잖아…" 한다. 그러면서 "이제 됐어…우리 중화민족이 이제 하나로 단결했잖아…올림픽 잘 치를 수 있어…다른 나라 사람들도 모두들 우리를 동정하고 돕겠다고 하잖아…"라고도 한다.

30년 전의 탕산 대지진은 문화혁명을 끝장냈지만, 이번 쓰촨 대지진은 수많은 생명을 잃은 슬픔을 대가로 베이징올림픽의 성공을 가져다줄지 모른다는 희망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에 발생한 티베트 유혈시위를 시작으로 성화 릴레이를 지키겠다고 중국 사람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 눈치를 안 살피고 너무 나서는 바람에 중국이 국제사회의 입방아에 올랐던 분위기를 쓰촨 대지진이 바꿔 놓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에 사는 이웃나라 사람으로서도 일이 그렇게 풀려가기를 빈다. "우리의 올림픽…우리의 오성홍기…"라고 해 너무 내 주장만 하는 걸로 비친 이미지를 벗고, 지진이라는 자연재해가 가져다준 슬픔을 딛고 서서 올림픽을 성공시키는 데까지 나아가기를 빌어본다. "자요우(加油·힘내라) 중궈(中國)!"


박승준 북경 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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