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전문가들 “시대착오·비교육적 횡포”‘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대규모 집회가 있었던 지난 6일 서울의 ㅇ고교. 교실 스피커에서 “불법집회에 참여하는 학생은 학생부로 소환하겠다. 집회에서 사진 찍히면 취업이나 대학에 갈 때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교장의 공지사항이 방송됐다.
지난 9일 오전 11시쯤 전교생의 학부모 휴대전화엔 자녀들의 집회 불참을 종용하는 5번째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1주일 뒤 2000여명의 전교생이 모인 운동장에서 학교 측은 “집회 참석자는 교장과 1 대 1 면담을 하고 반성하지 않으면 따로 교육하겠다”는 방침을 통지했다. 이 학교 ㅇ양(16)이 19일 경향신문에 고발한 ‘촛불집회 탄압’의 실태다.
일선 교육현장이 쇠고기 논란을 둘러싸고 학교와 학생간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일부 학교에선 학생들의 집회 참여를 막기 위해 교내방송·문자 메시지·가정통신문을 넘어 체벌과 취업 불이익을 협박하는 등 비교육적인 극약처방을 동원해 “지금이 유신이나 5공 시절이냐”는 반발을 사고 있다.
ㅇ양은 “집회에 참석하면 경찰서에 신상정보가 올라가서 대입이나 취업할 때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위협하는 학교에 기가 막힌다”며 “우리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맞느냐”고 말했다. 이른바 ‘현장지도’의 강도도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16일 안산 중앙역 촛불집회장에서는 중·고교 교사들이 나와 참석 학생들의 인적사항을 적어갔다. 다음날 안산지역 중·고교는 학급당 20명의 학생을 의무적으로 도내 체육대회 개막식에 참여하도록 강제했다. 안산 ㄱ고 ㄱ군(17)은 “학생들의 자발적인 집회 참여는 막으면서 필요할 때는 학생들을 강제 동원하는 학교의 이중적인 행태에 화가 난다”며 “촛불집회장에 간 학생들은 학생부에 끌려가 체벌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통제 일변도의 교육당국의 조치는 오히려 ‘비교육적’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김정명신 문화연대 공동대표는 “학교의 대응이 교육과 보호를 넘어 위협 수준으로 가고 있다”며 “헌법에 보장된 청소년의 집회참여 권리를 억압하는 데 초점을 둔 교육 방침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사회학)는 “현 정부와 교육당국의 정책은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에 5공 때의 권위주의를 더한 것”이라며 “지금 같은 강제적 방식으로는 집회 참석 학생들의 촛불은 끌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학생들 마음속의 불꽃은 끌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700여개 시민단체 및 네티즌 모임으로 구성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는 19일 “교육당국의 이른바 ‘안전지도’는 학생 의사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 인권침해행위”라며 국가인권위에 긴급구제 신청 또는 인권침해를 진정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