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화 씨(55·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두 딸 박고운(28·미국 콜로라도 주립대 졸업)·박나래 씨(25·카이스트 대학원 재학중)는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피아노 학원을 다닌 게 전부다. ‘설마’ 하는 의문과 ‘어떻게 키웠기에’ 궁금증이 피어난다. 차분하고 섬세한 큰딸은 아빠를, 활발하고 명랑한 둘째는 엄마의 성격을 빼닮아 성격도 정반대인 두 아이는 공교롭게도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은 학교에 다녔다.
<STYLE type=text/css> ‘아빠표 학습’으로 중학교 공부까지 해결 아이가 올곧은 성품으로 성공한 인생을 살기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터. 김씨는 남편과 함께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장기적인 교육 계획표를 작성했다. 피아노와 운동은 언제부터 시작할지, 대학에 가면 어학연수는 언제쯤 보낼지, 비용 문제는 어떻게 할지 등 미리부터 계획을 세워나갔단다.
이들 자매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엄마와 아빠가 공부를 도와줬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의 눈높이를 잘 맞춰주는 아빠가 전담했다고.
“수학을 가르치다 보면 아이들이 이해 못 할 때 저도 모르게 언성을 높이는데 남편은 그렇지 않았어요. 덕분에 아이들이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아빠표 수업으로 충당했죠.”
대신 김씨는 책 읽기를 전담했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을 무릎에 앉히고 읽히던 습관을 계속 이어가면서 풍부한 감성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걱정이 됐던 것도 사실.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주변 친구들이 전 과목 종합학원, 전문 학원을 다니면서부터는 아이들의 의견을 들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원한다면 학원에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의외로 별로 필요하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아빠와 호흡이 잘 맞아 부작용도 없었고, 학원 다니기보다 서점에서 사 온 문제집으로 아빠와 공부하는 것이 낫다기에 그냥 그대로 간 거죠.”
<STYLE type=text/css> 서울대 목표 실패했지만 적성 찾아 진학
아이들이 안양고등학교에 입학할 당시는 지금과 달리 비평준화였기에 대입 합격률이 높아 지역 명문으로 꼽혔다. 시험을 치러 합격은 했지만 1등만 모인 곳에서 과거의 1등이 자리 잡기란 쉽지 않았다. 특히 나래의 스트레스가 대단했다. “한 번은 학교에 다녀온 나래가 하소연을 했어요. ‘나는 학교에서 박나래가 아닌 박고운 동생’이라고. 고운이가 졸업하던 해 나래가 입학했는데 늘 1등만 하던 언니의 명성이 둘째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였나 봐요. 다행히 나래는 스트레스를 자극제 삼기로 마음을 바꾸더라고요. 중창단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면서 거듭된 연습과 발표회로 자신감이 생기는 듯했죠.”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에야 남들처럼 학원에 다니면서 대입을 준비했고, 고운이는 경희대 생물학과에, 나래는 한동대 기계공학과에 입학했다.
서울대 의대를 목표로 공부했지만 호흡기가 약해 결석하는 일이 잦았고, 이내 성적으로 이어져 의대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고운이는 걱정과 달리 전공이 적성에 맞아 학교생활에 잘 적응했다. 2학년을 마치고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난 고운이는 공부에 욕심이 생겨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싶어했다. 물고기를 쥐여주기보다 잡는 법을 알려주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훗날 유산(?)을 유학비로 대체한다는 합의 아래 콜로라도 주립대 유학을 결정했다.
미국 나사에서 근무하는 게 꿈인 나래는 전공도 기계공학과를 선택했다. 학과에서 홍일점일 정도로 여학생이 드물지만 남학생과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한동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고, 다시 카이스트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하고 있다.
<STYLE type=text/css> 오기와 끈기로 슬럼프 극복 이들 자매에게도 슬럼프는 곳곳에서 찾아왔다. 아이들에게는 늘 최고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재미있던 공부가 버거운 짐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단다.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했지만 따로 방법이 없었다. 비교적 여유롭던 중학생 때는 수영으로 부족한 체력을 보강하고 스트레스도 풀었지만,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로는 시간적 여유를 갖기 어려웠다. 그래서 생각한 게 검도. 아침 6시부터 한 시간 동안 몸을 움직여 땀을 흘리고, 명상으로 마음을 다잡으니 한결 나아졌다고.
유학중인 고운이도 어려운 고비가 많았다. 1년간 어학연수를 했다고는 하지만 언어의 벽을 넘기 어려웠던 것. 학교에는 한국인도 거의 없었다. 한 번은 수업을 마치고 공지 사항이 전달됐다. 다음날도 전날과 다를 바 없이 등교했는데 강의실이 텅 비었더란다. 공지 사항의 내용이 결강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6개월 넘게 고생했나 봐요. 어느 순간 귀가 열리고 말도 자연스러워졌다고 하더군요. 그간 울기도 많이 운 모양인데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소리가 얼마나 애처로운지 도움을 줄 수도 없고, 안쓰러워 발만 동동 굴렀죠.”
하지만 고운이는 수업을 마친 뒤 현지 방송을 활용,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는 데 시간을 투자했다. 까다로운 학점 관리 끝에 3년 만에 졸업하고, 현재 고운이는 미국에서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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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type=text/css> 칭찬과 스킨십이 자신감, 긍정적 마인드 길러 김씨는 주변에서 사람들에게 ‘어떻게 딸들을 그렇게 잘 키웠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칭찬을 많이 해줬다’고 답하면 ‘그것 말고 또?’라고 묻게 마련이다. 너무 ‘뻔한’ 답이기 때문일 터.
하지만 김씨와 남편은 정말 칭찬이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부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지나칠 정도로 칭찬을 했다. 쉬운 일을 하나 해도 “어머, 이걸 어떻게 했니? 넌 천재인가 봐!”하며 ‘오버’하는 게 이들의 특기다. 김씨는 거의 ‘국가대표급’이란다.
아이들과 잦은 스킨십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전달한 것도 매사 자신감과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두 딸은 처음 목표한 서울대 진학에는 실패했다. 그렇다면 이 부부가 처음 세운 청사진이 잘못됐던 걸까?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빠른 지름길로 목적지에 도착할 수도 있고, 다소 시간이 걸려도 돌아서 목적지에 도착할 수도 있다고 봐요. 아이에 따라 방법을 달리하는 게 중요하겠죠. 아이들이 생각하는 바를 흔들리지 않게 지지해줬고, 결국 지금은 본인들이 원하던 공부를 하고 있으니 성공했다고 감히 말하고 싶네요.”
부모가 원하는 대학에 합격시키기 위해 재수, 삼수까지 시키다가 결국에는 이도저도 안 되는 사례나 당장 성과를 내지 못해 조바심을 내는 엄마들을 보면 김씨와 두 딸이 지내온 과정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듯하다.
이 기획은
공부 잘하고, 심성도 올곧은 아이로 키운 엄마들의 노하우는 늘 궁금합니다. 자녀를 키우면서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비법을 알려줄 ‘조언자’도 절실합니다. 주변에서 ‘아이 잘 키웠다’고 소문난 엄마들도 고비고비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슬기롭게 헤쳐나갔느냐 하는 점이죠. 자녀 교육에는 정답도 없고, 명쾌한 로드맵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이에 은 이 땅의 지혜로운 엄마들의 다양한 ‘소신 교육’ 사례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취재 | 최은영 리포터 solcp@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