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많은 남자。
세상에 나만큼 괜찮은 남자가 어디에 있다고,
겁도 없이 다른 남자를 만나보고 싶다는 말을... 함부로 합니까?
넝쿨 째 굴러들어온 복을 제 발로 뻥 걷어차도 유분수지,
나와 만나지 않겠다는 건,
복권을 넣어둔 청바지를 세탁기에 넣고,
부르릉 부르릉 돌려버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 복권이 1등에 당첨된 복권인지도 모른 채 말입니다.
내가 자기한테 처음이자 마지막 남자가 되는게, 억울하대요.
어제 우리가 사귄 지 1주년이 되는 날이었거든요.
그래서 기념으로 커플 사진을 찍으러 예약해 둔 스튜디오로 가고 있는데,
예전에 저랑 잠깐 사귈 뻔 했던 지선이를 우연히 만난 거예요.
그냥 모르는 척 지나가지, 굳이 와서 아는 척을 하더라구요.
그리고 났는데... 그녀가 갑자기 이러는 겁니다.
"생각해 봤는데... 억울 한 것 같아.
다른 남자는 어떤지 궁금해. 오빠는 많이 만나봤으니까 안 그렇겠지만...
난 억울하고, 궁금해. 공평하지가 않잖아.
나도 소개팅 같은 거 한 번 해 볼래."
처음엔 그냥 귀엽게 봐 주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벌써 소개팅을 하기로 약속까지 잡아놨다는 말에는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커플 사진은 커녕, 싸우기만 하다가 헤어졌어요.
어디 가서 혼자 소주라도 마시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그 때 마침 친구 녀석들이 술이나 한 잔 하자고 불러주더군요.
아니 뭐가, 왜, 억울하다는 건지...
술을 마시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무슨 누명을 뒤집어 쓴 것도 아니고,
누가 등 떠밀어서 나랑 억지로 사귄 것도 아니고...
그리고 툭 하면, 제 과거사를 들먹이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어요.
순정이는 어땠냐, 민영이는 키가 컸냐, 지희는 예뻤냐...
처음 연애할 때,
서로 과거에 대해서 솔직하게 털어놓자는 그녀의 제안에,
그동안 사귀었던 여자들 얘기를 쭉 했던 건데...
그게 이렇게 그녀가 불리할 때마다 써먹는 무기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다른 건 그렇게 잘 까먹으면서, 어떻게... 딱 한 번 들었던 여자들의 이름은
그렇게 잘 외우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생각해보니, 제가 여자를 좀 많이 사귀긴 사귀었네요.
두루두루 많이 만나봐야
여자 보는 눈이 정확해지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지금의 여자 친구도 만난거구요.
퇴근 시간이 가까워오는데도 조용하네요. 연락이 없습니다.
혹시 진짜 다른 남자를 만나러 간 건 아니겠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저도 확 미팅이나 해 버릴까요?
어제 만났던 친구가 3대3미팅을 주선해 준다고 했었거든요.
사랑이 사랑에게 말합니다.
기다리지만 말고 먼저 그녀를 찾으라고,
자만심을 버리고... 자존심을 버리고... 그녀밖에 없다고 말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