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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할머니 폭행 사건

이종권 |2008.05.21 13:00
조회 158 |추천 0

 

천인공노, 배우 최민수씨가 70대 남자노인에게 약간의 욕설과, 무력과시를 하던 것이 알려지면서 제일 많이 쓰이던 말이다. 현재 최민수씨는 대부분의 혐의가 무죄로 밝혀진 상황이고 스스로를 자책하며 자숙의 시간을 보내는 걸로 알려졌다.

 

천인공노,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1분 30초에 짧은 러닝타임.

 

가로정리라는 검정 조끼를 입은 청년은 딱 봐도 군대를 이제 막 다녀왔거나, 아직 다녀오지 않았을 정도의 연령대로 보였다. 그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는 많은 인파 사이에서 김밥을 팔고있는 할머니와 실갱이를 벌이기 시작한다. 얼마 안있어 상기 된 표정으로 김밥통을 걷어차는 청년, 이에 분개한 할머니는 깡마른 손으로 그의 멱살을 잡는다. 멱살을 잡힌 그는 순간 욱하는 표정을 짓고, 주먹으로 할머니의 얼굴을 가격한다. 그리고 발로 복부를 걷어차 넘어뜨리더니, 달려들어 짓밟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간신히 청년을 뜯어 말리고, 할머니는 피를 흘리며 분에 못 이겨 청년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청년은 사람들에게 이끌려 다른 곳으로 사라지는데...

 

-할머니가 멱살을 잡자 바로 멱살 잡으며 가격할 자세를 잡는 "가로" 아저씨. -

 

 많은 사람들이 최민수씨 사건과 비교를 한다. 물론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이 70~80대의 노인을 상대로 저지른 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이 사건엔 결정적으로 "동영상" 이라는 사실에 입각한 자료가 있다는 것이 다르다.  최민수씨가 무기로 노인을 협박하는지, 밀쳐서 어떻게 넘어뜨리는지 우리는 보지 못하고 알 수도 없다. 하지만 이 사건에선 그 무엇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정말 상상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 동영상으로찍혀져 있다는 점이다.

 "가로정리" 그는 정말 능숙하게 할머니의 손을 뿌리치고 안면을 가격한다. 넘어진 상대를 밟는 걸로 마무리하는 프라이드 정신도 잊지 않는다. 할머니와 함께하는 오프라인 파이트는 그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이 난다. 하지만, 그 후 펼쳐질 천만 네티즌과의 온라인 파이트를 그는 감히 예상이나 했겠는가?

 

-펀치-> 킥-> 무너지는 상대에게 니킥-> 짓밟기에 이어지는 콤보

 대단하십니다 그려-

 

서울시에 선정된 용역업체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 덕분에 서울시 전체가 싸잡아서 욕을 먹고 있다.

"업체 선정을 잘못한 서울시장 오세훈이 그 할머니를 때린 것이다." "이게 다 이명박 때문이다." 

덕분에 부랴부랴 공개 사과를 하는 헤프닝이 벌어지고, 해당 업체와 계약해지 하겠다는 선언을 한다.

 

 "욕" 해서 "욱" 했다?

몇 몇 사람들이 이 부분에서 그의 편에 손을 들어주기 시작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얼마 안있어 경찰에 붙잡힌 그는 진술에서 "부모님 욕을 하길래 욱 하는 맘이 생겨서 그렇게 됐다" 라고 얘기한다.(부모님이 만약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면 아주 조금은 이해하겠습니다.)

 "나 같아도 부모 욕 하면 가만 안뒀다" "부모를 욕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등신이지" 등등.

이런 글을 쓴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80먹은 할머니가 부모 욕한다고 주먹질과, 발길질에 모잘라 눕혀놓고 짓밟기까지 할 건가요?

 

자, 그렇다면 할머니가 했다는 부모 욕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보통 친구와 말싸움을 할 때 머리 끝까지 화가나면 서로의 부모님 욕을 시작한다.

가장 참을 수 없는 단계가 어머니를 몸파는 여자로 지칭해서 욕을 하고, 아버지는 원조교제를 일삼는 음탕방탕한 중년으로 묘사할 때가 아닌가 싶다. 동영상에서 보이는 가혹한 주먹질과 발길질로 유발되려면 이런 대사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야 거지같이 머리 길러서 더러운 검은 쪼끼 입은 개 등신같은 놈아. 가로정리? 세로정리는 안 하냐 하하하 이 뭐 병신도 아니고. 그래 니 엄마는 길에서 여전히 몸 팔고 있냐? 더러운 병 걸렸다는 소문이 있던데. 너희 아버지랑 나하고 어제 잤어. 어머니 욕 졸라게 하더라. 내가 볼 때 다 더러운 년놈들인데 하하하. 가로정리? 진짜 웃긴다. 진짜 무슨 찐따도 아니고. 꺼져라 괜히 근처에서 삽질하지 말고 김밥을 콧구멍에 쑤셔넣기 전에."

 

(내가 쓰면서도 열받네...)이 정도 대사가 할머니 입에서 나왔다면, 그나마도 멀쩡히 지나가는 사람을 영문없이 세워서 이런말을 했다면, 갑자기 욱하는 마음에 손이 나갔다는 말 이해하겠다.(발이 나간 건 죽어도 이해 못하지만)하지만, 동영상을 보면 먼저 소리를 치고 막말을 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그가 먼저인 걸로 보인다.

어쩄든 구타의 시작은 할머니가 멱살을 잡게 되면서 시작 됐는데, 결정적인 요인도 그가 김밥통을 발로 차 엎었기 때문이다. 땅바닥에 나뒹군 김밥들을 누구에게 팔 수 있겠는가?

피눈물 나는 심정으로 간신히 부여잡은 멱살이, 그를 그렇게 "욱" 하게 만들었다는 것인가?

그 때의 대화를 짧은 소설로 옮겨 보겠다.(내 생각이다)

 

오늘도 금지 된 장소에서 김밥을 팔고 있는 할머니가 계신다. 중학생인 손주들을 혼자서 키우느라 그녀에겐 어쩔 수 없는 위법이었다. 저녁에 시작되는 촛불집회 시간에 맞춰 할머니는 손 수 준비하신 김밥들을 들고 여기 저기 사람 많은 곳을 걸어다니셨다. 모처럼 사람이 많은 오늘, 손주들에게 햄이라도 부쳐줄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그녀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해질녘, 청년은 인파 속에서 몇 번이나 마주치던 그 할머니를 발견한다. 검은색 조끼에는 가로정리라는 글자가 크게 써 있었다. 이것은 서울시의 깨끗한 거리만들기의 일환으로 펼치는 노점상 단속의 구호였고, 그가 서울시에서 고용한 용역이라는 증거였다. 많은 인파와 더위로 지친 그에게 늘 귀찮은 일거리를 제공하는 이 할머니는 그야말로 짜증 그 자체였다. 한 껏 찌푸린 얼굴로 그는 할머니 앞에 멈춰서 말을 한다. 

 

청년 "아 여기서 장사하지 말라구요 좀 내말이 X같아요?"

 

할머니 "이놈아 넌 애미 애비도 없냐?"

 

청년 "제가 몇번이나 말 했어요? 진짜 성질같아선 확! 나이 처먹었은게 뭐가 자랑이라고 같잖아서"

 

할머니 "야이 호로자식아 널 낳은 부모가 더 년놈들이구나 이 몹쓸놈아!"

 

청년 "지금 뭐라고 했냐? 미쳤나 이 할망구가! 너가 뭔데 우리 부모님을 욕 해 x년아!"

 

감정이 격해진 그는 그녀의 소중한 김밥통을 발로 찬다. 김밥들은 아스팔트 위로 널부러졌고, 손주 뻘 되는 녀석의 막말과 행동에 울분을 토하기 시작한다. 힘 없이 앙상한 그녀의 손이 그의 옷깃을 붙잡기 위해 뻗어졌다.

 

  할머니 "야 이 평생 욕역이나 할 놈아! 애미 애비도 없는 나쁜 놈아!!"

 

그에게 있어 눈 앞에 할머니는 자신의 거룩한 공무를 방해하는 쓰레기에 불과했다. 늙고, 병든 더러운 동물로만 보였다. 그의 옷깃에 그녀의 손이 닿자, 그는 욱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더럽게 길거리에서 김밥이나 팔던 손으로 옷을 만진다는 생각에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안 그래도 군대도 안가고 놀면서 집에서 한 숨 소리만 듣던 그였기에 평생 용역이나 할 놈이라는 소리에 머리끝까지 화가 나기 시작한다.

 

청년 "죽고싶냐 이 미친 할망구야? 너 오늘 내 손에 죽어봐라. 평생 용역? 개 미친 XX년, XX새끼가 뒤질려구 환장을 했네"

 

입에 담지 못 할 욕을 하며 그는 주먹을 휘둘러 할머니의 얼굴을 가격했다. 휘청거리는 할머니의 복부로 발을 걷어차며, 힘 없이 쓰러지는 몸을 붙잡고 무릎으로 찍어대기 시작한다.

 

 청년 "뒤져! 뒤져! X년아 뒤지라고!"

 

기어코 넘어진 할머니에게 그는 달려가서 짓밟기 시작했다. 그의 운동화는 할머니의 얼굴, 머리, 몸통 할 것 없이 닿기 시작하고, 할머니의 얼굴에선 피가 흐른다. 

 

누군가는 나서겠지라는 군중심리, 사태가 심각해지자 건장한 사내 몇이 그를 할머니로부터 떼어냈다. 아직도 분에 못 이겨 주먹을 내지르고 허공에 발을 뻗는 그를 몸통 째 들어서 옮겨야했다.

 

청년 "이거 놔!! 저런년은 X나게 맞아야 정신을 차려 병X 같이 더러운 김밥이나 파는게!"

 

소리를 지르며 사람들 틈새로 사라지려는 그. 그 때 억지로 일어난 할머니가 힘겹게 그를 향해 다가간다. 김밥을 발로 차고, 온 몸을 밟은 저 어린 녀석이 한 없이 밉고 또 밉다.  

 

할머니 "야 이 천하에 호로자식아, 널 낳은 애미 얼굴 좀 보자꾸나 야이 나쁜놈아!"

 

청년 "저 빌어먹을 년이 아직 덜 맞았나 너 일로와봐 제대로 맞짱한 번 뜨자 XX년아!!"

 

그는 무섭게 손을 내저으며 말리는 사람들을 밀쳐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내 몇 사람이 더 달라붙어 그를 데려간다.

 

청년 "넌 사람 많아서 산 줄 알아! 여기서 한번만 더 김밥 쳐 팔면 내손에 뒤진다 알았냐!!"

 

말 할 기운도 없이 피를 흘리며 서 있는 할머니. 그는 인파속으로 곧 사라졌고, 할머니는 아픔보다도 손주들을 위해 잠시 꾸었던 작은 꿈이 산산히 조각나 가슴이 쓰라렸다. 아픈 상처는 이내 곧 낫겠지만. 무너진 가슴은 누가 다시 쌓아줄까. 할머니는 오랜 동안 바닥에 흩어진 김밥을 줍고, 또 주웠다. 그리고 무거운 눈물을 흘리고, 또 흘렸다...

 

취조를 받고 있는 '가로'아저씨. 김밥할머니를 폭행한 그는 취조 중에 김밥을 먹었다는

후문이다.

 

 노인은 공경할 대상이 아니라, 단지 나이를 많이 먹은 사람에 불과하다?

숭례문 방화사건 이후, 가뜩이나 노인공경이란 말이 위태하던 우리나라에서 노인의 위상은 밑바닥으로 추락하고만다. 네티즌들은 그 사건을 빌미로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는 노인들의 만행을 알리기에 이르렀고, 그 여파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고스란히 전파 된다.

물론 시대가 바뀌었는데 여전히 유교적인 사상만을 강조하며 맹목적인 공경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나라는 손 위사람에게 손 아래사람으로서 지켜야할 예의와 덕목을 항상 배워왔다. 나도 언젠간 나이를 먹을 것이고, 그 때에는 새파랗게 젊은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보일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나를 힘없고 초라한 노인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은 순식간이다. 내가 젊은시절 노인을 단지 나이만 먹은 인간 혹은, 인간의 값어치가 없는 동물로만 생각했다면 훗 날, 나 또한 그런 취급을 받게 돼도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당신의 폭행은 정당화 될 수 없습니다. "욱 했다"라는 표현은 친구와의 다툼에서나 적용시키세요. 당신과 언젠가 결혼할 부인도, 당신이 낳게 될 자식도, 당신을 낳아주신 부모님도...당신의 그 "욱"에 희생양이 된다면 그건 정말 슬픈일이겠죠.

"욱"해서, 당신보다 몇 갑절이나 나이를 드신 연약한 할머니를 무자비하게 폭행했다는 건 변명거리가 안됩니다. 차라리 업무에 집중하다 보니 노점상들 사람 취급 안 하던 습관이 몸에 벴다고 솔직하게 고백하세요.

아무리 억울해도 당신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앞으로 살 날에 만날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당신은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당신의 "욱"하는 모습에 전 국민이 "욱"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반성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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