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http://cfs12.blog.daum.net/image/34/blog/2008/04/04/19/36/47f604afd3454&filename=Penelope.jpg

이미지 출처 http://movies.nytimes.com/2008/02/29/movies/29pene.html
두려움에서의 해방
오래전, 영국의 귀족으로 추정되는 윌헌 가문에 저주가 씌어졌다. 저주는 윌헌가의 한 남성이 하녀와 사랑하였으나 가문의 반대로 결혼을 이루지 못했던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남성은 가문의 성화에 굴복, 귀족의 여성과 결혼을 하였고 그를 사랑하여 임신한 상태였던 하녀는 그만 자살을 하고 만다. 공교롭게도 마녀인 하녀의 어머니는 윌헌 가문에 저주를 내린다. 만약에 이 가문에 딸이 태어난다면 그녀는 돼지의 얼굴로 태어날 것이며 그 저주는 그녀와 '같은 종류'의 사람으로부터 진정한 사랑을 받아야만 풀리게 된다는 것이었다.
페넬로피(크리스티나 리치)가 그 저주의 희생자였다. 외모만 제외한다면, 귀족인데다 부호의 외동딸인 그녀에게 구혼자들이 줄을 잇고도 남을 지경이었다. 마치 호머의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페닐로피'에게 구혼자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페넬로피를 한번 본 젊은 귀족청년들은 모두 질겁해서 달아나고 만다.
돈과 명예를 한꺼번에 걸머쥐고 싶어 구혼을 했던 사람들 중 가장 속물적이며 인정머리라고는 손톱 끝만큼도 없는 젊은 귀족 에드워드(사이먼 우즈)는 윌헌 가문의 딸이 돼지 얼굴을 한 괴물이라는 기사거리를 신문사에 제공하였으나 모두들 믿지 않는 바람에 그만 놀림거리가 되고 만다. 그런데 페넬로피가 아기였을 때 그녀의 사진을 찍으려고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한 쪽 눈만 잃고 말았던 사진기자 레몬(피터 딩클리지)은 에드워드의 말을 귀담아 듣고 그와 팀을 이루어 페넬로피의 사진을 얻기 위해 적당한 귀족청년을 골라 돈을 주고 그녀에게 접근하도록 한다. 그들이 물색한 대상은 맥스/조니(제임스 맥어보이). 맥스는 도박에 빠져들어 빈털터리가 되고만 청년이었다.
구혼하는 척 접근하여 사진을 찍으려던 맥스는 페넬로피를 몇 번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만 그녀에게 끌리고 만다. 그리하여 레몬과의 계약을 파기하고 페넬로피의 눈앞에서 사라지고 만다. 그에게는 그녀의 저주를 풀 자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녀에 대한 사랑으로 맥스는 이제까지와는 달리 세상을 진지하게 살아볼 의욕과 용기를 얻는다.
한편 페넬로피는 폭이 넓은 스카프로 코를 가리고 무단가출을 하여 맥스로부터 들었던 술집을 찾는다. 우여곡절 끝에 얼굴이 세상에 알려지고만 페넬로피. 그러나 그녀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면 숭배하는 대중들의 마음을 끌어 하루아침에 유명인사가 된다.
그 와중에 교활하게도, 대중의 숭배를 받게 된 페넬로피의 명성을 이용, 돈을 벌고싶어진 에드워드와 그의 부모는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한다. 딸의 저주를 풀어주고 싶었던 페넬로피의 어머니는 딸을 몰아붙여 결혼을 서두른다. 그러나 결혼 당일, 페넬로피는 결혼을 취소하고 뜻밖의 방법으로 저주에서 풀려난다.
맥스가 왜 그녀를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 이유를 알게 된 페넬로피는 할로윈에 돼지가면을 쓰고 맥스의 눈 앞에 선다. 그리고 그의 진심을 확인한 뒤 그녀가 저주에서 풀려났음을 알린다. 둘의 사랑은 시작되고 영화는 해피 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마크 팔란스키의 [페넬로피]. 스토리는 그럭저럭 이치에 닿지만 다소 엉성하다. 예를 들자면, 맥스가 페넬로피를 사랑하게 되는 순간의 묘사는 관객의 공감을 자아내기에 부족하다. 페넬로피가 가출을 하는 이유도 모호하다. 세상이 궁금해서인지, 사라진 맥스를 찾아나선 것인지.
소재는 창의적이나 영화는 타협적이다. 관객들의 마음에 들고 싶어 파격적인 묘사도, 또 수위가 높은 발언도 자제한 것처럼 느껴진다. 함께 영화를 보았던 젊은 필름메이커는 이 영화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영화 [슈렉]은, 피오나의 외모가 아름답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슈렉의 극진한 사랑을 받으며 행복해 한다는 설정으로써 진정한 사랑을 드러내서 좋고 감동적인데 [페넬로피]는 왠지 멈칫거린다고. 동감이다.
게다가 영국식, 미국식 발음이 뒤섞인 영어와, 영국도 미국도 아닌 공간은 뭔가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듯한, 정돈되지 않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렇지만 이 영화, 재미있다. 그 재미는 창의적인 소재와 세상에 대한 풍자에 있다. 그저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어 내면은 팽개쳐둔 채 그들과(혹은 세상 대부분과) 다른 것들에 대해서 배타적으로 차별하며 세속의 풍속을 따르려는 귀족들의 속물근성에 대한 풍자, 반면에 무언가가 조금 특별하면 그것을 숭배하며 우르르 따라다니다가 또 쉽게 잊어버리고 마는 유아적이며 변덕스런 대중에 대한 풍자, 사실보도나 인간의 존엄성 따위에는 관심이 없고 좀 튀는 것이 있으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켜 돈을 벌어보겠다는 언론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한 풍자 등이 그것이다.
영화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인정과 시선에 사로잡혀 그들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할까봐 두려워하는 인생은 헛되고 불행하다고. 맥스/조니가 다른 사람들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확천금을 손에 쥐고 싶어 노름에 몰두하다가 자신에게 있는 재능을 재발견하여 그것을 받아들이는 삶을 살기로 결심하는 데에서, 그리고 페넬로피가
타인의 시선을 의식했던 두려움에서 해방되어 애초에 창조된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인 데에서 행복은 시작되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