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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 늦게나마 시위현장에 다녀온 후......그냥 넋두리입니다..

남미혜 |2008.05.27 11:15
조회 95 |추천 5

저는 서울의 디자인대학에 다니다가,

현재 영화의상 디자인 일을 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요즘 바빠서 뉴스를 한동안 못보다가 시위대 충돌 소식을 듣고

오늘 새벽, 야간 작업이 끝나고 해가뜰쯤 소라광장에 다녀왔습니다.

너무 늦었지만.. 정리라도 도와드리거나 음료수라도 사드릴려고...

다녀온 후에 다이어리에 쓴,, 그냥 넋두리인데,,

올려봅니다.

 

 

 

 

난 정치에도 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없던 사람이다.

나 사느라 바빴고 골치아픈일 신경쓰는것도 나에겐 무의미했다.

FTA다 뭐다 문제가 되고있는것도 전혀 몰랐고

광우병이 뭔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었다

우연히 친구에게 이야기를 듣고나서 처음 들었던 생각도

단순히 남자친구 걱정이었을 뿐이었다.

그냥 호기심 반으로 검색을 해서 여러 기사를 보았고

그 와중에 실제로 언론이 탄압되고 있는걸 보고 말았다.

방금전에 봤던 글이 삭제되고 내가 썼던 리플이 지워졌다.

서명을 하고 클릭을 했는데 내가 서명하기 전보다도 더

서명자 수가 적어져있는걸 느꼈을때 정말 소름이 끼쳤다.

아 이건 뭔가 아닌데..

처음엔 광우병 걱정으로 관심 갖게 된거였는데

이젠 그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정책자체가 잘못되었고

국민과 언론 연구기관을 탄압하는 것에 대해서 더 화가난다.

사실과 다르게 방송하고 발간을 하는 언론사도 무섭지만,

같은 국민으로서 무지하고 개념없는 사람들이 더 무섭다.

나도 몰랐었고 아직도 그렇게 잘 알지는 못하지만

내 눈이 트이고 나니까 아직도 눈감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불쌍하고 안타깝고...

모르는 사람중에도 알려줘서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이미 알고있지만 전혀 의식이 없는 사람도 많다.

솔직히 이런사람들은...한심하기까지 하다..

세상이 이렇게 떠들썩한데 기사 몇개만 읽어봐도 감잡을꺼고

성인의, 지식인의 사고력 가지고서는 문제 파악이 되는게 당연한걸.

'내가 아니라도 일단 누군가 하고 있으니까, 뭐 어떻게든 되겠지.' 

'안타깝고 나도 반대긴 한데 내 할일도 산더미같은걸'

대부분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믿고 인격좋다 생각했던 친구들마저.

실망감에 비난했다가 싸운적도 여러번이고,

왜 넌 관심갖지 않느냐 라는 말만 해도 이미 좌파취급하고

내가 한가해서 그런거나 관심갖고 있는 그런 느낌이 들게 한다.

나 살자고 이러는거 아닌데.. 너도 불쌍하고 , 니가 사랑하는 사람도

불쌍하고, 우리 다 국민 개개인의 최소 생명권을 지킬 정도의

권리 행사 해야하는게 당연한거라 알려주는 건데

내가 무슨 보험회사 직원이나, 사이비 신도나 되는것처럼...

행동하지않는 대학생들이 이상한게 아니라 지나치게 관심갖는

니가 이상한거라는 소리를 듣고 한동안 멍한적도 있었다.

그런데, 내 주변에서도 한두명씩 눈을 뜨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전혀 관심없고 몰랐던 사람들도 사실을 알아가면서

보통문제가 아니구나- 하면서 걱정이라도 하게 되었고,

모니터 앞에서만 걱정하던 친구들도 이젠 오프라인으로 나간다.

엊그제부터 가두시위 하게 되면서 수많은 사람이 다쳤고 잡혀갔다.

한동안 난 일때문에 바빴고, 주변사람들의 무관심에 나마저 지쳐서

나도 관심을 못 두고 지낸지가 1주일정도 되었었는데,

오랜만에 인터넷을 보고 충격 그 자체였다.

노인 임산부 장애인 여자 고등학생 할것 없이 방패로 찍고 때리고..

거기서 진압을 하던 개개인의 전경과 경찰들에게 화가 난게 아니라

그사람들이 이렇게 하라는 명령에 복종할 수 밖에 없는 현실과,

그때문에 서로 미워할 수 밖에 없는 관계가 된것이 너무 슬펐다.

지금의 현실이 슬플지언정, 앞으로라도 그 근본을 고칠 수 있도록

힘써야 하는게 옳은것 아닐까.

집회에 대해 반대입장 가진 사람들의 주장중 하나는

일단 가두시위가 불법이라는 점이다.

현행법상으로는 불법이 맞다. 하지만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잇속 챙기기 바쁜 서울시민들이 이토록 나서서

구속까지 되가면서 운동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잘못된 정권이 나중에 바뀌고 나면, 불법으로 시위한 사람이

처벌받는게 아니라, 당연한 권리를 불법이라고 지정한

국가임원들이 처벌받는것이다.

오늘 새벽 5시까지 부천영화제 예고편에 쓰일 의상을 디자인하느라

시위에 나가지 못하고 작업을 했다. 밤새 작업하면서 라디오 21로

생중계 시위방송을 청취했는데 , 그나마 오늘은 외신(cnn,nhk)에서

취재를 나와 경찰과 전경이 얌전한 편이었다.

팀장님이 잠드시고, 나머지 디자인을 다 그린후 시각이 5시쯤.

부랴부랴 짐을 싸서 사무실 정리를 하고 버스를 탔다.

서울지리를 잘몰라 종로쪽 가는 노선의 버스를 대충 잡아타고

종로 3가에 내려서 소라광장까지 뛰어갔다.

혹시나 그사이에 모두 해산했을까봐 마음이 급했다.

밤새 뛰어다니고 막고 맞느라 고생하신 분들

음료수라도 물이라도 사다 드리려고 갔다.

아니면 정리되지 않은 쓰레기라도 가서 치울까 해서 간거였다.

도착했을때가 5시 40 분쯤 이었는데, 거의 모두들 해산했고

20 명정도 되는 분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중이셨는데,

이미 쓰레기나 뒷정리는 깔끔하게 되어있었고

계시는 분들중에 반정도는 맨바닥에 침낭을 깔고 주무시고 계셨다.

 


 

말주변이 없는 나는 어쩌지도 못하고 분수대옆에 앉아서

멍하니 주변을 바라봤는데, 침낭깔고 누워계시던 어떤 분이

잠에서 깨져서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미소지으시며 고개인사를

해주셨다. 사람들도 모두 아는 사이 아니지만 지나가면서

고개인사를 했다.  아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다..

난 집회나가면 잡힐까봐 맞을까봐 두려워서 선뜻 나가지 못했다..

마침 일이 바빠서 못갈 명목이 있었고, 일이 끝나고 시위도 다 

정리된 아침에서야 들를 수 있을뿐이었다....

전동 휠체어 타시고 자유발언 하고 시위하시던 아주머니...

자유발언때 , 본인이 장애인이라 경찰이 쉽게 하지못한다며

시위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겠다고 하시던 말씀..

본인소다 서른살은 더 어릴것같은 여경에게 머리를 쥐어잡히시고

휠체어째로 들려 연행되시던 모습..

힘든 장애를 가지셨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대단하신분이다..

소라광장을 나와 1호선을 타고 수원까지 오면서 조간신문을 봤다.

전철역 앞에서 나눠주는 신문을 전부 가지고 와서 봤는데,

가장 잘나가는 메트로에는 시위관련 기사가 단 한건도 없었고

그나마 노컷뉴스에는 제대로 된 정보가 많았다.

직장인 대학생들.. 이런 조간신문이나 읽으니 당연히 모를수밖에...

오늘도 방송사에서는 사실을 완화시켜 내보낼것이고

오늘도 눈감고 귀막은 국민들은 다른것만 보려할것이며

오늘도 또 집회하냐며 저건 언제까지 하냐고 할것이다.

하지만, 오늘 내일 하루하루 지날수록 한두명씩 눈을 뜨게 됨에

감사를 느낀다. 외면했던 양심의 소리를 이제서야 인식한 그사람은

왜 본인이 이토록 늦게 알게된건지에 대해 속상할것이다..

집회라는 이미지에 거부감을 느꼈고, 잡혀갈까 불이익당할까 싶어

모니터로만 활동하고 걱정하던 나였는데...

내 비겁함을 인식하고 반성하게 되었다...

내가 나중에 자녀를 낳으면, 내 자식은 나보다 더 할꺼다 분명.

나보다 더할 그 아이가 , 언젠가 혹시 살아가면서 지금 이사건에

대해 이야기 하게 되는 날이 왔을때,

우물쭈물 인터넷으로 봤던 기억을 더듬어가며

어 그땐 그랬지 라고 얼버무리긴 싫다.

내 자식이 나의 그런 태도를 보고 우리엄마 쪽팔린다는 생각

하게 하고 싶지 않다.

이젠, 남자친구 미국쇠고기 먹을까봐, 의료보험민영화 때문에,

그런거 다 둘째 치고. 근본적인 문제로다가 반대한다.

맞을거 각오하고, 경찰구속 그까짓것도 다 감수하고 간다는거다.

행동하지 않는 지성은 죽은 지성일 뿐이다.

추천수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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