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가축시장에 소 사육 농민들의 한탄만
(사천=연합뉴스) 지성호 기자 = 어둠이 가시기 시작한 30일 이른 새벽 경남 사천시 사천읍 구암리 사천가축시장.
가축장날을 맞아 이곳을 찾은 한우농가들이 정부의 미국 쇠고기 수입 고시 여파를 우려해선지 소값흥정은 뒤로하고 근심어린 얼굴로 애꿎은 담배만 연방 태우고 있다.
"10만원만 더 줘". "무슨 소리 그것도 잘 쳐 준 거야".
한우를 팔러나온 농민과 사러 온 농민사이에 흥정인지 싸움인지 알 수 없는 거친 대화가 오갔다.




새끼까지 밴 300㎏짜리 한우 암소를 212만원에 판 강정희(60.사천시 곤명면)씨는 "지난해 이 정도면 450만원선에 거래됐는데 1년만에 절반이하로 떨어졌다"며 허탈한 모습이다.
"이렇게 소값이 떨어지면 소가 사료를 먹는게 아니라 사료가 소를 잡아 먹겠네.."
옆에서 송아지 1마리와 한우 암소 3마리를 모두 750만원에 판 원정옥(66.산청군 신안면)씨는 허탈하다 못해 실신할 지경이다.
원씨는 "이전 경우라면 1천500만에서 1천600만원까지 받을 수 있었다. 절반도 안되는 가격이지만 외상 사료값 500여만원을 갚으려 할 수 없이 팔았다"고 속사정을 밝혔다.
150여마리의 한우를 사육하는 원씨의 경우 지난해 한달 평균 750여만원 정도이던 사료값이 올해는 1천500여만원으로 배 이상 더 드는데 인건비, 시설비 등을 감안하면 현재 가격으로는 매달 수 백만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셈.
원씨는 "지난해 6천~7천원 하던 사료값이 올해 1만원선으로 폭등한 뒤 자금력이 약한 일부 한우농가들은 외상으로 구입한 사료값이 키우는 전체 소값보다 많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지경에 처해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 사천가축시장에 한우를 팔러 나온 농민들은 치솟는 사료값을 정부 탓으로 돌렸고 미국 쇠고기 수입 고시를 한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전재명(66.진주시 금곡면)씨는 "요즘에는 소를 팔아 사료값 주고 있다"며 "소값이 계속 떨어지면 사료값으로 키우던 소를 다 팔아도 부족할 형편"이라며 한탄했다.
이어 전씨는 "우리나라 정부는 이 같은 한우농가들의 절박한 현실을 아는지 모르겠다"며 "사료값 폭등을 못본채하고 여기에다 30개월 이상된 미국 쇠고기까지 수입하는 것은 수 십년간 한우를 키워 온 농민들을 모두 죽이는 처사"라고 분개했다.
한우농가들은 "정부에서 미국 쇠고기 수입에 따른 한우농가 보호대책을 세웠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고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며 "정부가 진정 한우농가를 위한다면 현 사료값의 절반정도를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사천축협 양차용(42)씨는 "정부의 미국 쇠고기 고시 발표로 한우농가들이 소값폭락을 우려해 경매해 많이 참가하지 않았다"며 "미국 쇠고기 수입으로 국내 소값 하락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 농가들의 도산이 불보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