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그랬지. 착하고 순하고 걸핏하면 울음보 터뜨리는 여려빠진 기집애들이 최고의 여성상처럼 떠올랐잖아. 슬쩍 치기만 해도 와락 넘어지고, 세상의 모든 핍박은 다 받는 것처럼 굴더니 왕자나 마법의 도움이 있어야만 살아남던 연약한 기집애들.
그래, 세상은 바뀌어서 이런 애들보다 내숭 안 떨고, 솔직하고, 선머슴처럼 구는 애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지.
욕도 잘 하고 할 말도 다 하던 삼순이도 그랬고, 머슴애같이 힘도 세고 털털했던 고은찬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마치 신데렐라의 순해빠짐과 캔디의 억척스러움을 섞은듯한 캔데렐라들이 득세하는 세상.

그런데 말이야, 난 솔직히 이것도 아니꼽다고. 솔직하고 털털하고 잡초처럼 질기듯이 강하고 착해빠진 거. 그래, 그거 다 이해는 해. 그렇지만 말이야. 그렇게 당하고도 악착같이 덤빌 듯 하다가 마치 도에 통달한 신처럼 상대를 용서해 주는 그 꼴같잖은 아량은 뭐래니?
차라리 내숭이라도 떨던가, 왜 그토록 남자의 관심을 몰라? 그렇게 둔해? 누가 봐도 뻔한 상황 있잖아. 그런데도 정작 이 캔데렐라들은 시치미 뚝 떼고, ‘나 같은 애한테 설마 관심을?'이라며 남자 속을 더 태우잖아.(알고 보면 이런 것들이 더 고단수라니까)
보다 보면 갑갑해 미칠 거 같아. 그 뻔한 신데렐라랑 다를 게 뭐야? 결국 강한 척 하는 캔디의 탈을 뒤집어 쓴 기존의 기집애들일 뿐이잖아. 그리고는 아무리 털털하게 군들, 그게 뭐라고. 종국엔 눈 똥그랗게 뜨며 “정말요? 몰랐어요! 사랑해요~”라고 할 것들이…
나 보다 보다 너무 지겨워서 이 캔데렐라들 좀 꼬집어줘야겠어. 아니면 손들고 손사레라도 쳐. 하지만 우둔한 너희들, 캔데렐라. 너무 지겨워 진짜. 신데렐라, 백설공주, 캔디만큼이나 지긋지긋하다고.
씩씩한 척, 모르는 척, 착한 척?
하지만 너도 여자잖아! 알 거 다 알잖아! 이 여우보다 더 여우 같은 기집애들. 어차피 씩씩해 보이는 거 한계가 있는데 왜 아닌 척 해? 왜 매번 강한 척 해서 사람들 시선을 더 끄냐고. 그리고 왜 항상 나쁜 건 모르는 척 해? 남들은 다 나쁘다고 하는데 왜 너만 그 악인들을 두둔하냐고. 그 착한 척 구는 것도 지겹다구. 너무 착한 ‘척’하는 애들 옆에 있으면 우리 같이 평범한 애들이 더 나빠 보이는 거, 그거 너 아니? 왜 남들처럼 뒷담화도 안 까고 화도 안 내고 복수도 안 해? 그건 도인이나 하는 짓이야.
쌩얼도 예쁘고, 건강미까지?
너도 꾸미는 거잖아! 너도 관리하는 거잖아! 부스스한 머리? 남자처럼 머리를 짧게 해도 손질 하나는 기가 막히게 하는 너. 쌩얼이랍시고 세수 꼬박꼬박, 남들 쓰는 로션 열심히 발라대고, 기초화장까지 근사하게 하는 너.
그리곤 사람들이 쌩얼이 예쁘다고 하면 무심한 듯 대꾸하겠지.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 웃기고 있네. 뱃살 신경 쓰여서 헐렁한 후드티 입고, 같은 청바지라도 지 스타일 맞춰서 고르고 고르는 네 안목. 너도 여잔데 설마 아니라고 우길 거야, 응?
남자한테 인기가 없는 편이라고?
한 놈, 두 놈, 세 놈, 다 널 좋아한다는데 그래도 몰라? 네가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이는 거 그것도 내숭이잖아! 척하면 탁이지. 그걸 왜 모른대? 솔직히 여자란 동물이 그리 둔한 게 아니잖아. 옆에 있는 사람 누가 봐도 그가 널 좋아한다는 게 눈에 보이는데 끝까지 몰라주는 너. 사실 그게 남자의 애간장을 더 태운다는 걸 아는 지 모르는 지. 그래놓고 남자 마음 알고 나면 밀어붙이는 너의 그 강한 애정력! 존경스럽다 못해 짜증까지 난다 얘!
억척스러워서 더 멋지다고?
눈길 끄는 방법도 가지가지. 하고 많은 방법 중에 왜 사서 고생이니? 그것도 전략 아니야? 일부러 남 속 터지게 만들고 동정심 자아내는 거. 그것도 밥맛이야. 그러다 왕자라도 덜컥 나타나서 도와준대도 일부러 도움 뿌리치는데, 결국은 뒤에서 다 도와주잖아. 안 그래?
도와주는 사람이 오히려 더 고생해서 너 뒷바라지 하게 만드는 거. 그것도 꼴사나운 거야. 차라리 진작에 도움을 받았으면 다른 사람도 고생 안 시키잖아?
엽기적인 그녀처럼 무대포에, 4차원 세계에 사는 것마냥 골 때리고, 남자보다 더 강한 척 솔직함을 과시하는 너. 그래, 그 매력 괜찮긴 한데 너 본성마저 감추며 그걸 꾸미지말라고.
네가 여성스럽든, 억척스러운 캔디간에 그건 네 모습이잖아? 괜히 남자들이 좋아한다고, 남들이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네 자신은 그게 아닌데 꾸며내는 거. 그게 가식인 거야.
그러니 제발 지겨우니까 우둔한 척 구는 캔데렐라는 사절! 내숭을 떨든, 소탈하게 보이든, 네 있는 그대로만 보여달라고. 너무 남의 취향 따라가는 거, 그거 별로다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