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씨,
우선 밝히고 싶은 것이 있어요. 당신의 이름 뒤에 나는 '씨'를 붙였어요. 내 기억에 아마 당신에게 처음으로(그리고 마지막으로) 써보는 존칭일 듯 싶어요. 뭐 심각한 심경의 변화가 있는 건 아니고요. 아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당신을 한번도 인정하지 않은 사람이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입에 잘 붙지도 않는 존칭을 쓰는 이유는 뭐 좀 부탁할 것이 있어서에요. 사실 국민 중 하나인 내가 '국민을 섬기겠다'는 취임 일성을 한 대통령에게 부탁할 것이 있는 것이 당연한 거고, 종 부리듯 명령해야되는 것이 맞지만 어디 그게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CEO에게 가당키나 한가요. 하지만 '이 새끼, 저 새끼'로 불러도 내 말을 듣질 않으니, 혹여나 말모양을 이쁘게 하면 들어줄까하여서 한번 그래봤어요.
기대가 아예 없었으니 나는 당신에게 실망할 것도 없어요. 내 예상과 너무 잘 맞아들어가서 짐짓 신나기도 해요. 당신 때문에 국민들이 힘들어하는 것도 약간 고소한 맛이 있어요.
근데 말이에요. 내 생각엔 말이에요. 나는 당신이 당신을 찍어준 사람들에게는 잘 해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나요? 내게 관심도 없었잖아요, 나같은 '불순세력'은 포용할 대상이 아니라 처단할 대상이잖아요. 나같은 사람에게는 그냥 하던대로 해요. 사실 그게 더 편해요. 나도 당신 욕 계속하면서 살 꺼니까. 근데 다시 또 이야기하지만 당신을 찍어준 국민의 절반에게는 잘 해야하는 거잖아요. 취임 100일 만에 지지율이 20퍼센트 아래도 떨어졌더라고요. 같잖은 산수 실력을 동원해보면, 국민이 100명이라고 했을 때, 당신을 찍어준 50명 중 30명이 떠난 셈인데, 나는 잘 납득이 안 돼요. 자기 좋다고 덤벼드는 사람들에게 모욕을 줌으로써 쾌락을 얻는 변태이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나는 잘 이해가 안 가요. 모르긴 몰라도 당신을 찍어준 사람들이 모두 '부자'이진 않을 거예요. 한국 국민의 50%가 부자일리 없잖아요?
왜 그 30%가 당신을 떠났을까요? 부자가 안돼서? 취임 백일만에? 성인이라면 백일만에 부자 안 됐다고해서 그렇게 삐치진 않아요. 세상이 만만치 않음을 알고 있거든요. 저들이 지금 투정하고 있는 거는 부의 축적에 문제가 생겨서라기보다는 존재의 위협을 받고 있어서라고 보는 편이 맞을 거예요. 당신이 연일 외쳤던 그 잘난 '실용'이 자기 삶에 크나큰 위기를 가져왔기 때문인거죠.
교육에 실용을 더하니 영어몰입식교육에 과외열풍이 다시 불고 사교육비는 살인적으로 오르고, 자연에 실용을 더하니 한반도 대운하에 땅값은 치솟고 자연의 대복수가 눈에 훤하고, '실용적'으로 살아서 돈 많이 번 사람들을 내각에 앉혀두니 국민들 박탈감이 이만저만 아니고 정부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실용적으로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데에 저렴한 가격에 국민서비스로 마땅히 남아있어야 것들의 비용이 천문학적인 수치로 올라가고, 실용적으로 '친일'추구하다가 국민정서 황폐하게 만들어서 스트레스만 잔뜩 쌓이게 하고, 실용적으로 FTA 한답시고 소고기 시장 개방하다가 국민들 목숨을 건 도박으로 변질되고...아직도 이박 삼일 더 이야기할 것이 있지만 이쯤에서 할께요.
아무튼 종합해보면, 물신주의 포로들인 국민들의 천박한 정서에 딱 맞는 대통령이 들어온 거 같은데, 어떻게 하다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됐냐면, 당신은 맞춤형 천박함을 가지고 있지만 경기운영능력이 천박하고 후지고 성급하고 아마츄어적인데다가 위험하기까지 하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돈돈돈, 외치는 사람들에게 윙크하며 용돈 좀 얹어주고 싶은데, 자기 주머니에 있는 것은 주기 싫고 해서, 옆집 장롱을 털었는데 짭새한테 잡힌거죠. 당신만 잡히면 될 것을 공범으로 국민들까지 지목하여서 같이 콩밥을 먹어야할 판이에요. 당신은 그래도 주머니에 돈이라도 있으니 능력있는 변호사라도 사지, 돈없는 국민들은 쪽수도 많아서 국선변호사 한 명 대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결론적으로 말해서 내가 당신에게 바라는 건 다른 게 아니예요. 당신을 찍어준 사람들에게만이라도 잘해줘요. 근데 그게 참 어려운 게 당신이 지금 주장하고 있는 '실용'으론 잘 안 될 거예요. 불가능하다고 봐요.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부정한 방법으로 잘 살 수 있어요? 당신이 그렇게 부를 축적한 것은 그저 20세기 '부조리' 고전소설에나 나올 뿐이에요. 그리고 국가의 운용은 개인 통장 운용과는 양이나 질적인 면에서 완전히 다르고요. 잘 생각해봐요. 전국민적 지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떻게 하면 욕 덜 먹고 지지층 이탈 막고 탄핵위기, 살해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여유있을 때 또 잘 사는 것이 정말 돈만 있으면 가능한 것인지, 집구석에 돈은 별로 없어도 돈에 별 관심이 없는 다른 국민들을 위해선 무얼 해줄 것인지도 생각해봐요.
내 단견으로는 스스로 자리를 물러나는 것도 있는데, 어때요, 그건 너무 쪽팔리죠? 더 팔릴 쪽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게 힘들면, 정말로 잘 생각해서 행동해요. 정말로 '생각'이라는 걸 하세요. 써버릇하면 당신같은 사람도 가능하거든요. 개과천선은 교도소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청와대에서도 하는 것임을 보여줘요. 그때가 되면 나는 뭐, 그래도 당신이 싫겠지만, 당신을 악마의 자리에서 개그맨의 자리로 격상시켜드릴 순 있을 거예요. 내가 당신을 위해 큰 소리로 '유아 베리 웰컴'해줄께요.
그럼, 이명박씨, 안녕 ^^
피에스,
저기 이명박씨, 대한민국은 집회 및 시위 결사의 자유가 있는 국가예요. 대통령이면 알고 있겠죠? 폭력적인 당신 똘마니들 당장 거두고, 성난 국민들에게 귀를 빌려줘요. 그니까 매질은 스스로에게 하세요. 변태라고 놀리지 않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