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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재협상은 어쩌면 우리나라의 불행이 될 수도 있습니다..

최영 |2008.06.04 17:22
조회 39 |추천 0
오늘도 촛불시위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제서야 쇠고기 재협상을 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지만 어청수 경찰청장은 폭력시위에 대한 정당한 진압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고 있고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쇠고기문제를 거론한 시민을 폭행하고 연행해놓고 자해극이라는 뻔한 거짓말을 하고 있네요.

 

 때때로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정부가 정말로 쇠고기 재협상을 한다면 국민의 분노는 풀릴 것인가.. 우리의 분노가 지금 쇠고기만을 향해 있는 것일까?

 

 처음 촛불집회가 시작된 것은 광우병에 관한 다큐멘터리나 현 쇠고기협상에 대한 토론회가 있은지 시간이 꽤 지난 후였고, 그 주도층도 중고생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즉 처음 국민들이 현 쇠고기협상의 문제점을 알았을 때는 이 정도로는 분노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국민의 분노를 부풀린 것은 쇠고기 협상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대해 자세히 알게된 국민들이 문제를 제기할 때 이것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

 "위험하면 안먹으면 되지않나"

 "MBC PD수첩을 비롯한 미디어들에서 잘못된 지식으로 국민을 혹세무민하고 있다."

 "국민들을 선동하는 반정부적 배후세력이 있다."

 "인터넷은 초등학생들의 점유율이 몹시 높은 미디어이다."

 "인터넷을 통해 괴담이 퍼지고 있다."

 

 이런 거짓말과 사실관계의 은폐로 일관해오려는 정부의 태도는 현재 이 사회가 얼마나 민주화되고 정보화되어 있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마치 5공 때 지지율이 떨어지면 '무장공비가 떴다' 고 거짓뉴스를 흘리고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연행하고 고문하여 정권을 유지하던 그런 방식이 아직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아주 퇴화한 민주의식에서 나온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IT강국인 우리 나라에서는 매일같이 인터넷을 통해 수백 수천만의 국민들이 의사소통을 하고 있고  중학생들까지도 아무 때나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전국민에게 공개할 수 있는 그러한 정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에는 인터넷을 폭도과 반정부세력의 괴담이나 퍼지는 불건전한 미디어로 규정함으로써 여론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나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은 정부가 생각했던 것만큼 우둔하지 않았습니다.

 

 촛불시위가 시작되고 이것의 지지율이 높아지며 점점 참여 연령층이 높아지는데도,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려는 노력이 전혀 없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대국민사과성명을 통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국민여러분께 죄송합니다만 제가 잘못한 점은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 것 뿐입니다. 쇠고기협상의 고시는 예정대로 진행하겠습니다."

 

 단 한번도 토론회나 청문회에서 정부의 정책이 옳았음을 밝히지도 못했으면서, 설득되지 않았던 온국민을 무지몽매한 우민으로 몰아버린 정부는 예정대로 미쇠고기수입을 고시하고 촛불집회를 강제해산시켰지요. 그리고 폭발하기 시작한 국민에게 이번엔 공권력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수백명의 국민들이 부상을 당합니다. 물론 현대사회에서 그같은 공권력의 남용이 은폐될 리가 없지요. 순식간에 정부의 과잉진압과 폭력은 전국민에게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생생하게 알려지고 이제는 도저히 어떤 거짓말로도 정부가 벌인 짓의 합리화가 불가능해지는 시점에서야, 드디어 정부는 쇠고기고시 관보게재를 연기하고 미국에 재협상을 요청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정부의 태도는 뭐 이런 것입니다.

 

 "우리는 쇠고기재협상 진짜 하기 싫은데 국민들이 하도 하자고하자고 하니까 할 수 없이  요청은 합니다."

 

 뭐 이래가지고 국민들의 분이 풀린답니까..

결국 정부의 "우리는 엘리트고 옳은 일을 하는데 무지몽매한 70%의 국민들이 이를 방해한다."

라는 입장에는 하등의 변화가 없는 것입니다.

 

 현 정부는.. 지금 사태를 전혀 잘못 판단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문제의식으로는 국민의 분을 죽어도 풀어낼 수가 없습니다..!

 

 만약 지금의 문제의식수준을 가지고 재협상을 한다고 해봐야.. 얼마나 훌륭한 재협상이 나올지 의문입니다. 현재의 '쇠고기 재협상 요청' 이라는 카드는 결국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다음으로 촛불집회를 지지하는 70%의 국민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쇠고기 재협상이 맞습니까?"

 

 현재의 미국쇠고기수입 협상은 졸속협상임이 맞습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라고 했듯이, 졸속협상도 한 번 한 것은 협상입니다.

 

 입장을 바꿔놓고, 예를 들어 우리가 한중수교를 새로 맺으면서 한국자동차에 대한 수출에서 유리한 협상을 맺게 되었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중국국민들이 "우리는 그런 협상으로 손해 볼 수 없다. 무조건 재협상하라" 라고 들어 일어나 중국정부가 "무조건 재협상해야 되겠네요. 국민들이 저러는데 어떡합니까?" 라고 말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습니까?

 

 "낙장불입" 이라는 사자성어부터 떠오를것 같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재협상안하고 못넘어가겠다고 나오면 나머지 협상들에서 재협상으로 인한 피해부분 이상을 메꾸는 것이 당연한 수순으로 보입니다.

 

 즉 국민이 원하니까 정부는 무조건 재협상을 해야한다는 이야기는 우리나라 안에서야 당연한 것이지만 국제사회에서도 그렇게 보일지는 의문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쇠고기재협상을 통해 분명 광우병에 대한 위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는 이득을 얻을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 쇠고기재협상을 강행할 때 잃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아직 한미FTA의 끝은 요원하고 한-EU FTA도 현재 진행중입니다. FTA에서 원칙을 먼저 깬 국가가 나머지 협상들에서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을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쇠고기 재협상을 통해 우리가 얻는 것보다 클 지도 모릅니다.

 

 

 결론을 짓겠습니다.

 

 저의 생각은, 현재의 촛불시위는 아주 훌륭하고 민주적인 시위이지만, 그것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이 조금 감정적인 부분이 있지 않나 합니다. 머리에서 시작된 분노가 가슴으로 전해지며, 그 불꽃이 이성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현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국민과 정부의 입장에 대한 의식부터 다시 정립해야 합니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헌법 제1조부터 다시 읽지 않는다면 정부는 절대 현 난국을 타개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그간의 반민주적인 행위들에 대해 모두 처벌/반성/사과해야 하며, 무지몽매한 국민들이 하도 원하니까 쇠고기 재협상을 요청한다는 그런 입장에서 벗어나서, 우리나라 국민이 성숙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우리가 쇠고기 재협상을 강행할 때 얻는 것, 그리고 그럼으로써 잃는 것들을 분석해야 합니다. 나라의 전문가들을 모아 무조건적인 재협상을 할 때 잃는 것들을 최대한 분석한다면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될 것인지, 이것이 우리가 재협상을 해서 얻는 것보다 클 것인지 아닌지, 계산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이명박정부가 추구하는 '실리주의' 아닙니까?

 그리고 이러한 과정들을 투명하게 보여주며, 발달한 우리나라의 미디어를 통해 전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처음부터 국민은 멍청해서 정부에게 설득당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정부가 옳지 않았기 때문에 설득당하지 않은 것입니다.

 

 우리나라 정부가 엘리트가 맞다면, 그러한 신뢰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지금은 미국에 빌어 민심을 달래고 국민들에게 허울뿐인 사과로 일관할 때가 아닙니다. 정부가 옳은 일을 행한다면, 다른 어떤 선진국에서보다 더욱 성숙한 비폭력시위를 할 줄 아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분명 설득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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