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디어연구소]‘광우병 촛불’의 발생 배경과 의미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 조준상
‘광우병 촛불’은 현재진행형이다. ‘협상무효’와 ‘고시철회’라는 정당한 요구가 수용될 조짐이 없자, 참여자들은 ‘이명박 퇴진’이라는 구호를 너나없이 자연스레 외치고 있다. 그런 만큼 현 시점에서 광우병 촛불의 성격을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현실이 잉태하고 있는 미래는 언제나 열려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예상치 못하게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광우병 촛불을 치켜든 배경을, 달리 표현해 ‘디지털 노마드’가 자연스레 집결하는 ‘오아시스’를 형성한 요인을 분석하는 데 한정하기로 한다.
몇 가지 요인을 꼽자면 이렇다. 무엇보다, 향후 광우병 위험에 노출돼 최대 피해자가 될 세대가 바로 자신들임을 직감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들 학생은 알 수 없는 국익을 내세워 정부가 자신들을 잠재적인 최대 피해자로 만들었음을 알고 있었다. 문제의 핵심은 이전과 달리 먹거리를 가지고 장난을 친 주체가 정부 자체라는 데 있다. 이는 항의의 수단을 거리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배경을 이룬다.
둘째, ‘효순이 미선이 촛불’ 때처럼 박탈된 민족 자존감이 깔려 있다. 알 수 없는 국익을 이유로 진행된 졸속·굴욕 협상이 이들 학생의 자존감을 건드렸을 가능성을 들 수 있다. 여기에 2002년 월드컵 때 형성됐던 ‘상상의 감정 공동체’가 착근하지 않았을까 싶다.
셋째, 현 정권 들어 쏟아낸 영어몰입 교육, 자율형 사립고 등 서열화 강화를 부추기는 교육정책에 대한 반감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정책의 피해자가 온전히 자신들임을 안다는 것이다.
넷째, 디지털 감성세대의 특성이 신속한 인식의 공유를 가능하게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휴대폰과 인터넷으로 무장하고 채팅과 메시지를 통해 공감대를 쉽게 확인하고 확산했다는 것이다.
다섯째, 시기적으로 중·고등학교의 중간고사가 끝난 직후라는 점을 빼놓을 수 없을 듯하다.
여섯째, 광우병 촛불이 발생하는 초기조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 바로 ‘최초의 문제제기자’이다. 누구인지는 열려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터넷을 포함한 현 정권의 전반적인 미디어 재편 정책의 방향은 최초의 문제제기를 앞으로 점점 더 어렵게 하는 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광우병 촛불의 전개과정을 보면, ‘소리없이 은밀하게 다가오는 광우병 위험’에 대한 통찰과 직관이 남녀노소 각계각층으로 퍼져 감을 알 수 있다. 좀 더 풍부한 평가는 나중에 맡겨야 하겠지만, 광우병 촛불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막연한 국익을 위해 국민의 생명, 특히 어린 학생들의 생명을 담보로 먹거리를 가지고 장난을 치며 졸속·굴욕 협상을 벌인 정부에 대한 저항과 항의’이다. 광우병 촛불은 ‘먹거리 건강주권 반정부 연대’인 셈이다.
* 출처 및 링크 : 공공미디어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