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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를 여는 "원더걸스" - 촛불소녀들에게 보내는 편지

전태욱 |2008.06.12 22:58
조회 39,245 |추천 203


2007년에 대한민국 가요계에서는 두 소녀 그룹이 매우 큰 인기를 얻으며 주목받았습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바로 '소녀시대(Girls' Generation)'와 '원더걸스(Wonder Girls)'이지요. 소녀와 같이 꾸미고 분장하며 그 이미지를 활용했을 뿐 실제로는 전혀 소녀답지 않은 육감과 성숙한 매력을 강조했던 여자 가수들이 지금까지 매우 많이 나왔는데, '소녀시대'와 '원더걸스'는 그녀들이 보여준 한계를 극복하고 진정한 소녀들이 지닌 매력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고 마음 속으로 다짐했던 것처럼 보입니다.

 

그 다짐이 헛되지 않았는지 '소녀시대'는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가 순식간에 인기가요 1위를 차지하더니, 그 뒤 연이어 내놓은 '소녀시대'와 'Kissing You' 모두 1위에 오르면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요. '원더걸스'도 1집 때부터 'Irony'에 이어 'Tell Me'로 엄청난 인기를 끌더니, 지금은 2집으로 돌아와서 'So Hot'이 단숨에 인기가요 1위에 올라가며 수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습니다. 물론 1집에서 보여주었던 그 순수하고 귀여운 모습이 없어져서 아쉬워하는 이들도 있기는 합니다만, 하지만 아리따운 숙녀답게 섹시하면서도 여전히 소녀다운 모습을 잃지 않아서 더 낫다는 평이 훨씬 더 우세합니다.

 

저는 연예인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 두 소녀 그룹이 얼마나 큰 인기를 끌고 있는가, 구성원들 가운데 누가 가장 예쁜가 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아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요즘 대한민국이 처한 참담한 현실과 그 현실을 극복하고자 과감하게 거리로 나온 촛불소녀 여러분을 바라보면서, '소녀시대'와 '원더걸스'라는 그룹 이름이 저에게 어떤 뜻으로 다가오는지는 분명해집니다.

 

당선되기 전부터 외교 망신살을 사면서까지 부시가 이끄는 미국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BBK 주가조작 의혹을 포함한 수많은 논란이 자기와는 상관이 없다고 그저 둘러대기에 급급했던 이명박 대선 후보자는 대통령으로서 자질은 없다는 사실을 이미 대선 후보자일 때부터 드러냈습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경제를 살리겠다'는 극히 모호한 공약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속여 표를 얻었습니다. 실제로 내세운 공약을 뜯어보면 대다수 국민이 아닌 오로지 기득권과 거대 자본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만으로 가득한데 말이지요.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해도 심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사실 저도 그가 내세운 공약을 제대로 훑어보기 전까지는, '신화는 없다'와 청계천 복원(?) 사업과 서울특별시 버스 노선 개편에 관한 좋은 평론만 읽어서 이명박 대통령을 좋게 생각했습니다. 심지어 '신화는 없다'를 읽은 뒤 독후감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믿는다고 쓰기까지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나도 어리석은 짓이라서 왜 그랬는지 한숨밖에 안 나옵니다. 군대에서 썼던 그 독후감은 전역하면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는데, 지금 생각하면 차라리 잘 됐습니다. 그만큼 국민들 앞에서 수치스러운 기록도 없을 테니까요.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숱한 비판을 '경제 대통령'이라는 터무니없는 이미지로 잠재우며 당선된 이명박은, 대통령 당선자 시절부터 인수위에서 현실성도 없고 국가를 어떻게 이끌어 가야 한다는 기본 철학은 더욱 찾아볼 수 없는 온갖 정책을 남발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더니 2008년 4월 18일에 캠프 데이비드에서 부시 대통령이 탄 카트를 몰면서 졸속 한미 쇠고기 협상을 타결하지요. 그때서야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얼마나 잘못된 선택을 했는지 깨닫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목소리를 본격으로 내기 시작했습니다.

 

한 국가를 이끌어 갈 지도자가 지녀야 할 도덕성과 신념은 어느 누구보다도 더 뛰어나고 올곧아야 합니다. 하지만 태생부터 비틀어진 대한민국에서는 나라가 정상으로 발전하는데 필요한 모든 기본 철학 개념과 윤리와 상식이 엉망이 되어버렸지요. 강직한 도덕성과 올곧은 신념 따위는 경제만 살리면 그만이라는 터무니없는 논리에 묻혀버렸습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무한 경쟁만 강요하고 모든 것을 자본 논리에 따라 재편해 사람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 인성과 가치마저 희박하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신자유주의를 이명박 대통령은 너무나도 좋아합니다.

 

신자유주의 앞에서 국가와 민족 따위는 없으며 민중 따위는 고려할 가치가 더욱 없습니다. 오로지 거대한 자본을 쥐고 있는 상위 1%만이 태평성대를 외칠 수 있는 그런 끔찍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만 신자유주의자들은 눈에 불을 켭니다. 특히 'I Love America'를 부르며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성조기들을 흔들 수 있는 그런 사대주의자들이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지도층으로서 행세하고 있다는 게 큰 무제이지요. 말만 그럴듯하게 하지, 실제로는 미국에서 실시하는 모든 제도를 그저 받아들여서 미국과 같은 '돈 있는 사람에게는 천국, 돈 없는 사람 지옥'인 나라를 만들려고 합니다. 미국이 과연 어떤 나라인지 진지하게 고찰해 보지도 않고 말이지요.

 

그들은 군대에서 정훈 교육 시간에 그토록 강조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커녕, 오히려 삐뚤어진 우월감으로 가득 차 국민들을 의식하고 배려할 줄은 전혀 모릅니다. 특히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태생부터 비틀어진 대한민국에서 이들이 살아가기에 정말 좋은 조건이 갖춰지면서, 이런 글을 쓰는 저 같은 사람들을 아무 근거 없이 자본을 무조건 비판하는 피해 의식을 지닌 무능한 이들이라고 무시하며 코웃음치면 많은 사람들이 동조할 수 있도록 사회 구조를 조작할 수 있었지요.

 

한 가지 사례를 들자면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를 살리려고 수많은 민중이 일어서자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이들은 모두 정신 이상자들이다'라고 미친 개들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식으로 막말을 서슴지 않는 극우 논객 조갑제가 즐겨 쓰는 논리가 있지 않습니까? 대한민국을 지금과 같이 발전시킨 이들은 할 짓 없이 길거리로 뛰쳐나가서 정부에 맞서 싸운 할 짓 없는 빨갱이 친북좌파들이 아니라 자기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며 현장에서 땀을 흘려 묵묵히 일한 이들이라고요. '월간조선'을 참 열심히 읽으시고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대한민국 경제가 호황을 누렸던 까닭이 전두환 대통령이 정말 정치를 잘 해서 그런 것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그런 말을 즐겨 하더군요. 거리에서 쓸데없는 짓할 시간 있으면 그 때 공부 한 자 더 하고 일을 한 시간이라도 더 하라고요.

 

하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너무나도 많은 민중들이 역사 속에서 국가와 정부라는 괴물에게 희생당했습니다. 그 희생을 막으려고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피와 눈물을 흘렸고, 그 피와 눈물이 대한민국을 그나마 이 정도까지 바로잡아 놓는데 필요한 양분이 되었습니다. 착각하면 안 됩니다. 대한민국은 아직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나려면 한참 멀었습니다. '잃어버린 10년'을 주장하는 천박한 한나라당과 그를 지지하는 기득권 세력이 국민들이 그토록 피와 땀을 흘려 일군 척박한 민주주의 토양에서 20년 동안 애지중지하며 키운 설익은 열매을 나무에서 떨어뜨리려고 합니다. 그것을 보고 가만히 있어야겠습니까?

 

여러분을 처음으로 만났던 때는 2008년 5월 24일이었습니다. 청계천 소라광장에서 열리는 제 17회 졸속 쇠고기 협상 규탄 촛불문화제에 참가했던 저는 부산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보고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촛불을 든 소녀가 그려진 빨간 티셔츠를 입은 여러분을 본 거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홍보물을 돌리고 초를 나르고 열심히 움직이는 여러분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고 아름다웠습니다. 여러분은 저에게 진정한 멋과 아름다움이라는 게 무엇인지 가르쳐 주셨습니다. 가요계를 뜨겁게 달군 '소녀시대'와 '원더걸스'보다도 더욱 아름답습니다.

 

여러분뿐만 아니라 수많은 여중생, 여고생들이 학교에서 거리로 뛰쳐나왔지요. 이들은 사람들 앞에서 너무나도 수줍고 부끄러워 얼굴을 가리고 몸을 움츠리면서도,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고 외치고 싶은 건 다 외칩니다. 그 발랄하고 꾸밈 없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것이 참 많았습니다. 그녀들 또한 촛불소녀 아니겠습니까? 자유발언대에 올라온 한 여학생이 대학생 언니 오빠들 다 어디로 갔느냐고 묻는 것을 보고, 너무나도 부끄러웠습니다. 입시 지옥에서 벗어난 해방감을 잠시 즐긴 뒤 취업 지옥에 빠져, 정치나 사회에는 관심도 없고 씀씀이가 변하지 않는 안정된 돈벌이 대상이라는 부끄러운 자화상을 띤다고 비난을 면하지 못하는 20대에 제가 포함되지 않는지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촛불소녀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게 거리로 나갔습니다. 한평생 농민 편에서 초지일관 기득권에 맞서 싸운 강기갑 의원을 보고 올곧은 정신이 얼마나 위대한지 배웠고, 촛불 수 만 개가 일렁거리는 물결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붉어지며 제 눈물 또한 일렁거렸고, 시민들과 거리를 걸으며 구호를 외치면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 1조를 떠올렸습니다.

 

2008년 6월 10일에 열린 촛불문화제는 역사에 길이 남을 정도로 뜻 깊고 규모 또한 정말 컸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항상 청와대에 앉아서 그저 귀를 닫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하다가, 약간 불안해지니까 군대에서 사령관 훈시문 같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더니, 이제는 계속 반성이라는 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 기껏 한다는 행동이 6월 10일에 '명박산성'을 쌓은 것이었습니다.

 

애당초 그들은 국민들과 대화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그들이 보여준 파렴치하고 추악한 작태만 봐도 충분합니다. 역사는 돌아보라고 있는 건데 그들은 대한민국사에 암울한 부분으로 남은 70~80년대로 되돌아가고 싶어하고 여전히 시대착오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정부에 반대하는 어떤 움직임만 보이면 주사파네 빨갱이 친북좌파네 반미 세력이네 외칩니다. 그런 꽉 막힌 그들에게 분노한 국민들은 손에 든 촛불을 그들을 휩쓸어버릴 화염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설사 '빨갱이'라면 어떻습니까? 그들이 말하는 빨갱이가 아닌데 말이지요. 2002년에 보여주었던 붉은 악마와 같은 나라를 사랑하는 빨갱이가 기꺼이 되겠다는 겁니다. 그들을 완전히 쓸어버릴 수 있는 거대한 불로 타오르는 빨갱이에게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려나 봅니다. 그 거대한 불길은 '소녀시대'와 '원더걸스'에게 열광하는 사람들이 내뿜는 열기와는 견줄 수도 없을 정도로 뜨겁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촛불소녀들이 있습니다. 그런 여러분을 보며 저는 대한민국에는 희망이 분명히 있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그 희망을 현실로 만들고자 저도 어떻게든지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절체절명인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 위기에서 벗어나는데 앞장서는 촛불소녀 여러분. 대한민국을 진심으로 걱정해서 거리로 뛰쳐나와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여러분. 여러분을 보고 저는 앞에서 이야기한 '소녀시대'와 '원더걸스'를 떠올렸습니다. 여러분은 '소녀시대'를 여는 '원더걸스'입니다. 여러분은 역사 속에서 부끄럽지 않게 당당한 주체가 되어 사람들을 놀라게 할 자랑스럽고 위대한 소녀들입니다. 나는 여러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사랑합니다. 힘을 내세요. 암울한 현실에 절망하지 말고 희망을 품고 현장에서 만납시다.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된 대한민국을 꿈꾸며.

추천수203
반대수0
베플이철희|2008.06.13 18:50
노무현은 조중동과 싸웠고 이명박은 초중고와 싸운다. 노무현은 국회의원들이 탄핵 요청했고 이명박은 국민들이 탄핵 요청한다. 노무현은 국민들의 비판은 당연한 것이다 라고 말했고 이명박은 비판하는 국민을 잡아들이라 말한다. 노무현은 국민90%를 선택했고 이명박은 국민10%를 선택했다. 노무현 내각은 국민을 사랑했지만 이명박 내각은 땅을 사랑했다. 노무현은 먼저 대한민국 국민과의 대화를 했고 이명박은 먼저 일본 국민과의 대화를 했다. 노무현은 e지원을 만들었고 이명박은 컴퓨터 로그인도 못했다. 노무현은 안창호 선생님이라 불렀고 이명박은 안창호 씨라 불렀다. 노무현은 한일관계를 위해 과거역사를 철저하게 정리하자고 했고 이명박은 한일관계를 위해 과거역사를 거론하지 않겠다고 했다. 노무현의 정책은 야당에서 발목을 잡았지만 이명박의 정책은 국민들이 발목을 잡았다. 노무현은 국민에게 자신을 봉헌했고 이명박은 하나님에게 서울시를 봉헌했다. 적어도 무현이는 미친소를 먹이려 하진않았지...잘한건 아니지만
베플신선미|2008.06.13 17:06
오늘도 내 스크롤바는 빨랐다.
베플양승원|2008.06.14 20:22
할일없이 청와대 밥만 축내던 노무현이 영웅이 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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