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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다 - #168

강재진 |2008.06.16 06:22
조회 76 |추천 0


 

 

그 여자앤 이뻤다.

그렇다고 한눈에 확 들어오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냥 뭐, '이쁘다' 그 정도?

 

말을 걸려고 했던 건 아닌데, 그냥 걸게 됐다.

걔가 웃었다. '니가 말 걸줄 알았어' 그런 표정인 것 같기도 했다.

 

'쳇, 약간 건방진데?'

 

딴 사람들도 많았던 장소였으니까 난 얼른 다른 사람들에게 가서 말을 걸었다.

전화번호 같은 건 따지 않았다.

어차피 자주 보게 될 것 같았으니까.

 

우리는 친구를 하기로 했다. lover가 아니고 Just friend. OK?

그녀가 그렇게 촌스럽게 재차 확인했을 때 난 생각했다.

 

'쳇, 많이 건방진데?'

 

그렇지만 우리는 많이 통했다.

결혼이란 제도에 대한 농담. 우리들 주변에 깔려있는 악질적인 것들. 위선적인 부부들.

이성문제로 고민하는 친구들. 카사노바인 척하는 남자들에 대한 왕짜증.

철딱서니 없는 신데렐라들에 대한 야유.

그런 얘기들을 막 깔깔거리면서 했다.

 

밥 먹고, 차 마시고, 거리도 좀 걷고, 그런 얘기들 좀 하다가, 영화도 같이 보고,

그러다 할 것 없으면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영화 볼 때 팝콘같은거 먹으면서 부스럭 대진 않았다.

그건, 너무 데이트족 같으니까.

 

쇼핑같은 것도 안했다.

니가 뭘 입고 다니던, 내가 뭘 입고 다니던, 그런 것도 신경 안썼다.

왜냐면, 우린 연인이 아니니까.

 

어젠 뭐했어?

그젠 뭐했어?

내 생각은 얼마나 했어?

그런 것도 묻지 않았다. 우린 연인이 아니니까.

구속하고, 미워하고, 참견하고, 징징대고, 사랑같은 걸 하면 그런 일이 생긴다.

그래서 난 마음속으로 게임 같은 걸 걸었었다.

 

어떤 영화처럼,

사랑한다는 말을 하게 되면 나는 지는 거라고,

내가 사랑을 느끼게 되면 나는 지는 거라고,

 

그래, 내가 졌다. 진게 확실하다.

졌는데 기분 좋은 게임.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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