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여자앤 이뻤다.
그렇다고 한눈에 확 들어오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냥 뭐, '이쁘다' 그 정도?
말을 걸려고 했던 건 아닌데, 그냥 걸게 됐다.
걔가 웃었다. '니가 말 걸줄 알았어' 그런 표정인 것 같기도 했다.
'쳇, 약간 건방진데?'
딴 사람들도 많았던 장소였으니까 난 얼른 다른 사람들에게 가서 말을 걸었다.
전화번호 같은 건 따지 않았다.
어차피 자주 보게 될 것 같았으니까.
우리는 친구를 하기로 했다. lover가 아니고 Just friend. OK?
그녀가 그렇게 촌스럽게 재차 확인했을 때 난 생각했다.
'쳇, 많이 건방진데?'
그렇지만 우리는 많이 통했다.
결혼이란 제도에 대한 농담. 우리들 주변에 깔려있는 악질적인 것들. 위선적인 부부들.
이성문제로 고민하는 친구들. 카사노바인 척하는 남자들에 대한 왕짜증.
철딱서니 없는 신데렐라들에 대한 야유.
그런 얘기들을 막 깔깔거리면서 했다.
밥 먹고, 차 마시고, 거리도 좀 걷고, 그런 얘기들 좀 하다가, 영화도 같이 보고,
그러다 할 것 없으면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영화 볼 때 팝콘같은거 먹으면서 부스럭 대진 않았다.
그건, 너무 데이트족 같으니까.
쇼핑같은 것도 안했다.
니가 뭘 입고 다니던, 내가 뭘 입고 다니던, 그런 것도 신경 안썼다.
왜냐면, 우린 연인이 아니니까.
어젠 뭐했어?
그젠 뭐했어?
내 생각은 얼마나 했어?
그런 것도 묻지 않았다. 우린 연인이 아니니까.
구속하고, 미워하고, 참견하고, 징징대고, 사랑같은 걸 하면 그런 일이 생긴다.
그래서 난 마음속으로 게임 같은 걸 걸었었다.
어떤 영화처럼,
사랑한다는 말을 하게 되면 나는 지는 거라고,
내가 사랑을 느끼게 되면 나는 지는 거라고,
그래, 내가 졌다. 진게 확실하다.
졌는데 기분 좋은 게임.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