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는 컨테이너 화물연대의 전면 파업을 하루 앞둔 12일 경기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에 운송 대기 중인 화물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ㆍ항만·물류기지 르포
화물연대 총파업을 하루 앞둔 12일 전국의 주요 항만에는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조합원뿐 아니라 비조합원의 파업 동참이 예상되면서 화주·운송사들은 화물차량 마련에 초비상이 걸렸고, 화물차 운전사들은 “더는 견딜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파업과 동시에 마비되는 부산항=부산 북항 신선대컨테이너 부두는 12일 넘쳐나는 컨테이너로 마치 거대한 ‘철제 빌딩’을 연상케 했다. 인근 감만·우암·감천 등 주요 부두 앞 도로는 파업 전 조금이라도 더 화물을 수송하기 위해 대형 트레일러가 쉴 새 없이 오갔다. 이 때문에 부산항의 물동량은 평소 하루 3만1500여TEU보다 20%가량 늘어났다.
화물차량 사이로 화물연대 선전차량은 확성기를 통해 ‘운송료 인상’ ‘표준요율제 적용’ 등을 외치면서 파업참여를 독려했다. 조합원 박춘식씨(48)는 “부산~서울을 운행하면 기름값 35만원가량을 포함해 총경비가 최소 43만원을 넘지만 운송료는 38만원 수준이어서 차를 세우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운송사들은 “파업이 시작되면 1주일 이내에 수입화물을 선박에서 내리기조차 불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자성대·감천한진 등 북항 컨테이너부두의 장치율은 83%를 초과하면서 사실상 물류마비 단계로 접어들었다. 부산항만청 한재현 물류계장은 “백운포 매립지와 문현금융단지 등 5곳의 임시야적장을 마련해 부두내 빈 컨테이너를 옮겨 장치율을 낮추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운송사와 화주는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반응이다.
◇파업 5일째 맞은 평택항=국제여객 터미널 컨테이너 적치장(적정 1400TEU)도 장치율이 100%를 넘어선 지 이미 오래다. 12일에도 컨테이너 터미널 앞 공터에는 화물연대 평택항분회 노조원 100여명이 트레일러 등 화물차 100여대를 세워놓고 나흘째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바로 앞에는 반출되지 않은 컨테이너 7400TEU가 쌓였다.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른 한 노조원은 “먹고 살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기름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는데 운송비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면서 울분을 토했다. 이들이 평택항~울산까지 컨테이너를 운송해주고 받는 돈은 51만5000원. 이곳을 다녀오는 데 경유 260ℓ가량이 소요되는 것을 비롯해 도로이용료와 유가 인상분, 지입비, 보험료 등을 포함하면 오히려 10여만원이 적자라는 것이다.
조합원들은 “고속도로 이용료 1만5000원을 할인받기 위해 야간에 밤샘 운전을 하는 것이 화물 운송 노동자들의 현실”이라고도 했다. 평택시 관계자는 “모두 8차례에 걸쳐 운송업체와 화물연대가 교섭했지만 의견차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파업 기치 높이는 광양항·의왕내륙기지=7년째 광양항 컨테이너를 수송 중인 노용운씨(55)는 “광양에서 경남 양산까지 운행하면 8만원의 손해를 본다”면서 며칠째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차에서 새우잠을 자고 있다. 가족들 보기가 미안해서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는 것이다. 화물연대 전남지부 임종대 홍보부장은 “정부와 업체가 유류가 인하와 운송료 인상, 다단계 알선 근절 등 근본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왕내륙기지에서 파업 출정식 준비를 하던 최모씨(44)는 “지금 상황은 2003년 총파업 때보다 더 심각하다”며 “올해 초만 해도 한 달에 100만원을 벌었는데 요즘은 기름값이 너무 올라 50만원도 못번다”며 “이걸로 네 식구가 어떻게 사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