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시대에 조상들의 지혜로 아로새겨진 전통 조경 정신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한다. 조경을 할 때 인위적으로 장식하거나 변형하는 일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연 환경과 조건을 받아들였다. 있는 그대로를 수용한 상태에서 작업을 시작하니 자연과 환경에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조경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돌이 있으면 돌 위에 정자를 짓고, 물이 고이는 곳이 있으면 물 범람을 방지하기 위해 연못을 만들었다. 창덕궁 후원, 담양 소쇄원, 보길도 부용동, 강진 다산초당 등 지금까지 남아 있는 정원이나 주택 가운데 빼어난 조경미를 자랑하는 곳은 모두 자연 환경과 조건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인위성을 최소화한 미니멀한 조경을 보여준다. 자연을 빌려 나의 부족함을 채우고, 나무 한 그루에도 의미를 부여해 자세를 바로했던 전통 조경 정신을 찾아 나섰다. 격랑의 세월 속에서도 아취雅趣를 잃지 않은 전통 정원과 선조들의 조경 정신을 담고 있는 현대 공간을 살펴보고, 더불어 전통 조경의 뜻을 빌린 화초 데커레이션 아이디어 아홉 가지를 제안한다.
1 거실에 놓은 매화, 군자의 풍모를 드러내다
우리 조상들은 꽃나무 하나도 허투루 여기지 않았다. 꽃나무를 재배하는 것 역시 마음을 닦고 덕성을 함양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서리와 눈을 두려워하지 않고 언 땅 위에 꽃을 피워내는 매화는 천하에 으뜸 가는 꽃이라 칭해지며 특히 선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거실에 매화 가지 하나 드리우고 그 운치와 격조, 절조를 가까이 배워보자. 매화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듯 대형 화기에 키 큰 가지를 균형 있게 꽂으면 멋스럽다. 매화 왼쪽의 꽃나무는 산당화. 명자꽃이라고도 하는데 가지가 뻗치는 느낌이 매화와 비슷해 잘 어울린다.
2 연못 대신 물확에 꽃을 띄우고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원리에 따라 땅 위에 사각으로 만들어졌던 연못. 그 연못 위에 수련이라도 가득 떠 있으면 무릉도원에라도 온 듯 황홀감을 느낄 수 있다. 집 안에 연못을 들일 수 없다면, 대신 물확은 어떨까. 물확의 작은 사각 공간을 연못 삼아 다채로운 연출을 할 수 있다. 물만 담아놓아도 좋고, 철마다 다른 꽃을 띄워도 좋다. 단단한 돌에 찰랑이는 물결, 흔들리는 꽃잎이 기분까지 화사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꽃 없이 초록잎만 띄우거나 이끼를 키워도 또 다른 분위기를 낸다.
3 푸릇한 대나무로 파티션을 두르다
대나무는 전통적으로 남쪽 지방에서 가옥 뒤쪽에 즐겨 심었다. 푸른 병풍을 두른 듯 한옥의 운치를 더했던 대나무를 집 안에서 파티션으로 응용해보자. 따뜻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대나무는 실내에서 키우기에 비교적 적합한 나무. 직사각형 화기에 대나무를 나란히 심고 적당히 시선을 가리고 싶은 곳에 놓아둔다. 대나무 종류별 특성에 따라 물만 제때 주면 큰 무리 없이 잘 자란다. 한나절 정도 해가 비치는 공간에 두는 것이 좋고, 반그늘이라면 개운죽 등 해를 좋아하지 않는 품종을 활용해보자.
4 서랍으로 연출한 화계, 한눈에 즐기는 들꽃
지금도 궁궐이나 대갓집 뒤편에 가면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조경 양식이 바로 화계花階다. 옛사람들은 언덕이나 둔덕을 인위적으로 평지로 만들지 않고, 경사를 그대로 둔 채 계단처럼 단을 만들어 꽃을 심고 즐겼다. 집 안에 언덕은 없지만 서랍장을 활용해 화계 모티프를 연출해볼 수 있다. 현관 입구나 전실에 놓아두고 서랍 속을 작은 야생화 화분들로 채워보자. 아기자기한 들꽃을 한층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는 데커레이션이 될 것이다.
바구니로 연출한 미니 정원
라탄 바구니부터 와이어 바구니까지 다양한 바구니에 여러 종류의 화초들을 담아 두는 것만으로도 미니 정원이 만들어진다.
통풍이 잘 되고 물이 잘 빠져 뿌리가 썩는 것을 막아 주는 바구니 활용 가드닝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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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훤히 비치는 투명함의 미덕을 가진 유리 볼은 여름을 위한 수반 재료로 안성맞춤이다. 유리 볼에 하얀 조약돌을 깔고 수경 재배 식물과 빨간색 금붕어를 넣으면 커다란 연못이 부럽지 않다. 수반 아래에 넓은 나뭇잎을 놓으면 소박하면서도 정적인 운치가 느껴진다.
투명한 접시 속의 수경 화원
거실 테이블 위에 올려 두면 잘 어울릴 듯한 풍경의 수반. 뿌리 부분만 물에 담가두어도 쉽게 자라는 수경 재배 식물을 여러 개의 유리병에 꽂아 하나의 큰 접시 위에 올린 뒤 접시에 물을 부으면 멋진 수반이 완성된다. 물과 유리병이 주는 볼륨감으로 인해 시원한 시각적 효과를 얻을 수 있고, 화분에서 기르는 것보다 손쉬우며 실내 습도까지 조절해 주니 일석삼조의 수반인 셈이다
하늘 정원, 행잉 바스켓
아래로 자연스럽게 늘어지는 넝쿨 식물은 실내 정원을 연출하기에 좋은 아이템. 더욱이 행잉 바스켓으로 만들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초록 이파리들이 집 안 가득 청량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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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은 크게 자라지 않는데다 재배 기간도 일반 채소보다 짧고 빛과 물 조절만 제대로 한다면 누구나 손쉽게 잘 키울 수 있다. 이때 화분 대신 파릇파릇한 새싹의 색이 돋보이도록 러스틱한 식빵 틀을 선택하면 개성 만점의 기능성 정원이 된다.
키우는 재미와 먹는 즐거움이 있는 상추 기르기
채소를 기르는 것이 처음인 초보자라면 상추 모종으로 기능성 정원 꾸미기를 시작해 보자. 모종 하나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상추 몇 장이지만 정성스럽게 기른 모종에서 하나씩 뜯어 맛보는 재미는 제법 쏠쏠하다. 상추는 건조한 것에 약하므로 겉흙이 마른 듯하면 물을 흠뻑 뿌린 다음 덮개를 덮어 수분을 유지하는데, 이때 투명 케이크 덮개를 사용하면 관상용으로도 손색없다.
식료품 캔에서 기르는 유기농 먹을거리
바닥에 구멍을 낼 수 있어 화분으로 활용하기에 안성맞춤인 캔 속에 요리하고 남은 당근, 고구마, 미나리, 양파 등의 채소를 담가 두면 새순이 금세 돋아나 먹는 즐거움에 보는 즐거움까지 준다. 영문 라벨이 눈에 띄는 여러 개의 캔들을 주방 한켠에 올려 두면 코티지 가든 분위기를 낼 수 있어 이국적인 풍경의 주방이 된다.
운치 있는 도기 정원
가드닝 자체가 자연이지만 식물을 담는 용기에 따라 좀더 깊은 자연의 운치를 느낄 수 있다.
즉 플라스틱 화분 대신 항아리와 토분을 활용하면 평범한 식물도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