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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Blue-때 묻지 않은 순수, 코발트빛의 자유

이미해 |2008.06.21 07:39
조회 136 |추천 4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한 세부(Cebu)와 보라카이(Boracay)는 필리핀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관광지이자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휴양지이다. 두 곳 모두 휴양지로서 최상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어, 어디를 가도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그림 같은 바닷가에서 한가하게 휴식을 취하며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다. 하지만 취향에 따라 만족도가 다를 수 있다.

세부는 해변이 마치 눈이 쌓인 듯 새하얀 '화이트 비치'로 유명한 보라카이와 견주었을 때 해변의 풍광과 모래사장이 다소 뒤처질지 모르나 산호와 갖가지 색깔의 열대어들이 헤엄치는 바다 속 세상은 현실과 유리된 꿈 같은 광경을 선사한다. 스노클링, 윈드서핑, 아일랜드 호핑 투어 등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무엇보다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가 많아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 세부 여행의 꽃, 아일랜드 호핑 투어

'세부의 바다 빛깔은 하루에 일곱 번 변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태양의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 코발트 빛 바닷물 속의 울긋불긋 현란한 색채는 세부의 가장 큰 매력이다. 다이빙이 세부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이지만, 꼭 다이빙을 하지 않아도 세부의 아름다움을 맘껏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방카'라는 필리핀 전통 배를 타고 주변 바다와 섬을 누비며 수영이나 스노클링, 줄낚시 등을 즐기는 아일랜드 호핑 투어다.

'남쪽의 여왕 도시'라고 불리는 세부는 크게 본섬과 2개의 연륙교로 이어져 있는 막탄 섬으로 나뉜다. 동양에서 가장 '스페인적인 도시'로 알려진 세부는 300년에 걸친 스페인 통치시대의 역사적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을 뿐 아니라 필리핀 서민들의 꾸밈없는 생활 모습까지 엿볼 수 있어 다른 휴양지에 비해 볼거리가 다양한 편이다. 특히 막탄 섬은 색종이를 오려낸 듯한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해변, 수많은 스쿠버다이빙 포인트, 그리고 최고급 리조트들로 전 세계 관광객들을 그러모으고 있다.

아일랜드 호핑 투어는 세부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다. 리조트에서 한 걸음 더 바다로 나가면 산호가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갖가지 색깔의 열대어들이 헤엄치는 코발트빛 바다 속의 숨겨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이른 아침 선착장에 도착하니 10여 척의 방카가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흔들흔들 떠 있다. 바닷물이 얕아서 사람이 끄는 쪽배를 이용해 방카 보트에 몸을 싣고, 피크닉 가는 기분으로 코발트빛 바다 위를 유유히 떠가다 보면 힐루뚱안 섬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선착장에서 25분 거리에 있는 힐루뚱안 섬 앞바다의 산호 밭은 스노클링의 명소로 이름이 높다.

수상 매표소에 입장료를 지불한 뒤, 방카는 스노클링하기 좋은 지점에 정박했다. 세부의 바다를 보고 있자니 '아, 세상에 이런 곳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팔을 길게 뻗어 손에 물을 적셔본다. 금방이라도 피부색이 투명하게 변해버릴 것만 같다. 식빵 조각을 뿌리니 열대어들이 다가와 재빠르게 낚아챈다.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숨 대롱 달린 물안경을 쓰고, 발에 딱 맞는 오리발을 차고 현란한 색채의 물속 세상에 몸을 던졌다. 온몸의 힘을 빼고, 물이 움직이는 대로 몸을 맡기자 물밑 세상의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온다. 산호 무리가 울긋불긋 저마다의 색깔을 뽐내고, 열대어들은 확 흩어졌다 모인다. 이따금 한 입 가득 물게 되는 짜디 짠 바닷물에 혼비백산하지만 물 밖으로 나오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스노클링 뒤 배 앞머리에 누워 바라보는 바다와 하늘은 유난히 평화롭다. 햇살마저 감미롭다. 하염없이 누워 있다 보면 무료하다는 것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에 도취된다. 시간도 느리게 지나가는 것 같고 마음 밑바닥에 엉켜 붙었던 찌꺼기들도 말끔히 빠져나가는 기분이 든다.

한나절 스노클링과 수영, 줄낚시로 출출해진 배를 채우기 위해 수상 식당으로 옮겼다. 돼지 꼬치와 닭 꼬치, 생선ㆍ고둥ㆍ게 등 싱싱한 해산물이 식욕을 돋운다. 바다에서 노느라 배가 고팠던지 바비큐 맛이 꿀맛이다. 스노클링이나 수영도 마음껏, 게다가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도 만끽할 수 있는 아일랜드 호핑 투어는 세부 여행의 꽃이라고 할 만하다.

◆숨겨진 보석 같은 섬, 보홀

세부에서 배로 1시간 40분 거리에 있는 보홀(Bohol) 섬은 세부에 비해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눈부신 햇살, 하늘과 맞닿아 펼쳐진 코발트빛 바다와 그림 같은 해변, 섬 전체를 둘러싼 산호초 등을 품고 있어 느긋한 휴식을 누릴 수 있고,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기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휴양지다.

보홀에는 크고 작은 부속 섬들이 여럿 있는데, 그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 보홀의 주도 타그빌라란과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팡라오 섬이다. 대부분의 해변이 산호 가루로 이루어진 화이트 비치로 분말처럼 보드라운 모래가 야자수와 어우러져 한마디로 지상낙원이다. 특히 남서쪽에 위치하고 있는 알로나 비치는 보홀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힌다. 속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푸른 바다와 수십 척의 방카, 희고 고운 산호 가루로 이루어진 백사장과 1㎞ 남짓한 해변 뒤편으로 길게 드리워진 야자수 등이 어우러진 이국적인 풍광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코발트빛 바다 너머 수평선과 만나는 새하얀 하늘은 높아질수록 그 푸른빛을 더한다. 하얀 분말을 일으키는 파도에 몸을 적시며 아담과 이브가 되어 남국의 낭만을 즐기다 지치면 바닷가 모래 위에 앉아 선탠을 하면 된다. 이마저도 귀찮으면 잔잔한 파도 소리를 자장가 삼아 책을 읽거나 늘어지게 낮잠을 자며 달콤한 휴식에 젖어들면 그만이다. 기세 좋게 이글거리던 남국의 태양이 시나브로 수평선 위에 내려앉으면 해변과 맞닿은 레스토랑 테이블에는 하나둘씩 촛불이 켜진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맛보는 싱싱한 해산물 요리는 '맛'보다 '분위기' 때문에 더욱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다.

보홀은 동양의 홍해(Red Sea)로 불릴 만큼 바닷물이 유난히 맑아 스쿠버다이빙 포인트가 많기로 유명한데, 알로나 비치에 해양스포츠 숍이 몰려 있다. 경험이 없는 초보자도 약간의 교육을 통해 10m 안팎까지 잠수할 수 있는데 안전을 위해 경험 많은 다이빙 마스터들이 1인당 1명씩 함께 들어간다. 특히 알로나 비치에서 30분 거리의 발리카삭 섬은 엄청나게 많은 열대어들과 아름다움을 뽐내는 산호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세계적인 스쿠버다이빙의 명소로 유명하다. 바다 속을 유영하면서 만화 캐릭터 '니모'로 더 잘 알려진 커먼크라운을 만날 수 있고, 다이빙을 마치고 배 위에서 일광욕이나 낚시를 즐기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보홀은 아직까지 관광지로 개발이 덜 돼 한적하다. 우리에겐 낯선 여행지이지만 침대에서 눈을 뜨면 통유리 너머로 바다가 펼쳐지는 평화로운 아침,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낮, 눈물이 쏙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붉은 노을과 낭만적인 열대의 밤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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