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별 성격이 사회 깊숙이까지 들어와있다. 술자리나 모임에 가면 꼭 한번씩은 혈액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 현상을 싫어할 분만 아니라 혈액형 별 성격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멍청하다"고 생각한다. 혈액형이 유전자적 현상에 의해 네가지로 분류된다는건 이해하겠지만, 인간의 성격이 그 네가지로 분류된다니... 이것이 말이나 될법한 일인가? 인간의 성격은 유전적 요인 외에도 주변환경등의 후천적 요인에 의해 형성된다. 즉, 보고 배워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네가지 성격만으로 나누어진다는 것은, 이 후천적 요인에 대한 과학적 이론에 정면으로 반박하는것에 다름없으며, 후천적 요인이 작용한다 하더라도 인간은 네가지 종류의 성격만을 보고 배운다는 말이 된다.
사람들은 남들과 똑같은것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밑바탕에 깔려있는 보편적인 인간성이나 "일반적이다"라고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충족되면 ("인간이라면 옷을 입고, 사회생활을 한다"라는 것 따위가 일반성에 속한다.) 으레 남들과는 다른 모습이고 싶어하며 남들보다 튀고싶어한다. 누구나 옷을 입지만 자신과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기분이 나쁜 경우가 있을 것이다. 똑같은 것을 싫어하는 것이다. 하지만 튀는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옷을 벗고 다닐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일반성에 포함되어서 충족되어야 하는 요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튀고싶어하는 욕구, 표현의 욕구를 개성이라고 부르며 누구나 개성을 가지고 싶어한다. "개성" 별개의 성격 - 다른 사람이나 개체와 구별되는 고유의 특성이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유독 혈액형별 성격에서는 그 욕구를 찾아볼 수 없다. 누구나 다 그렇다고 믿는다.(혈액형별 성격을 믿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니, 대체 왜? 무엇이 그렇게도 믿을 수 밖에 없게 만든단 말인가? 그토록 "개성"을 외치는 인간에게 있어 의아한 일이 아닐수가 없다. 자신의 성격이 고작 네종류로만 분류된다는 과학적 근거도 없는 주장인데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 현상의 원인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나는 혈액형별 성격에 대한 설명의 광범위성으로 인한 확증편향과 그로 인한 바넘효과를 원인으로 본다. 일단 혈액형별 성격이라는 것에 대해 알아보자. A형은 소심하고 B형은 제멋대로이며 O형은 원만한 성격이고 AB형은 종잡을 수 없다는게 일반적인 혈액형 별 성격이다. 그런데 그 뿐만이 아니다. B형을 예를 들어보자.(본인이 B형이다.) B형은 정이 많고 명령을 싫어하고 도가 지나친 친절은 거부감을 보이며 답답한 사람을 싫어하고 기분이 좋으면 애교를 잘부리고 비밀이 많지만 잘 털어놓는다고 한다. 참 많기도 많다. 이렇게 많은데 설마 그중에 자신의 성격과 부합되는 설명이 하나라도 없을까? 아니다. 나만해도 상당히 있다. 나는 B형남자이며 명령을 싫어하고 한다면 하는 사람이고... 등등... B형성격에 해당되는 성격이 상당히 있다. 하지만 내 성격은 A형에서도 찾아볼 수 있고, O형에서도, AB형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때 혈액형별 성격을 믿는 사람에게는 확증편향이 발생한다. 확증편향이란 자기의 신념을 확증해주는 것들을 쉽게 발견하거나, 더 찾고, 자기의 신념에 반하는 것은 무시하거나 덜 찾는 경향이다. 예를 들어 소심한 사람에게 A형일것 같다고 생각하여 혈액형을 물어봐서 A형이 아니라고 하면 금방 잊어버리고, A형이라고 하면 호들갑을 떨며 "맞지? A형일것 같았어."라고 말하며 오래 기억하며 확신하는것이다. 즉, 기억을 조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바넘효과가 발생한다. 바넘효과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격이나 심리적 특징을 자신만의 고유한 특성으로 여기는 심리적 경향이다. 이것 또한 예를 들면 "당신은 대체로 외향적이지만 때로는 내성적일때가 있다."와 같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당연한 것을 자신만의 성격이라고 믿는것이다. 점을 보거나 타로를 볼때에도 이 바넘효과는 발생한다. "정말 나는 그런건가?" -> "아 그랬던것 같아!" -> "맞아맞아! 나는 이래."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 뿐만 아니다. 이렇게 믿고 난 후에는 그 성격대로 자신이 변하게 된다. (이게 가장 무서운 점이다.) A형의 같은 경우는 "소심하다"라는 성격적 특성에 의해 소심한 행동을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아, 난 A형이니까... 난 원래 그래."라며 그 상황을 인정하고 넘어가면서, 스스로 그러한 성격 형성에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로 인해 혈액형 별 성격은 사람들에게 맹신되고 있다.
"어떠한 모습이 되고 싶다면, 그러한 생각을 하고 그러한 행동을 하라."라는 말이 있듯이, 혈액형별 성격을 믿는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 하나하나가 모여, 자신을 A형, B형, O형, AB형 인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는것이다.
그러므로 혈액형별 성격을 믿으며 그대로 판단하고 행동하는것은 진흙탕위에 집을 세우려는 것과 같다. 기본적으로 엄청난 오류를 범하고 있는것이며 그 신뢰성은 절대적으로 낮다. "단순한 재미나 흥미에서 하는건데 뭐가 잘못이냐!"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단순한 재미나 흥미를 넘어선 상태이다. 맹신자들에게는 사람을 판단하는데에 혈액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이 깊어진다면 혈액형별 성격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포장된 또다른 편견과 색안경이 사람들 저마다에게 하나씩 씌워지는것과 다름없을것이다.
두번째이야기는 간접적 자기표현에 대한 욕구와 혈액형별 성격과 같은 유형의 글들에 대한 고찰이다. 자기표현의 욕구로 인해 혈액형별 성격은 믿음을 넘어 유행으로 번지고 있다. 위 글에서 말한 이유로 인해 혈액형별 성격은 비논리적, 비과학적이라 할지라도 상당한 신뢰성과 함께 "믿음"혹은 "사실"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것을 이용해 사람들은 자신을 표현하기에 이르렀고, 유행이 되었다.
어떠한 주장의 설득력을 높이는 방법중에 과학적 증거나 논문등 신뢰성이 높은 자료를 인용하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한국인의 정서에는 자신이 직접 나서고 주장하는것이 잘난척이 되어서 지나친 겸손만을 내세우는 풍조가 있다. 즉, 자신의 주장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거나 자신의 장점같은것들은 입으로 말하는것에 익숙지 않은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신이 직접 말하기보다는 "누가 그러는데~"라거나 "어디에서 본건데~"라는 표현법을 더 자주 사용한다.
자, 그럼 이번에는 싸이월드라는 미니홈페이지와 기타 블로그들에 대해서 알아보자. 이것들은 모두 자기자신을 직접적으로 노출시키는 컨텐츠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자기자신의 직접표현에 익숙지 못한 풍조와 맞물리게 된다. 무언가 표현을 하려 하지만 멈칫하게 된다. 그렇기에 자기표현에 있어서도 직접표현이 아닌 혈액형벌 성격과 같은 "자료"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혈액형별 성격은 블로그가 아닌 싸이월드 따위에서만 성행하고 있다. 그것은 왜일까? 간단하다. 블로그는 실명도 아니며 나를 실제로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싸이월드는 실명이며 오프라인 위주의 관계를 연장하는 느낌이 강하다. 그렇기에 이미 형성되어있는 실제의 자신을 표현해야 하며, 그 표현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인것은 자신의 "성격"이다. 인간의 성격만큼 자기자신을 표현하는데에 좋은것은 없다. 즉, 개인홈페이지의 특성인 자기표현과 한국식 간접적 표현방식이 합쳐져 혈액형별 성격의 붐을 몰고 온 것이다. (실제로 비실명인 블로그는 혈액형별 성격이 아닌 문답이나 바톤, 성격검사같은것들이 성행하고 있다.)
그들은 혈액형별 성격을 올려놓고 말을 하고 있다. "나는 이런사람입니다."라고... 만약 누군가가 혈액형별 성격을 올려놓았는데 "소심하다"라는 부분이 많다면, 그 사람은 "나는 소심한 성격이에요."라고 말하고 싶은것이다. 나아가 그 사람은 타인들이 그러한 자신의 성격을 알아차리고 배려해 주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범위가 너무 많기에, 사람들은 쉽게 읽고 넘겨버린다. 그것이 간접표현방식의 단점이다. 혈액형별 성격으로 인한 자기표현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한다. 단순히 퍼온글이라 읽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앞뒤없이 단정만을 하는 내용이기에 그사람이 "왜 그러한지"에 대한 이유를 알수 없기때문에 내용에 대해 신뢰성도 잃는다. (여기에서의 신뢰성은 당사자가 혈액형별 성격을 보고 믿는것에 대한 신뢰와는 다르다. 자신이 해당할 경우에는 믿지만, 타인의 표현수단으로 가공된 경우에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것이다.) 하지만 단점이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바로 애매모호함과 불확실함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경우(자신의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은 경우)이다. 사랑에 관계된 경우에 특히 그러한데, 혈액형별 사랑이라는 글따위가 대표적이다. 글을 전부 스크랩 하는경우, 내용의 일부분은 자신에게 해당된다. 하지만 나머지는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 그런식으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애매모호하게 표현할 수 있다. 이경우 나중에 "너 이런 성격이라며, 이렇다며"라고 말을 하더라도 아니라고 말하고 숨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진실은 본인밖에 모르는 것이다. 자신이 하고싶은 말은 다 하면서도 타인에게는 들키지 않는것. 그것이 간접표현방식의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위에서 말한것들은 비단 혈액형별 성격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퍼오고, 스크랩해오는 글의 내용들에는 모두 포함된다. 그러한 표현은 접근이 쉽고, 표현에 용이하지만 자가 자신의 직접적 표현이 아니라는 것에는 변함없다. 개인홈페이지나 블로그는 엄연히 직접적 개인컨텐츠이다. 간접적 표현만으로는 자신을 표현할 수 없다. 간접표현은 보조역할일 뿐이다. 자신이 직접 표출해내지 않는 이상, 포스팅을 하면서 어딘가 무의미한것처럼 느껴지는 공허함은 사라지지 않을것이며, 자신이 하고 싶은 진짜 이야기들은 결코 전달되지 않을것이다.
COPYRIGHT SHUICHI
2008.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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