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녀시대'라는 그룹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멤버들의 이름을 모두 기
억하지는 못해요. 태연이나 티파니 정도? 사실 몇명으로 이루어진지도
가물거립니다. 그렇다고 '원더걸스'로 기운 좌파일거라고는 생각 마시
길. 얘기에 요는 윤아를 소녀시대보다 드라마 [너는 내 운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는 거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애초부터 논란이었을 윤아의 연기력 논란에 대해서는 한
발 뒤늦은 입장을 취하고 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객관적인 시선을 보일 수 있지 않나 싶어요. 결과적으로 윤아의 연기
가 그다지 어색하지는 않으니까요.
사각구도의 양상을 보이는 멜로라인에서 우려되는 연기력은 '안녀하세
요. 감호셉니다.'를 구사하는 박재정입니다. 공현주의 연기력을 논하시
는 분들도 계신데 [천국의 계단]에서 악역을 맡았던 김태희를 상기해 본
다면 훨씬 괜찮지 않나요. 주연급으로 나온 드라마도 많지 않았으니까
요. 이 정도면 귀에 거슬리는 대사를 구사하는 것도 아니니 넘어갈 수 있
습니다.
하지만 박재정은 다릅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모든 대사가 정말 총체적
재난입니다. 신인임을 감안하더라도 그의 대사는 귀에 거슬릴 수밖에 없
어요. 표정연기도 대사와 함께 맞물려 어색하기 짝이 없고요. 케이블 드
라마 [과거를 묻지 마세요]에서 왜 그렇게 박재정을 신비주의로 감쌌는
지 이해가 갑니다. CF에서 능숙하게 보여주던 불어솜씨와는 너무 대조
적입니다. 홀딱 깨요.
그렇다고 박재정에게만 잘못을 몰아세울 수는 없습니다. 어쨌든 그는 신
인이니까요. 네, 그러니 여기까지 해두죠.
2.
[미우나 고우나]가 40% 이상의 시청률을 올린 국민 드라마로 칭송받아
왔던건 [너는 내 운명]에게는 약이었을까요, 독이었을까요. 저는 반반이
라고 생각합니다. [너는 내 운명]이 20% 중반대로 절반가량의 시청률로
주춤이고 있지만 사실, [미우나 고우나]도 독창적인 드라마는 아니였어
요.
그만큼 갖은 클리셰와 진부한 에피소드들로 넘쳐나는 드라마도 없었죠.
개인적으로 40% 이상의 고공 시청률은 습관적인 시청에서 오는 친숙함
이라고 생각되거든요. [미우나 고우나]는 시청률을 제외하면 뭇매를 맞
을 수밖에 없는 엉성하고 볼품없는 드라마였으니까요. 임성한 작가의 작
품들만 몰아세울 필요는 없었어요. [아현동 마님]이 구제불능의 대사들
을 우악스럽게 쏟아낸건 사실이지만요.
따라서 [너는 내 운명]도 스토리 부재에 있어서는 [미우나 고우나]에 뒤
지지는 않아요. 그 시간대 시청자들이 [이산]같은 뽀대나는 드라마를 원
하는건 아닌듯 하거든요. [너는 내 운명]도 그 시간대의 장점인 친숙함
만 얻게 된다면 [미우나 고우나]이상의 효과를 누릴수도 있을겁니다. 물
론 주변에 임성한 같은 작가가 포진해주고 있어 채널을 돌릴만한 유혹적
인 프로그램이 없을 경우에요. [춘자네 경사났네]가 저조한 시청률을 보
이고 있는 상황은 다행이겠군요.
3.
드라마 내적으로 들어가보죠. 일일드라마가 장기적으로 방영되다 보니
에피소드라는게 소소하고 진부한 부분이 많을것은 십분 이해합니다. 작
가라고 해서 누구나 김수현만큼 맛깔나게 뽑아내는건 아니니까요. 강호
세가 그렇게 밍기적 자기 주관을 못잡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답답하기
그지 없는 캐릭터에요.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강호세를 제외한 캐릭터
들을요. 우리가 강호세에게 답답함을 느끼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에게는
독백이 없어요. 반면, 다른 캐릭터들에게 독백은 필요이상으로 많이 쓰
이고 있죠.
리얼리티면에서 이건 굉장히 의도적인 장치에요. 방에서 혼자 중얼거리
는 정도가 아니지요. 시청자들에게 자기 생각을 설명하는 수준이니까요.
그렇다고 방백과 같은 나래이션이 쓰이지 않는것도 아니에요. 더 웃긴것
은 그것이 리얼리티를 침범하고 있다는거고요.
호세와 새벽이 현금인출기 부스안에 갖혔을때 새벽이는 왜 굳이 자고 있
는 호세 앞에서 미련이 담긴 독백을 하고 있는 것인가요. 우리는 그것을
그저 새벽이의 마음이라고 치부해버릴수도 있었지요. 하지만 문제는 호
세가 그 말을 들었다는 점이에요. 시청자들이 아닌 극중 캐릭터들이 서
로의 독백을 듣고 반응한다는게 어딘지 웃기지 않나요.
현실에서라면 새벽이는 계산적이고 의도적인 기회주의자였겠죠. 그럼
에도 드라마에선 그렇게 보여지지 않아요. 시청자들이 그녀의 독백을 진
심으로 받아들인 것처럼 호세도 그렇게 반응하니까요. 드라마 세계관에
서 선량하고 착한 사람들은 잘 살 수밖에 없겠군요. 이런 아름다운 마음
을 너무도 쉽게 만방에 드러낼 수 있으니까요. 불순한 의도를 갖지 않으
면서요.
4.
[너는 내 운명]이 국민드라마로 자리잡는다는 표현은 어쩌면 '허'에 불
과할지 몰라요. 앞서 얘기했듯 [미우나 고우나]의 고공시청률이 그 작품
의 우수성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요. 하긴, 시청률 높은 드라
마가 국민드라마라고 생각하는 전제가 잘못된 것일수도 있겠군요. 그렇
다고 해도 [너는 내 운명] 내에서는 [미우나 고우나]만큼의 효과를 얻고
싶은 마음이 다분할거에요.
연기력 논란, 스토리 부재, 사실성 결여의 문제가 포진되어 있다해도 사
실 걱정할 이유는 없는데 말이에요. [미우나 고우나]도 사실 별반 다른
메리트를 갖고 있지는 않았으니까요. 새로움을 논하기보다 얼마나 더 친
숙코드에 맞춰가느냐가 이 드라마의 관건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발전은 애초에 없었던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