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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The Mother, 2003)

류영주 |2008.06.29 21:56
조회 43 |추천 0


 


  영국 / 드라마 / 112분 / 감독: 로저 미첼


  (★★★★★)


 


  2004년 제24회 런던 비평가 협회상 영국여우주연상


 


  나이 든 여자와 젊은 남자의 로맨스를 매우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영화는 <마더 The Mother>라는 제목이 주는 일반적인 예상과 정 반대에 서 있다. 노년기의 나이에도 여전히 성에 대한 욕망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매우 당연해보인다. 하지만 늙은 남자가 젊은 여자와 함께 있는 장면은 누구나 연상하면서도 늙은 여자가 성적 감정을 느끼는 것에 왠지 어색해 하는 사회적 통념도 분명 존재하는 현실에서 <마더>는 매우 노골적이고도 생경하고 파격적인 로맨스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가족들 사이에 벌어지는 미세한 균열과 긴장감을 예리하게 담아내는 카메라는 '가족'이라는 이름이 주는 그저 따뜻하고 아름다울 거라 예상하는 기존의 보수적 관념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도시 생활의 멀끔한 외피 뒤에 숨겨져 있는 관계에 대한 잔인함은 매우 일상적이고 당연하게 벌어진다. 아들은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사건조차 업무 스케줄보다 우선 순위에서 밀리고, 손주들은 본체만체 노인을 무시하기 일쑤이다.
  이에 이 영화가 흥미로운 점은 가만히 뒷켠으로 물러나 조용히 죽을 대기를 하고 있어야 마땅할 것으로 치부해왔던 '늙은 엄마'가 당황스럽게도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남편의 죽음으로 공황 상태에 빠진 메이가 예민하게 행동하자 아들 바비가 "엄마, 까다롭게 굴지 마세요"라고 하는 것에 대해 메이는 "왜? 난 까다로우면 안되니?"라고 반문한다. 마침내 그녀는 양로원 들어갈 날만 기다리며 고향에서 천천히 죽어가느니 차라리 런던에 있는 자식들 곁으로 가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삶을 찾아가려는 그녀는 어찌 보면 매우 이기적인 짓을, 하지만 인생을 놓치지 않고 다시 시작하려는 자신감을 보여준다. 물론 그 대가는 너무나 심각한 수준에 이르지만 말이다.
  파격적이고 에로틱한 로맨스이며 한편으론 심리적으로 치열한 가족 드라마인 <마더>는 점점 파편화 되어 의미를 상실해 가는 가족 안에서, 평균 수명이 점점 높아짐에 따라 그저 여생(餘生)이 아닌 인생(人生)을 살아가야 하는 문제를 떠안게 된 노년을 어떻게 끌어안아야 하는가 라는, 이제까지 그다지 생각해보지 않은 사안들에 대해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2003년 칸느영화제에서 <마더>가 소개되고 난 후 "프랑스 남부에 모인 중 가장 매력적인 여성"이라는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앤 레이드는 수 십년 연기 인생에 새로운 전환을 맞이했다. 연극과 TV를 넘나들며 수많은 작품활동을 한 그녀는 <마더>에서 그녀의 절반 정도의 나이인 '다니엘 크레이그'와 생애 첫 정사씬을 찍었다. 카메라 앞에서 벌거숭이가 되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앤 레이드'의 용기는 모든 이들의 감탄의 대상이 되었다. 처음엔 누군가의 아내, 어머니, 할머니 이외 아무 의미가 없어보이던 60대 후반의 황폐한 여자이던 메이는 영화가 진행될수록 앤 레이드의 혼신의 연기와 함께 사랑함에 따라 아름다워지고 생기에 충만해져 가는 모습으로 변화한다. 욕망이 모성애를 뛰어넘어 가족에게 버림받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로 정신없이 빠져드는 메이를 너무나 실감나게 표현한 '앤 레이드'는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배우로서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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