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i Lanka Story of Wasantha
Vol.7 Oh! Perehara!!
Vesak이 지나고 다시 새로운 뽀야데이, Poson이 왔다. 웨삭 뽀야는 부처님의 탄생과 성도, 열반을 기리는 날이고 뽀손은 스리랑카에 불교가 처음 들어온 날을 기념한다. 여러모로 불교국가인 스리랑카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날이라 하겠다. 웨삭 단살러를 지내고 난 뒤 단살러의 매력에 푹 빠진 나는 뽀손 또한 큰 뽀야데이라 듣고 내심 기대를 했지만 우리 센터 주변에서는 열리지 않는다고 한다. 아누라다푸라에서 크게 행사가 열린다지만 갈 수 있는 사정도 안 되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일상에 돌아왔는데 이게 왠걸! 뽀손 바로 전날인 17일 저녁에 고아원 매니저 인드라짓이 뻬레해라를 보러 가자고 한다. 뻬레해라? 뭐냐고 물으니 코끼리 오고 댄서들 춤추고 한단다. 아! 퍼레이드!! 순간 우리나라의 연등축제가 떠오르며 바로 감이 왔다. 코끼리가 퍼레이드를 한다니! 동물원에서 멀찌감치 바라보기만 했던 코끼리가 내 코앞을 지나간다는 게 상상이 잘 안 갔지만 어쨌든 일년에 한 번 오는 날이 아닌가! 사람도 많이 오고 흥겨운 자리가 될 것 같아 냉큼 가겠다고 했다.
다음날 6시, 나는 Veyangoda의 한 사찰에 와 있었다. 뽀야데이라 그런지 뻬레해라 때문에 그런지 이제까지 사람이 엄청 많았다. 사찰 입구가 어찌나 정신이 없던지 어린이날 롯데월드에 간 것 마냥 번잡했다. 하지만 기꺼운 마음으로 고무신을 벗고 사찰 안으로 향했다. 버스와 승용차, 툭툭으로 정신이 없던 입구와 달리 사찰 안은 사람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유가 있었다. 때는 저녁이라 시원하고 사람들의 얼굴엔 밝고 여유로운 미소가 어려있어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사찰 안엔 화려한 불상과 불화, 꽃잎과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이 하는 것처럼 꽃잎에 손을 대고 합장을 한 번 한다. 둘러보니 곳곳에서 눈을 감고 정말 진지하게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도란 간절히 바라는 것. 그들은 무엇을 바라 기도하는 걸까. 초월적인 존재가 무엇인가 해주기를 바라기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스스로 바라는 바를 위해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얻기를. 기도란 그런 것일 테니까. 나도 잠시 눈을 감고 손을 모아본다.
인드라짓과 함께 밥 단살러도 가고 커피 단살러도 가고 길거리 음식도 사먹고 하며 뻬레해라를 기다린다. 자기가 같이 가자고 해서 그런지 툭툭이나 먹거리를 자기가 다 산다. 잠시 부담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가볍게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나중에 보답할 것을 걱정하기보다 지금 상대방의 마음에 호응해주는 게 맞는 것 같다. 인드라짓은 독실한 불교신자. 아침저녁으로 기도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얼굴이 좋다. 대인관계도 꽤 넓은지 5분에 한번 꼴로 친구를 만난다. 경찰, 군인, 은행원, 제빵사, 사업가 등등. 또 지나가다 어느 가게에 불쑥 얼굴 들이밀고 인사하고 소개시켜주고. 아무리 자기 동네라지만 이거 보통이 넘는 인맥이다. 과일주스를 파는 친구 가게에서 기다리는 동안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꽤 많이 들락날락한다. 역시 외국인이라 그런지 말을 걸어오는데 저번 웨삭 뽀야 때도 그렇고 젊은 사람들 중에 한국에 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 한국에 가는 데 도와줄 수 있는지, 가서 일자리 좀 소개시켜줄 수 있는지. 그럴 때마다 그러마고 답하기도 그렇고 못 한다고 거절하기도 그렇고 난감하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 수도 있지만 운이 나쁘면 일하다 다쳐도 보상받지 못할 수 있고 개중엔 질이 나쁜 사람도 있으니 잘 생각해서 선택하라고만 해 준다. 나는 아직 학생이라 별 도움이 되질 못한다고 하면서. 하지만 이런 경우가 많다보니 외국인이 한국 노동비자를 받는 절차에 관한 매뉴얼을 만들어서 센터 주변 마을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배포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본다.
인드라짓에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를 가르쳐주는데 멀리서 폭죽소리가 들린다. 눈을 들어 보니 불덩이들이 휙휙 돌아가고 웅성거리는 기운이 전해진다. 앞으로 10분이면 이곳에 온다! 조금씩 들뜨기 시작한 마음이 음악소리가 들려오자 그 리듬에 맞춰 쿵쿵거리기 시작한다. 깃과 대로 장식한 자전거들이 빙빙 돌며 행렬의 시작을 알린다. 곧이어 이어지는 Fire Dance! 불의 열기 때문인지 불이 붙은 막대를 다루는 사람들의 열기 때문인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잠시동안 얼이 빠져 있는데 댄싱팀이 들어온다. 대여섯 살 되어 뵈는 아이부터 사오십대 가량 되어 뵈는 어른들까지. 특히 몇몇 아이들은 신들린 듯 춤과 행렬에 빠져있다. 그 몸짓에 빠져 다시 넋을 놓고 있는데 우~ 하는 소리가 들린다. 드디어 코끼리 등장! 이럴수가, 정말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코끼리가 바로 앞을 지나간다. 위에 한 사람 타고 아래에서 코끼리 잡아주고. 그 거대한 덩치가 유유히 내 앞을 지나가는데 과연 이 생물이 지구상에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느낌이다. 동물원에서 결코 느껴볼 수 없는 존재감. 그나마 사람의 통제를 받고 있는 게 이 정도인데 야생의 코끼리는 오죽할까! 거대한 생명 앞에서 새삼스레 인간이 보잘것없다 생각하다가도 이런 동물을 부리는 게 대단하구나 싶기도 하다. 행렬은 이렇게 댄싱팀과 코끼리가 번갈아가며 지나갔다. 스리랑카에서는 뻬레해라를 할 때 코끼리 수에 따라 행사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데 이곳에서는 10마리가 조금 넘었다. 이 정도면 꽤 큰 규모에 속한다고 한다.[1]
그러나 그 규모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1년에 몇 번이고 이런 행사를 조직하고 즐기는 사람들의 문화였다. 5월엔 Vesak, 6월엔 Poson 등 이달엔 이것, 저달엔 저것 하는 식으로 의미를 기리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 날을 즐기는 모습. 스리랑카가 불교국가이고 또 국민의 대다수가 불교도이기에 탄생한 문화이지만 너무 격식을 차리지도 않고 일반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아 보인다. 한국에서는 고작해야 크리스마스나 있을까. 그것도 흥청망청 분위기로 변질되어버린… 분명 우리에게도 함께 즐기고 기리는 전통과 문화가 있는데 다 어디로 가 버렸는지 아쉽기만 하다. 새롭게 정착된 광장문화가 있긴 하지만 이슈에 따라 생겼다 사라지는 단발성이 아쉽다.
10시 반에 시작한 뻬레해라는 12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다. 뺨에는 시원한 바람, 하늘엔 휘영청 보름달. 다만 즐거울 뿐이다. 인드라짓 아예! 스뚜띠, 스뚜띠, 보호머 스뚜띠~(인드라짓 형! 고마워, 고마워,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