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티드 (Wanted)
감독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출연 제임스 맥어보이, 모간 프리먼, 안젤리나 졸리
개봉 2008, 미국, 110분
펑점
액션 영화는 왜 보고 싶은 것일까? 뭔가를, 혹은 적을 때려부수는, 가차없이 죽여버리는 그런 감정을 왜 즐겁게 느끼는 것일까? 여러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인간의 원초적 욕망, 폭력에 대한 욕망을 그런 식으로 대리만족하는 것일까?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액션 영화를 보면서 마구 파괴되고 폭발하는 장면을 보면 속이 시원하고, 악당을 멋지게 후려패는 주인공을 보면서 신나는 느낌이 드니까. 하지만 나는 액션 영화를 보면서 단순히 그런 욕망을 채우고 있지는 않다. 뭔가 다른 것이 내 안에서 꿈틀거린다. 그것은 바로 새로움이다. 액션의 새로움. 낯선 인간의 몸짓들, 거대한 파괴 현장들을 원한다. (이렇게 말하니까 뭐 미를 탐하는 테러리스트 같다. 신고하지는 마시길...) 그래서 끊임없이 새로운 액션 영화를 찾고 그 속에서 아름다움 폭력의 몸짓을 찾고 거대한 파괴 현장을 찾는다. 이번에 본 영화 에서 당연히 나는 내 목적을 채우기 위해 눈을 부라렸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정말 신나는 장면이 몇 군데 있었다는 것 외에는 썩 만족할 만한 작품은 아니었다. 제임스 맥어보이가 연기한 어리버리한 웨슬리는 자신이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고 생각하고 열등감에 빠져 살고 있다. 그렇게 소시민으로 찌든 일상을 살던 그가 갑작스럽게 암살자 집단에 끼어들게 되면서 삶이 180도로 변한다. 여기까지는 즐거웠다. 대리만족의 시작을 알리는 전주곡 치고는 안젤리나 졸리의 멋진 액션이 훌륭했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서 느린 총격신은 그녀가 갖고 카리스마와 더불어 두근거리는 심장소리와 웨슬리의 멍청한 얼굴에서 쏟아지는 침과 헐떡임이 느린 화면에 장식되면서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액션 장면을 묘사해 내었다. 뭐랄까? 내 심장도 함께 벌렁이면서 안젤리나 졸리의 액션에 압도되었다고나 할까? 꽤 괜찮았다. 그 이후에도 말도 되지 않는 승차 장면과 거칠고 아크로바틱한 자동차 추격신까지 모두다 훌륭했다. 자동차 추격신은 액션 영화에서는 흔하디 흔한 것으로 대충 찍으면 재미없는 장면인데, 이번에는 안젤리나 졸리의 멋진 몸매와 아크로바틱한 몸짓으로 식상함을 이겨냈다. 그런데 바로 여기 까지다. 여기서부터는 영화가 이상하게 지루하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뭐, 웨슬리의 아버지가 타고난 암살자여서 웨슬리도 그 피를 물려 받아 타고난 암살자라는 것, 공황장애 현상 같았던 느낌이 사실은 암살자 특유의 능력이었다는 점, 그래서 컨트롤만 잘하면 보통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점, 권총을 돌려 쏘아 총알의 바나나킥 만냥 날릴 수 있다는 점 등등은 그냥 봐줄만 했다. 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지만 액션 영화보면서 그런 것을 일일이 따진다면 액션 영화를 보지 말아야 하니까. 하지만 도대체 이 놈의 영화는 스토리와 더불어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이 왜 이리도 제멋대로인지 모르겠다. 아무리 액션영화라고 해도 스토리에 대해서 너무 막 만들어 놓았다. 나 정도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흥미진진함을 놓쳐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나름대로 만들어 놓은 반전은, 반전으로 인한 새로운 국면의 전개와 극도의 긴장감이 솟아나야 하는데, 반전이라는 것이 무슨 아무런 맥락없이 일어나더니 적들조차도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음모를 너무 쉽게 인정해버린다. 거기다가 안젤리나 졸리는 자신의 말에 책임이라도 지고 싶은지, 그다지 로맨스도 없었던(사실 별로 안젤리나 졸리가 제임스 맥어보이에게 갑작스러운 키스를 할 때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단지 주인공이 불쌍해서 그렇게 한 것일까? 아니면 뭐지? 왜 갑자기 키스를 해? 일상 속의 애인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욕을 먹는 것이 안타까워서인가? 뭐지?), 제임스 맥어보이를 위해 엄청난 기술인 360도 회전하는 총알 쏘기를 통해, 끔찍한 결말을 초래한다. 하긴 그 전에 제임스 맥어보이가 보인 초현실주의 같은 쇼는 참으로 대단했다. 쥐들의 장렬한 전사만이 안타깝다. 이 정도 수준으로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다니 웃기까지 했다. 천년을 넘어 맥을 이어온 암살단이 쥐들에게 갉아먹히다니, 이거야 원 영화 첫머리에 웅장하게 시작했던 옛이야기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결국 웨슬리는 아버지의 복수를 하고 자신을 속였던 암살단의 깨끗히 처리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하지만 액션 영화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겠다던 영화 선전 카피와는 달리 그다지 새로울 것 없었던 총싸움과(의 리얼함도 없고, 총질하는 장면은 마치 에서 따온 것 같지만 그 아류에도 속하지 못하는 주인공 몸짓은 재미도 없고...), 지루하고 비논리적인 이야기 전개로 인해 영화는 깨끗하지 못하게 끝이 났다. 액션영화는 그저 시간만 열심히 죽이면 되는 영화라지만, 이 영화는 시간을 죽이기에도 실패했다. 뭐 때문에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가? 안젤리나 졸리의 액션을 봤던 첫장면만 기억에 남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