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상 : 뭘 그렇게 뒤적거리냐, 남의 집에서.
초희 : 그냥 구경하고 있는거야. 야, 니네 할머니 할아버지야?
범상 : 응, 여기있는 도자기들 다 우리 할아버지가 만드신거야.
초희 : 할아버지가 사기장이셔?
범상 : 평생을 흙만 만지면서 사신 꼬장꼬장한 노인네지.
초희 : 이런건 왜 여기다가 쳐박아 놓은거야?
범상 : 그거 가짜야.
초희 : 가짜라고?
범상 : 대학교 다닐때 자주 가던 골동품 상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집 딸이 진짜 이뻤거든. 잘 보일라고 하나 샀지. 그때 당시에
80만원 줬나?
초희 : 80만원? 어머, 미쳤어, 간댕이가 부었었구나.
범상 : 근데 알고보니까 유부녀드라.
초희 : 진짜로?
범상 : 그래, 진짜로 좋아했었는데. 가짜라니까 왜 여기다 올려놔?
초희 : 가짜면 좀 어떠냐? 나는 그 누군가와의 소중한 추억이 있는
거라면은 더이상 가짜가 아니라고 생각해. 너, 그래서 이거
못버리고 있었던거 아니야? 야, 밥 다 됐거든? 가자, 밥 먹자.
자, 밥도 했고, 여기 찌개도 끓였고, 나 이제 가도 되지?
범상 : 야, 가긴 어딜가? 나 손 이래가지고 어떻게 먹으라고?
먹여주고 가야지.
초희 : 야, 너 왼손으로 먹으면 되잖아? 그래, 먹여줄께. 야, 입 크게
해봐. 아!
범상 : 야야, 됐어, 됐다고. 내가 먹어, 내가.
초희 : 너 먹으면서 잘 들어. 내가 너 손 그렇게 한거 내가 잘못한거
맞는데, 너도 잘못한거 있다.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한테 키스
하는거, 그거 되게 나쁜거야.
범상 : 야, 아픈 사람 앞에서 설교하냐?
초희 : 나 지금 장난으로 얘기하는거 아니거든? 그냥 한번은 얘기하고
싶었어.
범상 : 니가 무슨 얘기 하고 싶은지 알겠는데, 나도 그렇게 함부로
아무한테나 그러는 그런 사람 아니거든?
초희 : 그럼, 나한테 왜 그랬던거야? 너 나 좋아하는거 아니잖아?
범상 : 당연히 아니지, 내가 돌았냐? 야, 내가 그날 너한테
그랬던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