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때 매년 참가했던 여름의 신앙학교에는 여러가지 프로그
램들이 있었다. 그 기본적인 과정이나 이루어지는 것들이 매년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당당하게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야외
에서 친구들과 함께 2박 3일, 혹인 3박 4일의 캠핑을 하는 경험은 그
시간을 지나와 이제 다시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 프로그램들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것들은 야간산행이었다.
이름은 조금씩 달랐지만, 야간에 하는 프로그램들은 매년 있었고,
조금씩 내용은 달랐지만 모두 마음에 들었다. 어떤해에는 둘씩 짝을
지어 한시간동안 이야기를 했던 적도 있었고, 어떤해에는 어두운 밤
길에 산책을 하기도 했고, 어떤해에는 추적놀이를 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어느해의 추적놀이 마지막
에 모두들 눈을 가리고 마지막코스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밝은 태양
아래에서라면 금방 갈 거리를 조심 심 어렵게, 힘들게 걸었던 기억
이 난다. 지금에 다시 기억해 보면 신앙학교의 장소가 산속에 있었
고 더구나 그다지 밝은 불빛들이 없던 곳에서 이루어졌으니 우리가
지금 도시에서 보는 정도의 밝기는 전혀 기대할 수 없었고, 더구나
그러한 밝음이 익숙한 우리들에게는 눈을 가린 안대가 있으나 없으
나 손에든 렌턴이 꺼지는 순간 더이상 정상적으로 보는 것은 불가능
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더구나 그날은 보름도 아니라 달빛 마저 흐
릿했다.
그렇게 각자에게 주어진 어둠을 더듬어 도착한 마지막 장소에서 우
린 누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결코 맨땅에 눕는
행동을 할리가 없지만, 집을 떠난 자유로움에, 그리고 캠프라는 장
소가 우리를 눕게 해주었고 조용히 옆에 사람의 손을 잡으란 말에
보이지 않는 서로의 손을 더듬어 잡았다.
그리고 어쩌면 실제의 시간보다 우리가 느끼는 시간이 더 길게 느껴
지는 어둠의 시간의 마지막에 누군가가 우리의 안대를 벗겨 주었고
그때 내가 보았던 것은 밤하늘 가득 빛을 뿌려주는 별들이었다.
책에서나 읽었던 쏟아질듯이 밤하늘 가득한 별빛들이 그곳에 있었
다. 생기발랄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어린 중고등학생들이 모두
숨을 죽이고 그렇게 밤하늘에 가득 뿌려진 별을 보았다. 어쩌면 잠
시 주어졌던 그 어둠이 너무나 어두웠기에 그렇게 하늘 가득히 빛나
는 별빛이 더욱더 빛나고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었다.
갑자기 눈을 멀어버린 어떤 한 사람과 차례차례 눈이 멀어버린 사람
들의 이야기...
처음부터 눈이 보이지 않았던 이들과는 다르게 모두들 정상이라 부
르는 이들이 눈이 멀어버렸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
그리고 눈이 멀어 더이상 사람이기를 포기한 이들과 눈이 멀지 않은
한사람의 도움으로 눈이 멀었음에도 사람이기를 원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그 여름날 잠시의 어둠이 지나고 우리가 보았던 그 밤하늘 가득 뿌
려진 아름다운 그 별빛들을 아름답다고 당당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
은 잠시의 어둠의 시간에도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잡아 주었기 때문
이었지 않았을까?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진실로 눈이 먼 사람들은 바로 눈이 멀었다
하여 더이상 사람이기를 포기한 이기적인 이들었으니... 그들에게는
다시 빛이 돌아와 눈이 보이는 것이 어쩌면 너무나 두려운 일이 아
니었을까?
우리 모두가 너무나 잘보고 있다고 하지만 결국 눈을 뜨고 있음에도
보려하지 않으면 그곳이 바로 '눈먼 자들의 도시'이니...
우리의 매일 매일에 눈을 돌리지 않고 세상을 보아야 하지 않을까?
어둠이 지나고 다시 눈을 들어 밤하늘 가득 뿌려진 밝은 별빛들을
마음에 가득 담아 아름답다 말할 수 있도록...
PS...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잊고 있는 것들이 있다.
바로 하늘에 크게 떠 있는 달이 얼마나 밝은지를...
보름달이 떠 그 빛으로 세상을 가득 채울때면 온세상은 세상의 어느
밤거리를 가득 채우는 인간들이 만든 불빛보다 더욱더 밝게 빛난다
는 것을 우리들은 가끔씩 잊고서 살아간다.
가끔씩은 도시를 떠나 멀리 야외에서 세상을 가득 채우는 밝은 달빛
과 밤하늘을 가득 채우는 별빛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