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여자친구는 가끔 별 이유 없이 나를 쳐다보다가 피식 웃습니다. 왜 웃느냐고 물으면 ‘그냥’이라고만 하죠. 그 행복해 보이는 모습에 제 기분이 얼마나 좋아지는지 모를 겁니다. ‘정말 나를 사랑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죠.
2.
말다툼을 한 후 자존심 때문에 말 안하고 있을 때, 지연이는 먼저 애교스럽게 화를 풀어줍니다. 저는 못 이기는 척하면서 받아들이구요. 저를 그만큼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진답니다.
3.
여자친구가 휴대폰으로 전화하지 않고 제가 집에 없을 때 일부러 자동응답기에 메시지를 남겨놓았더라구요. 그때 정말 힘든 프로젝트 중이어서 데이트도 자주 못하던 때였는데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듣게 된 여자친구의 목소리가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힘내라면서 이번 프로젝트 끝나면 맛있는 거 해 주려고 요리책을 샀다며 기대하라더군요.
4.
얼마 전에 같이 여행을 갔는데 여자친구가 섹시한 브라와 팬티를 짐가방에서 꺼내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여행 때 처음으로 입을 거라면서 저에게만 그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하더군요. 나만 그 모습을 독점한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아주 좋던 걸요.
5.
한일전 축구를 하던 날 회사에서 외국 본사와 콘퍼런스 콜이 있었습니다. 경기를 못 봐서 정말 아쉬웠는데 스포츠라곤 좋아하지도 않는 제 여자친구에게서 퇴근 시간에 맞춰 문자메시지가 왔더군요. “케이블 채널 00번에서 오늘 저녁 11시 반에 경기 재방송한대.” 내 여자친구 만세!
6.
친한 친구녀석이 여자친구와 헤어지기 일보 직전이라는데 뭐 해줄 말이 없더군요. 그냥 술이나 한잔하고 있었는데 잠깐 그 자리에 들른 제 여자친구가 그 녀석의 이야기를 몇 시간이나 들어주면서 여자심리를 이야기해주더라구요. 정말 피곤했을 텐데 제 친구니까 잘해주고 싶었다는 겁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정말 나는 복 받은 놈이구나 생각했습니다.
7.
민아는 좋은 일이든 힘든 일이든 중요한 일이면 늘 제 의견을 묻고 진지하게 받아들입니다. “오빠한테 제일 먼저 이야기해 주고 싶었어” “오빠한테 물어보고 싶었어”라는 말을 들을 때면 민아가 나를 많이 의지하고 좋아하는구나라는 걸 느끼죠.
8.
한참 일하다가 저녁을 먹으려고 여자친구를 만났는데 저보고 안경을 잠깐 벗어보라고 하더니 깨끗하게 닦아주었습니다. “안경 잘 닦고 다녀 오빠. 깨끗해야 시력 더 안 나빠진단 말이야.”
9.
같은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주로 도서관에서 만납니다. 같이 공부하다가 오전에 수업에 들어갔는데 도서관에 돌아와보니 여자친구도 수업에 들어가고 없었어요. 그래서 공부하려고 연습장을 폈는데 거기에 여자친구가 짧은 편지를 써 놓았더라구요. 같이 공부하니까 좋다는 평범한 내용이었지만 기분이 묘하더군요. 제가 수업 들어가 있는 사이에도 제 생각을 했었다는 뜻이잖아요.
10.
대학원 다닐 때 하루는 교수님이 시킨 실험 자료를 정리해야 할 일이 생겼어요. 하필이면 그날 집에 일이 있어서 밤 늦게서야 정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여자친구가 학교에서 새벽까지 같이 정리를 도와줬었거든요. 괜찮다고 하는데도 굳이 엄마한테 친구까지 팔고 저를 도우러 와 주었답니다. 사실 별 도움은 안되었지만 자료 분류하면서 꾸벅 꾸벅 조는 모습이 어찌나 예쁜지.
11.
저는 원래 사진 찍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에요. 여자친구는 휴대폰 카메라부터 디지털 카메라, 로모, 액션 샘플러 등등 온갖 사진에 관심이 많구요. 한 번은 소원 하나만 들어달라면서 제 독사진을 찍은 다음 배경을 멋지게 편집해서 보내주더군요. 별 생각없이 이메일함에 넣어두고 잊어버렸어요. 마치 정크메일처럼. 그런데 어느 날 커피숍에서 여자친구가 화장실에 간 사이 우연히 열쇠고리를 보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제 사진이 떡 하니 들어 있더군요. 요녀석, 나를 정말 좋아하나 보다, 괜히 흐뭇했죠.
12.
여자친구들이나 언니들과 모인 자리에서 신나게 수다떨다가도 몰래 제 손을 꼭 잡습니다. 나랑 같이 있는 게 좋다는 표시 같은 거죠.
13.
현경이는 전형적인 미녀도 아니고 애교도 별로 없지만 내숭도 없고 저와 베스트프렌드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죠. 365일 저를 챙겨주지만 현경이가 저를 정말로 생각해 주는구나라는 느낌이 정확히 들 때는 현경이 집 냉장고를 열어볼 때랍니다. 한 번도 이야기한 적 없는데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맥주를 매번 사다 넣어 놓거든요. 현경이는 술을 한 잔도 못 마시는데도 말이죠.
14.
무심코 스케이트보드를 예전에 몇 번 타봤었는데 다시 도전해야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러고 나선 저도 잊고 있었는데 회사로 택배 아저씨가 큰 짐을 들고 찾아왔더라니까요. 세상에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으로 스케이트보드를 살 수 있는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여자친구가 제 말을 그렇게 하나하나 신경써서 듣는지, 그리고 저를 그렇게 좋아하는지도 몰랐구요.
15.
민주는 외출 준비하는 시간이 정말 오래걸립니다. 제가 출발하기 두 시간 전에는 전화해야 준비하고 나갈 수 있다나요. 짜증나지 않느냐구요? 온갖 정성을 다해 예쁘게 꾸미고 나오는데 당연히 고맙죠. 다 나를 만나러 나오느라고 그러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16.
사람들이 안 볼 때, 정말 아무도 모르게 도둑 뽀뽀를 해 주는 여자친구. 그 기분, 경험 못 해본 남자는 인생을 헛산 겁니다.
17.
혜영이 집은 일산이고 저의 집은 대치동입니다. 차도 안 가져온 그날 혜영이를 버스로 집에 데려다주고 헤어지는데 혜영이가 잠깐 기다리라면서 집에 들어갔다가 뛰어나왔습니다. 그리고 제 손에 MP3 플레이어를 쥐여주면서 “집에 가면서 들어. 집까지 오래 걸리잖아”하더군요. 집에 가는 길 내내 음악을 들으면서 우리 둘이 결혼하면 어떻게 될까 즐거운 상상을 했어요.
18.
제가 운영하는 숍이 잘 안 풀려서 스트레스를 받아서였는지 여자친구를 만나도 기분이 그리 좋지 못했어요. 그런데 여자친구가 제가 너무 기운 없어 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재밌는 걸 보여준다면서 그 당시 유행하던 봉숭아학당의 온갖 캐릭터를 다 흉내내더라니까요. 제 기분이 풀릴 때까지 저를 웃기느라 고생했죠. 일이 해결된 건 아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제 옆에 누가 있어준다는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19.
잠이 많은 지애가 새벽근무 내내 한 번도 안 빼고 전화해 깨워주었다는 이야기를 대학 여자 동창에게 했는데, 그 친구가 “네 여자친구 너 정말 좋아하나 보다. 지극 정성이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말이 맞다는 걸 그 때 알았습니다.
20.
소희는 가끔 무서울 정도로 일에 철저한 스타일입니다. 커리어에 대한 꿈도 크죠. 하루는 회사 일 때문에 제가 여의도에 갈 일이 생겨서 소희랑 점심을 같이하기로 했는데 12시경 소희가 부서 사람들 여러 명과 로비로 내려오더군요. 그런데 저를 보자마자 냉큼 팔짱을 끼더라구요. ‘이미지’에 신경쓰는 소희가 자랑하듯이 부서사람들 앞에서 말이에요.
21.
여자친구 부모님이 여행 가셨을 때 이때다 싶어 집에 놀러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여자친구가 아끼는 향수병을 깨뜨렸는데 놀라면서 내 발 다치지 않았는지부터 물을 때, 진짜 나를 사랑하나 보다 생각했어요.
22.
사귄 지 5년이 넘었는데 지금도 여자친구는 나를 정말 꼭 힘주어 껴안습니다. 습관적인 포옹이 아니에요. 온몸으로 전해지는, 사실 말로 잘 표현이 안되는군요. 그런 여자친구를 품에 안고 있는 기분은 뭐랄까 우쭐하기까지 합니다. 내가 그렇게도 좋을까요?
23.
사소한 변화에도 눈치를 챌 때 가끔 놀라곤 합니다. 심지어 살짝 머리 가르마 방향을 바꿨는데 바로 알아보고 더 멋있어졌다더군요. 아무리 연인 사이라지만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할까요? 저만 매일 쳐다보고 연구하는 사람 같습니다.
24.
창피하지만 제가 밤에 발을 잘 안 씻고 잘 때가 많거든요. 씻더라도 그냥 대강 물로 슬렁슬렁 헹궈버리고 말 때가 많아요. 웬만한 여자들 같으면 기겁을 하겠지만 제 여자친구는 그런 제 모습을 보고도 마냥 웃기기만 한가 봅니다. 그런 게 정말 사랑 아닐까요? 제 단점을 보고도 그 모습이 귀엽게 보이기만 하는 ‘콩깍지’ 말이에요.
25.
그 동안 생일에도, 발렌타인 데이에도, 크리스마스 때도 허섭한 선물로 때운 게 맘에 걸려서 이번 정민이 생일 때는 무리를 해서라도 좀 좋은 선물을 해주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현금도 넉넉히 뽑아 갔습니다. “뭐 사줄까?”라고 정민이한테 물어봤는데 정말 좋아하면서 3만원도 안되는 소박한 선물을 고른 거 있죠. 그리고 너무 행복한 얼굴로 저에게 고맙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나를 생각해 주는 착한 여자가 또 있을까요?
26.
주말밖에 데이트 시간이 없었던 우리는 토요일에는 불문율처럼 서로 시간을 비워두곤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동창놈들이 하도 들볶아 대서 그만 대학 동창들 만나는 자리에 잠시 끌려갔어요. 여자친구한테 사실을 이야기했더니 컨디션을 사들고 왔더군요. “오늘 하루만 봐줄게, 친구들하고 잘 놀아. 대신 술 많이 먹고 속 쓰리기 없기!”
27.
불투명한 미래를 제일 잘 알면서도 무작정 내 편을 들어주는 여자친구. 다 잘될 거라는 말이 제겐 사랑한다는 말로 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