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처음으로 친구들에게 소개시켜줬던 그 날
널 집으로 보내고 난 후,
그놈들에게 이끌려 우리가 늘 가던 술집으로 갔었어.
테이블도 의자도 너무 작아서 불편하지만
우리의 진심이 쏟아져 나오곤 하는 그 술집으로.
자리에 앉자마자 그놈들은
참 오래 참았다는 듯 날 질책하기 시작하더라
'넌 걔가 왜 좋냐? 얼굴도 별로고 몸매도 볼게 없던데'
'솔직히 말해봐, 쟤 돈많아서 만나는거지?'
내가 화냈느냐고?
아니, 난 그저 웃었어.
이렇게 예의없이, 가식없이 말해주는 친구들은
내 주위에 그 놈들 뿐이거든. 절대 날 속이지 않아.
머리만 하고 오면 서로 예쁘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무작정 칭찬하기 바쁜 여잘 애들의 우정이랑 조금 달라
우리의 우정은.
화내지마.
난 그냥 웃으면서 생각했던거야.
너희들이, 내 여자의 매력을 알 턱이 없다고.
우리가 그저 친한 선후배 사이였던 시절부터,
넌 참 신기한 사람이었어.
남들이 다 무시하고 지나가는 할머니에게서
턱도없는 가격으로 껌을 한 통 사고는 생글생글 웃어대더라
이제 저 할머니는 저녁을 굶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면서 말이야
길거리에서 아이들이 나타날 때마다 넌
눈을 땔 줄도 모른채, 하염없이 바라봤었지.
골목을 돌아 그 아이들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말이야.
그리고는, 그 아이들과 똑같은 눈을 하고서는 말했었어.
아이들을 보면, 너도 모르게 기분이 너무 좋아진다고.
그렇게 다른 아이들과 다른 널, 조금 더 알고싶어서
난 고백했던거야.
내 이름이 붙어있는, 널 닮은 작은 화분을 내밀면서.
그 때, 니가 보여줬던 어쩔줄 몰라 하는 모습이
아직 머릿속에 또렷하게 떠오른다.
여간해선 꽃이 피지 않는다는 그 화분에서,
기어이 한 송이 꽃을 피워낸 너.
그 예쁜 화분을 다시 들고 와 내 앞에선 모습을 봤을 때,
너에 대한 신기함은 비로소 '사랑'으로 바뀐 것 같다.
너의 이 작은 매력들을,
난 결국 친구들에게 말하지 않았어. 그 날 새벽이 가도록.
유치하지만 욕심이랄까?
꼭꼭 숨겨놓고 나만 알고싶은 그런 욕심.
아마 나도 널 따라, 아이처럼 변하나보다.
길거리를 걷다보면 사람들이 다시 쳐다볼만큼 예쁜 여자도,
목소리 하나만으로 사람 애간장을 녹이는 귀여운 여자도,
서울 시내 예쁜 식당과 카페는 다 알고있는 똑똑한 여자도,
결국은 한 줌 비어있는 내 속을 채워주지 못했었는데.
신기하게도 널 만난 이후부터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아.
아마 처음부터, 난 니가 필요했나보다.
그냥 들여보내기가 아쉬워 너희 집 아파트 단지를
몇 바퀴고 반복해서 돌았던 날,
넌 수줍게 말했었지. 고백받던 그날과 똑같은 얼굴색과 표정으로.
내가 널 좋아하는 것보다 몇배로, 니가 날 좋아하는 것 같아서
억울하고 심술난다고.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난 그냥 눈을 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론 충분히, 대답했었어.
'그건 불가능해'
Colors Of Love #3
2008. 07. 17
Music by. 알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