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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s Of Love, #3

김동선 |2008.07.17 15:39
조회 73 |추천 0

널 처음으로 친구들에게 소개시켜줬던 그 날

널 집으로 보내고 난 후,

그놈들에게 이끌려 우리가 늘 가던 술집으로 갔었어.

테이블도 의자도 너무 작아서 불편하지만

우리의 진심이 쏟아져 나오곤 하는 그 술집으로.

 

자리에 앉자마자 그놈들은

참 오래 참았다는 듯 날 질책하기 시작하더라

'넌 걔가 왜 좋냐? 얼굴도 별로고 몸매도 볼게 없던데'

'솔직히 말해봐, 쟤 돈많아서 만나는거지?'

 

내가 화냈느냐고?

아니, 난 그저 웃었어.

이렇게 예의없이, 가식없이 말해주는 친구들은

내 주위에 그 놈들 뿐이거든. 절대 날 속이지 않아.

머리만 하고 오면 서로 예쁘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무작정 칭찬하기 바쁜 여잘 애들의 우정이랑 조금 달라

우리의 우정은.

 

화내지마.

난 그냥 웃으면서 생각했던거야.

너희들이, 내 여자의 매력을 알 턱이 없다고.

 

우리가 그저 친한 선후배 사이였던 시절부터,

넌 참 신기한 사람이었어.

 

남들이 다 무시하고 지나가는 할머니에게서

턱도없는 가격으로 껌을 한 통 사고는 생글생글 웃어대더라

이제 저 할머니는 저녁을 굶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면서 말이야

 

길거리에서 아이들이 나타날 때마다 넌

눈을 땔 줄도 모른채, 하염없이 바라봤었지.

골목을 돌아 그 아이들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말이야.

그리고는, 그 아이들과 똑같은 눈을 하고서는 말했었어.

아이들을 보면, 너도 모르게 기분이 너무 좋아진다고.

 

그렇게 다른 아이들과 다른 널, 조금 더 알고싶어서

난 고백했던거야.

내 이름이 붙어있는, 널 닮은 작은 화분을 내밀면서.

그 때, 니가 보여줬던 어쩔줄 몰라 하는 모습이

아직 머릿속에 또렷하게 떠오른다.

 

여간해선 꽃이 피지 않는다는 그 화분에서,

기어이 한 송이 꽃을 피워낸 너.

그 예쁜 화분을 다시 들고 와 내 앞에선 모습을 봤을 때,

너에 대한 신기함은 비로소 '사랑'으로 바뀐 것 같다.

 

너의 이 작은 매력들을,

난 결국 친구들에게 말하지 않았어. 그 날 새벽이 가도록.

유치하지만 욕심이랄까?

꼭꼭 숨겨놓고 나만 알고싶은 그런 욕심.

아마 나도 널 따라, 아이처럼 변하나보다.

 

길거리를 걷다보면 사람들이 다시 쳐다볼만큼 예쁜 여자도,

목소리 하나만으로 사람 애간장을 녹이는 귀여운 여자도,

서울 시내 예쁜 식당과 카페는 다 알고있는 똑똑한 여자도,

결국은 한 줌 비어있는 내 속을 채워주지 못했었는데.

 

신기하게도 널 만난 이후부터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아.

아마 처음부터, 난 니가 필요했나보다.

 

그냥 들여보내기가 아쉬워 너희 집 아파트 단지를

몇 바퀴고 반복해서 돌았던 날,

넌 수줍게 말했었지. 고백받던 그날과 똑같은 얼굴색과 표정으로.

내가 널 좋아하는 것보다 몇배로, 니가 날 좋아하는 것 같아서

억울하고 심술난다고.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난 그냥 눈을 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론 충분히, 대답했었어.

 

'그건 불가능해'

 

 

Colors Of Love #3

2008. 07. 17

Music by. 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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